역사와 함께 걷는다…자연과 문화유산의 길
역사와 함께 걷는다…자연과 문화유산의 길
  • 의사신문
  • 승인 2019.03.0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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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46〉  `남한산성길'

남한산성은 삼국시대부터 천연의 요새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우리의 역사와 함께한 곳이다. 조선시대 병자호란 당시 이곳에서 청나라에 항전하다 결국은 치욕적인 항복을 한 뼈아픈 역사의 장소다. 그러나 고려시대에는 몽고의 침입을 격퇴하고 일제강점기에는 항일운동의 거점이 되기도 한 곳이다. 201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현재는 시민들의 훌륭한 휴식처이자 산책 코스로 사랑을 받고 있다.

■성곽과 숲길의 아름다움에 수어장대의 웅대함이 어우러진 길
주말을 감안해서 아침 일찍 도착해서 1코스의 시작인 북문으로 향한다. 둘레길의 1코스와 4코스를 조합해서 남한산성에 있는 4개 성문을 모두 둘러보기로 했다. 하나로 연결된 본성인 원성의 길이만도 7,545m에 이른다. 식당들이 늘어선 골목을 벗어나서 잠시 오르니 우뚝 서 있는 북문이 우리 부부를 반긴다. 성곽을 따라 걷기 편하게 만들어진 길에는 아직은 얼은 눈이 남아있어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나와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는 사람들이 미소를 지으며 스쳐 지나간다. 오른쪽에는 성곽이 늘어서 지나는 사람들을 안내하고 왼쪽에는 푸른 소나무들이 반갑게 반겨준다. 두 번째 성문인 서문에 이르러 위로 올라가 보니 성곽 너머의 멋진 풍광이 우리를 기다린다. 성곽 너머 소나무 사이로 탑 모양의 하얀 정체불명의 물체가 호기심을 끈다. 초고층의 롯데월드타워가 구름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성문과 성문 사이에는 적이 관측하기 어려운 곳에 비밀의 문인 암문이 16개나 만들어져 있다. 암문은 은밀하게 식량이나 무기를 운반하거나 병사들이 출입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성곽 밑으로 만들어진 암문을 둘러보고 이곳의 명물인 수어장대로 오른다. 전투를 지휘하던 장군의 지휘소 역할을 하는 장대는 성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설치하였다. 남한산성의 5개의 장대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수어장대는 청량산 정상에 세워졌다. 웅장한 수어장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금방이라도 용맹한 장군이 나타나 나를 부를 듯하다.

■하늘과 산새가 어우러진 멋진 풍광과 선조들의 역사가 녹아있는 길
길가의 나무탁자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어린 시절 추억의 옛이야기를 나눈다. 세 번째 성문이자 제일 큰 문인 남문을 둘러보고 방향을 틀어 남장대터로 향한다. 푸른 하늘과 까만 성곽 기와 위의 하얀 눈을 배경으로 형형색색의 등산객들의 옷이 더해져 경치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하지만 곳곳에 미끄러운 빙판길이 도사리고 있어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 산릉선을 따라 길게 늘어선 산성을 보니 감탄이 절로나면서 나라를 지켜온 선조들의 노고가 되새겨진다. 

지금은 기둥을 세웠던 터만 남아있는 남장대 앞 옹성에서 멀리 산새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힘껏 외쳐본다. 조상님 모두들 수고 많으셨고 정기를 이어받아 우리가 굳건히 지켜내겠다고 말이다. 갑자기 벼랑처럼 깍아지른 듯한 돌계단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망설임도 잠시,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들과 구름들의 아름다운 풍광에 사진기 셔터를 쉴 새 없이 누른다.

길가 떡갈나무 밑에는 다람쥐들이 미쳐 숨기지 못한 도토리들이 짝지어 있다. 정신을 곤두세워 한 발짝 한 발짝 언덕을 내려오니 다리가 뻐근하다. 마지막 관문인 동문에 다다르니 시구문이라는 제11암문이 있다. 조선말 천주교 박해 때 희생당한 순교자들의 시신이 이 문을 통해 버려져 성지순례 장소가 된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다. 총 6.2km, 3시간여의 일정을 마치고 이곳의 명물인 백숙으로 얼은 몸을 녹이면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여행 TIP. 남한산성 둘레길은 1코스부터 5코스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구미에 맞춰 걸을 수 있다. 남한산성을 대표하는 다양한 메뉴의 맛집이 있으니 멤버들과 미리 상의해서 즐거운 먹거리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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