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행위 책임, 끝은 어디인가 
의료행위 책임, 끝은 어디인가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1.21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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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차례에 걸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공판이 모두 끝났다. 

연달아 이어진 이번 공판 일정 중 대중의 이목이 집중된 부분은 단연 유족 대표의 발언이었다. 유족 대표는 특히 사건의 책임자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분개한다고 했다. 즉 간호사는 간호사대로, 전공의는 전공의, 주치의는 주치의대로 각자 이유를 대며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유족 입장에서 볼 때, 이 발언은 충분히 공감이 갈 수 있는 대목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생명을 가슴에 묻으며 사건을 복기하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큐베이터 안에서 신생아들이 어떤 이유로 사망했는지 제대로 된 사실을 알 권리도 이들에게는 충분하다.

우선 이 글의 결론에 앞서 사건을 짚어보자. 이번 공판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사망원인 △감염원인 및 경로 △의료진의 행위·태도에 과실 여부 △과실이 있다면 과실과 사망과의 인과관계, 총 4가지다.  

사망원인과 감염원인의 경우, 질본의 역학조사 결과가 시트로박터균에 의한 패혈증 사망으로 나왔고 주사제 분주 중 간호사 손에 의해 세균이 감염됐다는 감정결과를 밝히고 있어 역학조사 자체의 신뢰성이 최종 판결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서 의료인 측 변호인들은 질본이 실시한 PFGE(Pulsed-Field Gel Electrophoresis) 검사방식 자체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는 상황. 또한 패혈증에 감염됐을 때 보이는 다발성부전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장되고 있다.

분주과정에서 감염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도 주사 이전 감염 및 역학조사 검체 수거 단계의 오염 등 제3의 감염 경로가 있을 수 있다는 추론도 나오고 있다.

만약 이 같은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기존 질본 역학조사 결과가 뒤집히지 않는다면 관련 의료진들의 업무상과실 및 주의의무 위반 혐의는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의료진에게 최대 금고 3년형을 구형한 바 있다.

다시 이번 사건 공판으로 돌아가 보자. 이번 공판에서 조모 교수는 “사건 직후 병원은 나를 버렸다. ‘꼬리 자르기 식’인 셈이다. 의료원장은 내가 홀로 책임지게 하겠다고 발표했고 부원장은 보호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했다”고 밝혔다.

물론 형사 재판에서는 엄격한 책임 소재 파악을 통해 죄를 묻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의료행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오롯이 의료진 개인에게 부과하는 현 제도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의료제도 상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환경에서 의료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일단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의료진은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고 혼자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암투병 중인 조모 교수는 이번 일로 정신과 치료까지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다시 의료현장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 같다”고 언급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한 의료분쟁의 경우는 좀 특별한 케이스로 관리해야 될 필요도 있어 보인다. 모든 일에는 득과 실이 있다. 이 같은 의사 개인에 대한 처벌 사례가 많아질수록 방어진료 및 이에 따른 의료비 증가 등 또 다른 문제와 직면할 수 있다. 실제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최근 의사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 같은 판결들로 인해 방어진료를 하겠다고 답한 의견이 97%에 육박했다.

해외의 사례는 다를까. 캐나다의 경우는 지난 100년 동안 15건의 기소 중 형사처벌이 단 1건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 1건의 사례도 법정에서 스스로 유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캐나다의 사례를 유심히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갓 태어난 아이를 잃은 유족들에게 현재 어떤 말도 위로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의료진 개인만을 무조건적인 사망의 가해자로 몰고 가는 행태는 거듭 지양해야 한다. 인터넷을 보다보면 댓글 등에서 의료진을 살인자처럼 묘사하며 비난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마주한다. 이번 결심공판을 통해 비춰진 피의자들의 모습을 보며 한 개인에 대한 마녀사냥이 얼마나 인간을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유족 뿐 아니라 의료진도 최선을 다해 진료할 수 없는 환경 속 의료제도의 피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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