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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업체 담합 `배짱 영업'…병·의원만 `속앓이' 
처리업체 담합 `배짱 영업'…병·의원만 `속앓이'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02.01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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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포커스  의료폐기물 `대란' 조짐 〈상〉 - 정부 `규제' 의료계만 속탄다
의료기관에서 배출된 의료폐기물

쏟아지는 정부의 규제와 최저임금제 시행 등으로 의료계는 속앓이 하며 한숨만 쏟아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각장 부족으로 인한 의료폐기물 처리비용 상승 문제까지 겹쳐 의료계는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의료폐기물 처리업체들의 과도한 `횡포'에도 의료계는 묵묵히 따라 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폐기물 처리업체에 불만이 있더라도 자칫 거래가 중단될 경우 하루 몇 리터, 몇 ㎏씩 쏟아지는 폐기물을 처리할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의료폐기물 처리업체 담합 행위 규제'와 함께 `소각장 개설 규제 확대', `요양병원 기저귀의 폐기물 기준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소각업체 전국 13곳 뿐… 배짱영업

현재 우리나라 의료폐기물 발생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2015년 17만3000t, 2016년 19만1000t, 2017년 20만7000t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 허가용량인 17만8000t를 넘어선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그러나 폐기물의 증가에 비해 전국의 의료폐기물 처리업체는 13곳에 불과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의료폐기물 소각·처분업체는 수도권과 충청도에 각각 3곳, 호남권에 2곳, 영남권에 5곳이 있고, 강원도와 제주도에는 처리업체가 없다.

의료폐기물 처리 수요는 매년 늘어나는데 비해 공급은 제한적이다 보니 소각업체들의 처리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의료폐기물 처리단가는 `입찰'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처리업체들은 이를 악용해 거래를 중단하거나, 처리비용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의료기관들의 의료폐기물 처리비용은 적게는 50%에서 최대 300%까지 치솟고 있다. 더욱이 요양병원의 경우 입원환자의 기저귀가 일반폐기물이 아닌 의료폐기물로 분류되다 보니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요양병원 관계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의료폐기물 소각장과 업체 담합의 건'을 비롯해 `요양병원 기저귀, 처리할 곳이 없어요!'라는 국민청원을 올려 의료폐기물 처리 관련 문제점을 알렸다.

청원에 따르면, 거래처를 바꾸려 해도 업체들이 서로 담합한 상태라 어느 곳에서도 폐기물을 받아주지 않는 것은 물론, 수거·처리 비용까지 과다하게 요구해 비용지출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폐기물 업체들의 이 같은 배짱은 의료폐기물의 처리 단가 기준이 없다는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위탁처리 업체가 의료기관에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며 횡포를 부리는 사례가 발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A의사는 “의료폐기물의 수거·처리 과정에서 의료계가 가장 걱정하고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비용'”이라며 “소각장 개설이 제한돼 몇 개 되지 않는 업체에서 많은 양을 처리를 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처리업체 시설 및 처리용량 증설 등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B의사도 “의료폐기물 업체들의 무리한 요구에 의료계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지속적인 비용 증가에 폭탄 맞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불만이 고조되는 것 같다. 업체를 변경하고 싶어도 변경할 수 없는 것이 의료계 현실”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소각장 신설 `어려움'… 감염 노출 위험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의료폐기물은 위탁 처리되고 있으며, 처리 방법은 `소각'으로 일원화돼 있다. 이 때문에 의료폐기물 처리시설의 입지 역시 심한 제약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폐기물 양의 급속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각장을 신설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의료폐기물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에 따라 주민 및 지방자치단체의 반대가 강하다 보니 처리시설의 신규 설치나 시설 증설이 곤란한 실정이다.

여기에 의료폐기물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지난해 정부가 `2020년까지 의료폐기물 발생량을 2017년 대비 20%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의료계의 어려움에 한 몫 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폐기물 처리업체 개설 규제를 푸는 한편 폐기물 허가용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염성이 강한 의료폐기물의 수거와 처리 지연으로 인해 자칫 병원 내 환자나 지역사회 주민 등의 보건에 악영향을 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C의사는 “의료폐기물은 가깝게는 수십㎞, 멀게는 수백㎞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자칫 운송차량 사고라도 난다면 대형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가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별다른 해결책 제시 없이 비용은 의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의료폐기물 처리 공간 부족으로 인한 업체들의 처리 비용 상승은 정부가 절반이라도 보전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지금은 의사들이 양심껏 법과 규제에 따르고 있지만, 결국 당근 없이 채찍만 준다면 의료폐기물 처리가 어려워져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미리 대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D의사는 “현재 의료폐기물 종류에 따라 배출자 보관 기간이 짧게는 7일∼길게는 30일로 돼 있는데, 의료폐기물이 많지 않은 의원의 경우 배출 기간까지 박스가 다 차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우 간혹 수거업체에서 가져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이 기간에 복지부 심사라도 나올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의료기관이 받게 된다”며 “의료기관 규모에 맞춰 보관기관을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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