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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브람스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작품번호 24
요하네스 브람스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작품번호 24
  • 의사신문
  • 승인 2019.02.2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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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65〉 

■브람스의 음악경력에 결정적인 이정표가 된 변주곡의 걸작
변주곡(variation)이란 어떤 주제를 바탕으로 리듬이나 선율 등에 변화를 줘 만든 악곡형식으로 변주기법의 원리는 제시된 주제를 조성, 화성, 선율, 리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variation'의 어원은 `변한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variatio에서 유래되었고, 변주의 기원은 원래의 것에 수식을 가하여 비슷한 형태로 나타내려는 습관에서 기인되었다.

브람스는 초기 시절부터 변주곡형식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작품번호 21-1 〈11개의 변주곡〉은 자신의 소나타의 느린 악장을 주제로 삼았고, 헝가리 민요에서 주제를 인용해 변주곡을 썼으며, 슈만의 작품에서도 주제를 가져와 2곡의 변주곡을 썼다. 결국 이러한 초기의 노력들이 기초가 되어 5개의 피아노 독주를 위한 변주곡을 비롯하여 소나타와 실내악을 위한 여러 변주곡 악장, 그리고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 다수의 기악 변주곡을 남기면서 19세기 가장 중요한 변주곡 작곡가로 자리매김하였다.

그 중 이 작품은 피아노작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걸작으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게다가 다양한 형태의 변주의 전개가 모두 끝난 뒤에도 감성이 풍부한 푸가로 마무리를 함으로써 악곡 전체의 구성이 어디 나무랄 데가 없는 작품으로서 19세기 피아노 예술을 대표할만한 작품이다. 20세기의 위대한 음악평론가 가운데 한 사람인 도널드 토비(Donald Tovey)는 “위대한 6개의 변주곡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고, 브람스의 전기를 쓴 얀 스웨포드(Jan Swafford)는 “베토벤 이후의 가장 훌륭한 피아노 변주곡”이라고 극찬하였다.

이 작품의 악보 맨 위에는 `사랑하는 친구를 위한 변주곡'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1861년 9월, 당시 28세의 브람스는 함부르크 근교에 머물러있으며 작곡한 후 클라라 슈만의 마흔두 번째 생일선물로 이 곡을 보냈다. 초연은 같은 해 12월 그녀가 함부르크를 방문했을 때 이루어졌다.

또한 이 변주곡은 브람스의 음악경력에도 중대한 이정표가 되었다. 1862년 가을 오스트리아 빈을 처음 방문해 데뷔한 무대에서도 이 곡이 연주되었고, 대성공을 거두면서 빈에서 작곡가로서 정착할 발판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듬해 2월에는 리하르트 바그너를 처음 만나 이 곡을 연주했는데, 급진주의 신독일악파의 리더로 보수를 극도로 싫어했던 그조차 “오래된 형식이라도 그것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성취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소”라며 찬사를 보냈다.

보수적이고 전통주의인 브람스의 면모가 잘 드러난 이 변주곡은 바로크형식과 작곡기법에 있어 낭만주의 시대의 피아노 연주기법과 풍부한 표현력이 결합되어 있다. 전체 구성은 헨델 하프시코드 모음곡 제2권 중 제1번 헨델작품번호 34의 제2악장에서 인용한 주제와 25개의 변주 그리고 마지막 푸가로 되어 있다. 브람스가 선택한 헨델의 주제는 각각 4마디로 구성되어 있는 2개 부분으로 나눌 수 있고, 각 부분은 한 번씩 반복된다.

각 변주는 피아노의 한계를 넘어서 오케스트라적인 음향을 들려주고 있어서 높은 연주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25개 변주에 대해 음악학자 존 링크(John Rink)의 간명한 분석은 이렇다. “브람스는 25개의 변주를 통해서 격렬함의 레벨을 조절하는데 상당히 고심한 듯하다. 전반 12곡에서는 끊임없는 변화를 유지시키기 위한 노력에 주력하고 있고, 제13부터 제15변주까지는 이미 고조된 분위기를 다소 낮추는 양상이며, 푸가가 시작되는 제23변주에 이르러서는 막강한 크레센도로 고조시킴으로써 극적인 분위기를 한껏 고양시키고 있다.”

주제 Aria, 제1변주, 제2변주 Aninmato, 제3변주 Dolce, 제4변주 Risoluto, 제5변주 Espressivo, 제6변주 엄격한 카논형식, 제7변주 Con vivacita, 제8변주, 제9변주 Poco sostenuto, 제10변주 Energico, 제11변주 Dolce, 제12변주 Soave, 제13변주 Largamente, ma non piu 집시음악형식, 제14변주 Sciolto, 제15변주, 제16변주 Ma marcato, 제17변주 Piu mosso, 제18변주 Grazioso, 제19변주 Leggiero und vivace 시칠리아나, 제20변주 Legato 반음계적인 환상곡풍, 제21변주 Dolce, 제22변주 Music box, 제23변주 Vivace e staccato, 제24변주, 제25변주 등 다양한 형식과 화음을 드러내며 때로는 앞뒤의 변주가 짝을 이룬 대비를 통한 발전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대하고 자유로운 4성 Fuga는 바로크 대위법에 대한 브람스의 깊은 탐구정신이 만들어낸 결정체이다.

■들을만한 음반
△율리우스 카첸(피아노)(Decca, 1958)
△아노톨 우고르스키(DG, 1995)
△안드레아스 쉬프(피아노)(Teldec, 1994)
△다니엘 바렌보임(피아노)(DG, 1973)
△브루노 레오나르도 겔버(피아노)(EMI,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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