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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 행정처분 승계…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워”
“병의원 행정처분 승계…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워”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1.09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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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사회, 무면허의료 차단 취지 동의하지만 잘못된 방법

행정처분을 받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기관을 새로 개설한 경우에도 행정처분을 승계하는 내용을 담은 관련 법률개정안에 대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처분 실효성 확보를 골자로 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12월 3일 대표 발의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실태조사 결과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일부 의료기관 개설자가 자격정지 기간 중에도 의료기관 개설자 편법 변경을 통해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아예 의료기관을 폐업한 후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신규 개설해 개설자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편법 운영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의료기관이 불법개설 또는 불법의료행위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그 효과가 해당 의료기관의 양수인 등에게 승계되도록 함으로써 행정처분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게 개정안의 취지다.

전라남도의사회(회장·이필수)는 9일 “사무장병원 등 무면허의료행위자의 불법행위를 차단하려는 개정안의 취지에는 동의하나 그 방법은 한참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의료인의 단순한 착오가 거짓·허위 요양급여 청구로 매도당하며 영업정지 및 자격정지를 당하고 업무·자격정지 처분으로 인해 이익금 환수, 몇 배수의 과징금, 업무정지 자체로 인한 수익활동 불가, 환자진료의 연속성 중단으로 인한 삼사중고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 현실이다.

전남의사회는 “이러한 때에 개정안대로라면 추가적으로 정지기간 동안 병원 매매도 불가하며, 그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건물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더해 해당 지역에 다른 의사가 들어올 수 있는 기회비용 박탈 및 지역 주민 의료공백까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남의사회는 “빈대를 잡으려면 처음부터 환경을 개선하고 그에만 효과있는 살충제를 사용하는 게 원칙이지 집 전체에 불을 지르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며 “즉, 사무장 병원은 개설 과정에서 철저한 확인과 중간 점검, 개설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희 의원 등은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의하면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에 대해 처분 승계 조항이 마련돼 있어 처분 면탈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의료기관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댔다.

전남의사회는 이에 대해 “이는 명백히 잘못된 비교로 오히려 전문면허가 있어야 개설 가능한 약사·약국과 비교해야 한다”며 “현재 약사에 대한 행정처분 승계조항은 없고 장기요양기관과 달리 의료기관 개설 자격 요건은 의료인 면허에 한정돼 있어 행정처분은 의료인 개인에게 전속 부과되는 대인적 처분이지 의료기관에 부과되는 대물적 처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약사법에는 제조업자 등과 수입자에 대해서만 행정처분 승계 조항이 있을 뿐, 약국개설자에 대해 승계 조항을 추가하려 했던 법안은 지난해 7월 발의된 후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이유로 12월경 폐기된 바 있다.

전남의사회는 개정안에 대해 “과잉규제이자 사유재산 침해 소지가 다분하며 의료기관 개설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약사법 등과 비교해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대한의사협회와 적극 반대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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