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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료소송, 피할 일만 아니다
[칼럼]의료소송, 피할 일만 아니다
  • 김동희 기자
  • 승인 2010.08.08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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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의로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의료분쟁에 휘말릴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법의 심판에 의존하는 의료소송까지 가고 만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원의들은 법적인 문제, 소송이라면 겁부터 내며 뒤로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화연 서초성모안과 원장은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의료소송은 피할 일만은 아니다”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한 때 피하려고만 했던 개원의들에게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며 경험담을 글로 써 보내왔다. 다소 거친듯한 표현도 있지만, “필요이상의 두려움은 금물”이라는 이 원장의 글 뜻을 이해해 주시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의료소송-피할 일 만은 아니다

이화연 서초성모안과의원장<이노케어 대표 www.innocare.kr>

1.“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다”

2005년 3월 부부인 L씨와 J씨가 함께 내원하여 백내장 수술을 예약했다. 남편인 L씨는 수술 당시 70세로 좌안은 37년전 녹내장 수술한 site에 iridocorneal adhesion&wound distruption*1 소견을 보여 수술시 약간의 난항이 예상됐다. 우안은 정상적인 중증도 이상 백내장 소견이었으며 부인인 J씨는 수술 당시 66세로 양안 평범한 중증도 백내장 소견을 보였다.

본원에서 수술받았던 환자의 소개로 인천에서 일부러 수술받고자 내원했으며 두 사람 모두 주중에는 일을 한다고 해 금▪토요일에 수술 스케줄을 잡았다.(닥터리가 혼자서 수술하고 외래를 보는 조그만 의원이므로 웬만하면 토요일에는 수술 스케줄을 잡지 않음) 수술은 1주일 후인 3월25일 J씨의 우안을 먼저 수술하고 30분 후에 L씨의 좌안을 수술했다. 3월 26일에는 J씨의 좌안, L씨의 우안을 수술했다. 마취는 닥터리가 구후 마취에 익숙한 세대라 구후 마취&Nadbath akinesia*2로 했다. 개인의원 특성상 마취 후 안압을 낮추기 위해 안구를 압박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지만 별 문제없이 수술은 끝났다.

수술 2일째인 3월 28일 환자 내원시 J씨 시력은 우안0.7/좌안 0.02, L씨 시력은 우안 1.0/좌안 0.7이었다. J씨 좌안 안저검사상 Cherry red spot*3 소견을 보여 CRAO*3 의증으로 K대병원 망막교수님께 의뢰했더니 CRAO로 확진됐다. 환자는 물론 난리를 쳤지만 닥터리 역시 보통 황당무개한 것이 아니었다. 구후마취시 구후출혈이나 안압상승 등의 어려움이 전혀 없이 수술했는데 난데없이 CRAO라니? 이것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과거력상 고지혈증이 있긴 했지만 하필 백내장 수술하는 시점에 Arterial Occlusion이 오다니! 이건 J씨보다도 닥터리에게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날 이후 닥터리는 백내장 수술 후 환자가 장님(?)이 되는 악몽에 날마다 시달리며 혹시나 마취 때문인가 하는 생각에 ‘구후 마취는 STOP! 점안마취 Begins!’하게 되었다. 구후마취의 고수인 닥터리! 구후마취가 개인의원의 특성상 수술시 안정적이고 환자도 comfortable한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이후 환자가 아프다고 생난리를 쳐도 오로지 점안마취만 하게 됐다. 그렇지 않으면 구후 마취한 날은 어김없이 환자가 수술후 장님(?)이 되는 악몽에 시달렸으니까.

각주-안과 이외 다른 과 선생님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임. 1) iridocorneal adhesion&wound distruption:홍채와 각막 유착&창상 파열 2) Nadbath akinesia:백내장 수술시 눈을 깜빡이지 않도록 하는 마취 방법 3) CRAO, Cherry red spot : CRAO(Central Retinal Artery Occlusion)중심망막동맥폐쇄 : Cherry red spot은 CRAO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안저소견

CRAO는 이미 엎질러진 물. 닥터리는 일단 뒷수습을 위해 가버린(?) J환자의 좌안 시력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줬다. L&J 부부에게는 한의사 아들이 있었다. 그는 지방 의대 졸업후 보건소에서 병역을 마친 뒤, 한의대를 졸업하고 한방병원 봉직의로 근무중이었다. 편의상 LJ군으로 부르겠다. 일단 LJ군에게 설명을 했더니 처음에는 “아, 그러면 Necrosis인가요?”하더니, “최근 저널을 죄다 공부해서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LJ군이 시키는 대로 저널공부를 열심히 했으나 역시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전공의 시절 SGB(Satellite ggl block)을 들어본 풍월이 있어 시내에서 마취과 통증 클리닉을 하는 모교 선배에게 의뢰해봤다.

7~10회에 걸쳐 치료비 다 대주고 해봤지만 역시 소용 없는 일!

어느날 LJ군이 닥터리한테 조용히 면담을 요청하길래 진료실이 아닌 외딴방에서 둘이만 마주 앉았다. LJ군은 “어차피 이제 어머니의 시력은 어쩔 수 없는건데 일을 하시던 분이라 우울증에 빠져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다. 당신이 배상 해줘야겠다. 대학동창 중에 정형외과 친구가 있는데 의료사고 난 환자한테 배상을 안 해주었더니, 명절 때마다 환자한테 안부묻고 선물 보내고 전전긍긍하며 시달리더라. 당신 나이를 보면 앞으로 20~30년은 이 일을 해야 할텐데 배상해주고 발뻗고 자는게 낫지 않는가? 1억을 달라.”

닥터리 이에 답하길 “내 대학동창 중에 그런 사람은 없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벌은 LJ군이 내리는게 아니고 판사가 내려야 하는거다. 법치 국가인데. 1억이 뉘집 강아지 이름인가?”

2. 의사가 다 같은 의사가 아니더라 닥터리가 SGB를 의뢰했던 시내 통증 클리닉의 닥터M은 닥터리의 5년 학교선배다. SGB가 한창 진행되던 어느 날 닥터M이 닥터리에게 전화했다. 학교선배니까 반가워서 순진무구한 닥터리는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그때 닥터M은 ‘내가 LJ군을 마취과 누구를 통해 좀 아는데, 대단한 집이니 꼬리를 내리고 무조건 빌면서 해달라는대로 하는게 좋을거다. 다 널 위해 하는 애기다.’ 닥터리는 이에 답하길 ‘무슨 집안인지 난 관심이 없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데 빌어?’ 형은 그렇게 살어? 잘못한 것도 없는데 빌면서? 이에 닥터M 답하길 ‘그럼 소송할꺼냐? 귀찮을 텐데. 아는 변호사는 있냐? 의료소송은 아무한테나 맡기면 안되고 전문 변호사에게 맡겨야 하는데 소송할꺼면 꼭 나한테 물어봐라. 내가 추천해 줄게.“ 이말인즉 의료사건 물어다 주면 커미션받는 분위기였다.

CARO가 온 J환자에 대해 말하자면 의료보험공단기록과 유명대학병원 등의 내과, 건강검진 기록을 보면 지난 10여년간 콜레스테롤 수치가 300∼400이었으며 간초음파상 fattty liver소견이 있었다. 제대로 교육받은 안과의사라면 CRAO의 가장 흔한 원인은 cholestestrol plague에 의한 폐쇄라는 것을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 그것이 백내장 수술후에 생겼다는 것이 이 의료소송의 포인트다. 의료소송이 걸렸을 때 법원에서는 일단 의무기록에 대한 조회를 대학병원교수에게 ‘사실조회’라는 것을 보낸다. 닥터리 소송은 A대병원과 B대병원에 ‘사실조회’됐다. A대병원에서는 “일반적으로 수술중 구후출혈이 있어 안압이 상승하면 압력으로 수술을 더 진행하기 어려우므로 수술중 구후출혈은 없었다고 보인다”고 회신됐다. 문제는 B대병원 안과 L닥터였다.“마취액에 의한 망막중심동맥의 압박, 마취약의 약리작용, 주사침 및 마취제에 의한 망막중심동맥의 경련시에도 CRAO가 발생할수 있다. lidocaine단독으로 마취할 경우, 그 자체가 안동맥의 pulse pressure를 떨어뜨린다는 보고는 있으나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보고가 없어 알수는 없음“. L닥터의 소견중 90%는 일반적인 이야기였으나 위의 소견은 닥터리의 과실로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부분 의학서적은 most common한 것이 제일 처음 설명되어지고 그 후는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주장도 있고, 이렇고 저렇고 등 온갖 논문의 나열이다.

“No body know!" 사실 닥터리 소송도 환자가 죽은 후에 부검해보면 알 것이다. central retinal artery를 잘라서 plague를 찾아내면 B대병원 L닥터의 소견에 정면대응 할 수 있겠지. 변호사나 판사 모두 의학에는 문외한인데 이런 구석에 있는 theory를 사실 조회 회신서에 써 올리면 대한민국 환자 의료사고는 모두 의사 책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닥터리는 왕년에 야마, 족보만 열심히 봤지 사실 교과서에 그런 것이 써 있는 것은 본 일이 없었고 그것이 개원의로서, 진료 및 수술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뱀꼬리 잡는 애기로 막연히 마취약의 약리작용에 의한 경련으로 동맥폐쇄가 올수 있다면 어느 의사가 lidocaine 마취를 할 수 있겠는가?사람 몸은 다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의사가 아닌 대중에게 의료는 어느 정도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되어야 한다고 본다. 80∼90%가 설명되어진다면 그것만 설명하는 것이 옳다. ‘담배가 폐암을 유발한다’가 기정사실화 되어야 많은 사람이 금연을 할 것이다. 의사랍시고 옆에서 담배 한번 안 핀 할머니는 폐암으로 60세에 죽었고 30년 동안 담배를 핀 할아버지는 95세까지 살았다는 등 주절댄다면 그것이 대중에게 무슨 교훈을 줄 것인가? 학술적인 것은 우리끼리 뒷방에서 떠들 것이고 건전한 지식을 얻고 싶어하는 환자들 앞에서는 ‘함구’하는 것이 맞다.

의료소송도 마찬가지다. 의사끼리 봐도 의사가 환자의 증상에 귀 기울이지 않고 꼭 해야할 검사나 처방을 빠뜨려서 의료사고가 났다면 그런 경우는 처벌받아야 한다. 적어도 같은 의사끼리는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신비로운 인체에 일어나는 모든 결과를 단지 그 환자를 돌봤던 의사라고 해서 모두 책임지고 설명해야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No body know!’ 같은 의사니까 감싸줘야 한다거나, 덮어줘야 한다거나 하는 개념이 절대 아니다. 대학병원교수는 보다 많이 공부하고 명망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의학적 소견을 밝힐 때도 보다 신중해져야 한다.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most common cause만 밝히면 되지, 지엽적인 report가 most common한 것보다 중요한 것처럼 인용하게 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이다.

드디어 소송이 걸린 후 3년, 마지막 재판에 닥터리는 피고로 법정에 서게 됐다.

3. 닥터리의 법정 출정기 피고 닥터리의 의료소송은 판결까지 총 3년이 걸렸다. 대부분의 의료소송은 판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학병원에 사실조회를 의뢰해도 답변을 받는데 보통 몇 달씩 걸리고 다른 병력을 알아보기 위해 의무기록 조회를 신청해도 마냥 시간이 소요된다. 원고 J는 C의료원에 오랫동안 다녔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그는 내과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수년간 매우 높았던 것으로 추정됐다. 본인이 아닌 타인이 진료기록을 복사해서 제출할 수 없는 만큼 정식으로 절차를 밟아 의무기록 조회 신청을 했다. 이에대한 결과 답변 나오는데 무려 1년 반이 걸렸다. 그나마 1년반 정도 걸려 답변이 나오게 된 것도 여러 사람들이 힘을 쓴 결과다. 그러나, 이 결정적인 증거는 C의료원의 늦장으로 인해 재판이 끝날 때쯤 제출되는 바람에 판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일부 내과 의사들은 같은 의사인 내가 봐도 대단히 고압적이며 이런 서류에 답해주는데 게으르며 명확히 이야기하기를 꺼려한다. 또한 대학병원 행정직 직원과 임상의사와의 관계는 원만치 않아 일부러 임상의사가 미루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사실 닥터리도 대학병원 전공의 시절 선배로부터 이런 류의 공문에 대한 답은 애매모호하게 뱀꼬리 잡는 식으로 써야 하며 바쁘면 미루어도 된다고 배웠었다.

내과 교과서에는 콜레스테롤이 300~400이면 경계성(Borderline)이라고 표현하는데 법조인들은 경계성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없으므로 괜찮은 것, 높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가 있다. 그래서 “콜레스테롤 300~400이면 망막동맥폐쇄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결론내리는 것이다. 여기에 B대병원 닥터 L은 한술 더 떠 “통상 리도케인 마취는 1~2ml 시행하고 수술 후 6~8시간 경과 관찰이 반드시 요하며 수술후 세극등현미경, 안압, 굴절검사, 안저검사까지 시행해야 한다”고 사실조회에서 말했으니 이래저래 닥터리는 불리하게 된 것이었다. 닥터리의 변호사는 마지막 재판에 피고로서 닥터리가 법정출두하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다. 원고 쪽에서는 아예 백내장 수술 후 세극등 현미경 검사도 않고, 회복실에서 회복할 시간도 없이 바로 귀가 시켰다고 주장하니 차라리 직접 법정에 나와 원고 측이랑 대면하고 말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듯하다.

2008년 6월 초 마지막 법정에 닥터리는 피고로서 법정에 서게 되었다. 법정 출두 전 닥터리는 고교 동창인 현직 판사 J에게 문자를 날렸다. “법정에 나가는데 어떻게 해야 판결이 좋게 날 수 있니?” 현직판사 J의 답인 즉 “잘난 척 말 것. 묻지 않는 말하지 말 것, 무조건 공손해 보일 것. 판사들은 잘난 체 하는 의사를 재수 없어해!”

원고 J 역시 남편과 함께 법정 출두했다. 닥터리는 전공의 시절 상사(?)의 의료소송 증인으로 한 번 법정에 선 적이 있어서 어느 정도 법정매너는 알고 있었다. 판사는 원고에게 심문 전에(워낙 의료소송에 나온 원고들은 묻는 말에 상관없이 한탄조로 떠드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기분은 별로 좋지 않을 수 있지만 변호인 측에서 묻는 말에만 대답을 하든지, 본인이 떠들고 싶은 게 있으면 시간을 줄테니 free talking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일단 변호인 심문에 원고, 피고 모두 답하기로 하고 재판은 진행됐다.

확실히 원고 J는 어떻게든 닥터리에게 모든 죄를 씌우기 위해 앞 뒤가 맞지도 않는 거짓말을 청산유수로 늘어 놓았다. 완전 수술할 의향도 없는 환자를 억지로 끌어다가 병력청취도 않고 백내장 수술만 달랑하고 경과관찰도 없이 바로 귀가 시켰다는 것이었다. 여하간 판사도 머리 아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 뒤도 안 맞고, 게다가 묻지도 않은 것까지 계속 원고가 떠들어대고 있었으니,,,

마지막에 판사가 피고인 닥터리에게 질문한 것은 이것이었다. 1.구후마취를 B대병원 L닥터는 1~2ml 한다는데 왜 닥터리는 두 배 이상인 3~5ml를 했는가? 2.B대병원 L닥터는 수술 후 경과 관찰을 6~8시간 하며 수술후 세극등현미경, 안압, 굴절검사, 안저검사를 시행하는데 닥터리는 어지했는지? 이에대해 닥터리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1 질문에 대해서는 닥터 차이는 있지만 통상 개인 의원에서는 그 정도 용량을 쓴다. 2 질문에서는 6~8시간 눕혀놓으면 환자 좀 쑤셔서 난리난다. 보험공단에서 그러라고 하니까 할 수 없이 6시간 눕혀 놓는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개인의원은 거의 없다.(현실과 이상의 차이 아니겠나) 수술 당일 세극등현미경, 안압은 검사하지만 안저 검사는 하지 않는다.

결론인즉 닥터리는 마취용량을 대학병원 교수보다 두 배로 썼고 수술후 충분한 경과 관찰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으며 B대병원에서 하는 안저검사 시행을 안해서 ‘완전 직무유기’한 셈이 됐다. 한달 후 닥터리 소송은 판결이 났다. 의사 40% 과실에 위자료 배상, 총 2000여만원을 원고측에 배상하라고 판결났다. 닥터리는 불복했으며 항소심을 준비중이다.

의료소송에 대해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문제가 되는 환자에게 시도 때도 없이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죄인처럼 시달리느니 차라리 의료소송에 걸리는 것이 낫다. ;일단 소송에 들어가면 더 이상 환자가 진료실에 와서 난동을 피우지 못한다. 2.수술 동의서, 수술후 유의사항은 수술 환자에게 반드시 줄 것 ;의료소송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더라고 고지식한 판사들은 이것부터 따져서 이것이 안 되었으면 더욱더 죄인 취급한다. 3.일단 소송에 들어가면 변호가 수임료는 들지만 소송이 진행되는 3~5년간은 속 편하게 잊고 지낼 수 있다.(well-being 가능) 4.배상판결이 나도 은행이자 보다 낮은 연이자 5%로 쳐서 지급하면 되니까 재판에 시간을 끄는 것이 유리하다. 5.의료소송이 걸렸다 해서 대외적으로 창피해 할 것 없다. 요즘 환자들은 자기들 치료하는 의사가 의료소송이 걸렸다해도 개의치 않을 뿐더러 어떤 환자들은 열정적으로 환자 많이 보고 수술 많이 하는 의사라고 오히려 더 좋아한다. 6.의료소송은 의사라면 누구나 걸릴 수 있다. ;교수든 개원의든 누구든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사실조회를 하는 대학병원 의사도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 그러므로 적어도 같은 의사끼리는 자신이 의료소송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법원에서 오는 사실 조회에는 신속하고 신중하게 그리고 보편타당성있는 견해를 써야 한다. 무심코 던진 교수의 한마디에 힘없는 개원의가 맞아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4. 사람 인상(人相) 잘 보고 수술해!

잘못된 만남 지난 2003년 가을, 55세의 남자 L씨가 닥터리 의원에 왔다. 가을에는 환자수는 감소되기 마련인지라 2004년 가을에도 여전히 심심하던 닥터리는 L씨가 모처럼 보는 환자인지라 반가운 마음에 유난히 친절하게 대하고 말도 많이 했다. 그 당시 닥터리는 HK 회사에서 수입한 레이저노안수술(Laser thermo keratoplasty:LTK)에 관심이 있었다. 수술 기계가 워낙 고가(엑시머레이저 보다는 저렴하지만)인지라, 상당한 부채를 짊어지고 사는 닥터리로서는 구입은 엄두도 못내고 전철역으로 두정거장 떨어진 10여년 선배의 S안과 LTK를 이용하고 수술비 일부를 사용료로 지불하기로 했었다. 즉, 환자를 데리고 가서 S안과 LTK 기계로 노안 수술을 하는 것이었다.

비극은 L씨에게 노안수술을 설명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물감과 건조감을 주소로 내원한 L씨의 시력은 1.0이었으며 경도의 원시와 노안이 있었다. 55세 나이로 젊어서 안경을 써 본적이 없는 L씨 같은 환자들은 의례 돋보기를 써야하는 비통한 심정을 호소하기 마련이다. LTK를 설명한 다음날 정오쯤 뜻밖에 L씨가 다시 내원하여 수술을 받겠다고 수술비 250만원을 들고 왔다.

LTK노안 수술의 성공률은 공식적인 통계는 아니지만 닥터리 생각에는 60~70%정도인 것 같다. 또한 수술후 1~2일은 통증이 심하고 2~3개월은 근시 상태가 되며, 안구건조증이 생긴다.(닥터리 생각으로 비공식 자료임)

정확히 말하면 L씨는 좋은 op indication은 아니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환자의 직업이 고엽제 환자임. 2.원래 안검염에 의한 안구건조증이 있었다.(환자는 안검염, 안구건조증에 대한 개념이 없음) 3.경도의 원시로 원거리 시력이 1.0이 나오기 때문에 수술후 2~3개월 원거리 시력이 떨어지면 환자가 불만을 호소할 수 있음. 일단 수술방법이 개발되면 많이 해보고, 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의학기술이 발전하는 것 아닌가? 용감한(?) 닥터리는 일단 노안수술 발달에 기여했다고 본다. 일주일후 닥터리는 S안과에서 L의 LTK를 시행했다.

계속되는 불만 수술 후 환자는 계속적인 원거리 시력 감소 및 불편감을 호소했다. 수술 후 3개월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되지만 3개월 이후인데도 심할 정도로 불만이 많았다. L환자는 180m 정도로 큰 키에 인상이 험악(?)해 일단 사람들이 과히 좋아할 만한 대상은 아니었다. 닥터리 의원 입구에 들어오면 대기실에서 환자들이 다 쳐다보고 목소리도 험상굳어 분위기 진정을 위해 기다리던 환자들을 다 제치고 먼저 진료하고 진료비도 하나 받지 않았다.

솔직히 환자 상태는 4개월 이후에는 가까운 것이 잘 보이는 것은 물론 원거리 시력도 괜찮았다. 술과 담배 등 다하면서 안구건조증, 안검염이 닥터리 책임인가? 그래도 닥터리 혹 환자한테 맞을까봐 성심 성의껏 무료로 치료해줬다.

백내장 생기다. 2005년 3월 L환자가 좌안 시력감소를 호소했다. 정밀검사 해보니 좌안 후극부 백내장이 생겼다. 히포크라테스 정신과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 마음으로 닥터리는 백내장은 노안수술과는 관계가 없으며 시력이 0.3까지 감소되었으니 일단 백내장 수술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이해하는 듯 다행히도 L은 조용히 돌아갔다.

공포 드라마 2주일 후 정확히 12시4O분, L은 비슷한 인상의 철제 지팡이를 진 사람과 카메라 든 사람 두 사람을 데리고 닥터리 의원에 왔다. “XX 원장 나와! 내 눈 멀게한 X!"

카메라를 든 사람은 닥터리 의원이 제 집인 것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대고(사진 찍어서 사건 고발프로에 낼 것 같은 기세였다), 철제 지팡이 든 사람은 멀쩡하게 걷는 폼이 철제 지팡이는 휘두르려는 무기 임이 틀림 없는 것 같았다. 감시카메라 모니터로 이 광경을 보던 닥터리는 화장실도 못가고 한 시간 동안 원장실에 갇혔었다. 한 시간 동안(다행히 점심시간이라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는 없었지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다가 L과 그 일행들이 돌아갔다. 똑같은 시각에 똑같은 일이 무려 5일 동안이나 반복됐다.

경찰을 부를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런 일을 많이 보아온 제약회사 쪽 영업사원이 말하길“피해의식이 큰 사람들(소위 막가파)이기 때문에 경찰로서는 통제가 안되고 오히려 닥터리만 더 못 살게 굴 것이다. 무식은 무식으로 대해야 이 일이 정리된다”는 논리를 펼쳤다. 말은 그럴 듯 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이럴 경우, 닥터리 의원은 아수라장이 되면서 무고한 환자들에게 피해가 다 돌아간다는 점이다.

닥터리는 슬펐다. 잠 못 자고 열심히 공부해서 배운대로 치료해 주는 것이 닥터리의 역할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을 맞다니... 다행히도 6일째부터는 L과 그 일행들이 더 이상 의원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반가운 의료소송 그로부터 정확히 2개월 후 닥터리에게 ‘노안수술로 인해 백내장을 발생시킨 책임’을 묻는 내용의 의료소송 소환장이 날라 왔다. 2개월 동안 L은 다른데서 백내장 수술을 받았고 수술후 시력이 안정되니까 다시 닥터리를 괴롭히기 위한 법적 절차에 들어간 것이 틀림없었다.

정말로 반가운 ‘법적 절차’다. 이렇게 되면 모든 것은 변호사에게 일임하고(착수금이 들겠지만) L은 완전 바보가 아닌 이상 더 이상 닥터리 의원에서 공포극을 연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그로부터 한 달 후 ‘꿀맛 같은 평화’를 맛보던 닥터리는 L측 변호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아시다시피 원고측 변호사가 피고에게 직접 전화를 한다는 것은 의외의 일이었다. 원고측 변호사는 “원장님께서 수술비만 좀 돌려주시고 끝내면 안 되겠냐?”며 “자신이 닥터리에게 전화걸었다는 사실을 L에게는 절대 비밀로 해야한다”는 내용이었다. 분위기가 확실히 파악됐다. 멋 모르고 L을 수술한 닥터리처럼 저쪽 변호사도 엉겁결에 사건을 맡아 L에게 착수금을 받았지만 심히 괴로움을 당한 피해자가 된 셈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잘 나가는 변호사는 조폭이나 캐틱터가 나쁜 사람의 사건은 아무리 수임료를 많이 준다고 해도 맡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러운 것은 피해야 한다는 논리다. 판결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나지 않으면 나머지 수임료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 받은 것도 토해내고 두들겨 맞기까지 한다니까. L측 변호사에 대한 측은지심이 생겼지만 닥터리는 “No! 나도 괴로움을 많이 받아서 법적으로 해야겠다.”라고 답했다.

재판중지 정식재판이 열린후 판사 자신이 보기에도 말이 안되는 내용이라 생각했는지 재판부는 200만원에 합의를 유도했다. 닥터리도 재판 질질 끌어 봤자 피곤할 것 같아 200만원을 계좌이체하기로 하고 입금하려고 했다. 그 순간 닥터리의 변호사로부터 전화연락이 왔다. “L이 자기 변호사 사무실을 다 때려 부수고 변호사를 두들겨 패서 변호사는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사건을 사임했다. 재판중지 상태가 됐으니 돈을 입금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일단 200만원은 굳었다. 그쪽 변호사가 좀 안쓰러웠지만 한편으로 닥터리는 폭행당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웠다. 그후 L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6개월 후 L의 직장동료라면서 비슷하게 생긴 두 사람이 닥터리를 찾아왔다. L보다는 다소 점잖은 태도였다. “L이 원장님께 너무 못되게 한 것을 후회하고 미안해하고 있는데 용서해달라. 그런데 수술비를 좀 돌려주면 안 되겠는가”라는 내용이었다. 이 사람들 봐라. 이 와중에도 깜찍하게 본전을 찾겠다니. 사실 이 일을 계기로 닥터리는 배운 것이 많아 수업료 냈다 치고 수술비 250만원을 돌려줘도 된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러나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 이번 기회에 배운 사실이다. 닥터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일단 이 의료소송은 어떤 변호사도 사건을 맡지 않는 관계로 현재 스톱되어 있는 상태다.

인상(人相) 가리기 그로부터 1~2개월후 닥터리의 여고 동창인 현직 지방법원 판사 K가 지나던 길에 닥터리 의원에 들렀다. 키는 작지만 워낙 똑부러지고 야무진 친구인데다 공부도 잘 하고 성격까지 털털해서 인기가 좋았었다. 요즘 인터넷 유행어로 ‘엄친딸-엄마친구 딸’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닥터리가 의료소송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라면서 이것 저것 물어보았다. 똘똘한 K판사가 딱 한마디 말했다.

“야! 너 환자 보는대로 다 수술하니? 인상 잘 보고 가려서 수술해. 잘 못 걸리면 너만 괴로우니까...”

이것이 사회정의인 법을 집행하는 대한민국 현직 판사의 주옥같은 말이다. 여러분 모두 참조하시길 바란다. 닥터리는 의료소송 몇 번 걸려보고 변호사에게 수천만원 써가며 배운 결론이지만 여러분은 무료로 배운 만큼 명심해 주길 바란다.

소송 비용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병아리 선생님들을 위해 의료소송 비용에 대해 말하겠다. 대개 1100만원 정도 소요 된다고 보면 되고 착수금은 550만원이다(반드시 계좌입금되어야 변호사는 일을 시작한다. 닥터리는 백내장 수술비도 며칠 있다 받는 경우도 있는데...)

소송이 완료되면 성공보수료로 청구소송인 경우 판결액의 10%를 변호사에게 준다. 외국 영화에서 보면 몇 백만불씩 걸린 이혼 소송에 변호사가 목숨 거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100만불의 10%이면 10만불이지만 대개 이런 경우 40~50%까지 변호사에게 주기로 하고 변호사의 열성을 유도하니 재판에서 유리한 판결을 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의료소송은 배상판결이 얼마되지 않으므로 통상 사건이 종결되면 나머지 550만원을 준다. 그럼 닥터리는 이 중지된 재판에 대해 변호사에게 얼마를 줘야 하는 걸까? 일단 착수금 550만원은 줬고, 사실 변호사가 한 일은 별로 없다. 재판에 한두 번 나갔고 합의하려던 중 재판이 중지 되었으니 재판 종료라고 볼 수도 없다.

그러나 변호사는 닥터리를 만만히 보고 나머지 550만원을 달라고 했다. 닥터리가 다른 데에 알아보니 규정이 확실히 없지만 나머지 금액을 달라는 것은 심하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지급하지 않고 버텼다. 2~3회 정도 겁주는 전화는 받았으나 환자L에 비하면 약과였다.(은근히 환자 L이 고마웠다. 새가슴 닥터리를 용기 백배로 만들어 줬으니 말이다. 이래서 고통뒤에 평화인가?) 하여간 양심에 찔렸는지 그 뒤론 변호사가 소송비용 달라는 전화를 안했다.

여기서 여러분이 배워야 할 내용을 요약해 보자. 1.인상 잘 보고 수술하기 의사들이 사람 인상 잘 못 보는 것은 사실이다. 정설은 아니지만 피해야 할 일부 직업도 몇 가지가 있다.

2.수술비에 현혹되지 말기 요즘 같이 경제가 어려울 때는 사실 현혹될 수 밖에 없다. 닥터리는 L에게 수술비 250만원을 받고 무료 진료하고 변호사에게 지급한 돈까지 합하면 700~800만원은 손해를 본 셈이이다. 게다가 얼마나 무섭고 괴로웠었나? 이럴때 수술비는 성경에 나와있는 ‘뱀’이다 생각하고 포기하길 바란다.

3.정정당당하게 진료하기 사실 L수술이 잘못된 것은 없었다. 근데 닥터리는 L이 시끄럽고 무서워서 몇 달 동안 무료로 오는 즉시 진료 해 주었다. 이러면 환자는 의사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트집을 잡기 마련이다. 약한 사람은 짓밟고 강한 사람 앞에서는 꼬리 내리는 것이 요즘 세태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의사는 얼어죽을 체통 때문인지 히포크라테스 정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큰 소리 못 내고 당하기만 한다. 잘못한 것 없으면 정정당당하게 목소리는 높이지 말고 느린 말투로 담담하게 대하는 것이 좋다. 이 때 신체는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 차라리 들이대서 맞는 것이 창피하긴 해도 낫다. 그럼 상해로 고소할 수 있으니까.

4.시끄러울 때는 112를 부른다 112에 전화하면 정말 빨리온다. 전화 시간이 체크되기 때문에 응급실 환자 늦게 보면 당직의가 혼나듯이 경찰도 문책당하는 모양이다. 닥터리가 경찰을 불렀으면 환자 L은 조용해 졌을 것이다. 올 때 마다 부르면 진료 방해로 벌금 30~40만원씩 5회이니까 150~200만원의 벌금을 내고 진료 방해 악질범이 된다. 결국 환자 L도 부담을 갖게 마련이다. 참고로 112는 절대 촌지를 받지 않는다.

본인이 대표로 있는 www.innocare.kr에서는 여러 가지 소송들을 다룬 의료판례를 검색하여 볼 수 있으며 법률상담도 받고 있다.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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