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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외진단기기 ‘선진입후평가’…의료-산업계 첨예한 ‘갑론을박’
체외진단기기 ‘선진입후평가’…의료-산업계 첨예한 ‘갑론을박’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12.12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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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 “안전성 문제X, 오진문제는 철저한 사후평가 실시할 것”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의 신의료기술평가 면제에 대한 찬반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가 의료기기 인‧허가 규제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히며 당장 내년 1월부터 체외진단기의 시장신입이 기존 390일에서 80일로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자 이에 대한 찬반의견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찬성 측은 기존 체외진단기기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 항목이 이중 규제였기 때문에 탈규제를 통해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환자안전에 대한 위협과 불필요한 검사 난립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를 염려하며 신의료기술평가 면제는 절대 불가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12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 신의료기술평가 면제 문제없나’라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체외진단기기 시장진입 단축을 주 내용으로 하는 ‘의료기기 인‧허가 규제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의료계는 반대 입장을, 산업계는 찬성 입장을 각각 표명했다.

■ 의료계 “안전성·유효성 문제 대두될 것…의료민영화로 이어질 수도”

우선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신의료기술평가가 식약처 허가로 대체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로 인해 △부정확한 진단으로 인한 피해 △불필요한 검사 난립 △건보 보장성 악화 등의 문제점이 대두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인 것.

특히 식약처 허가에서의 안전성 및 유효성 검사는 기업이 제출한 자료만을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강조됐다. 반면 신의료기술평가에서는 안전성의 경우, 해당 의료기술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유효성에 대해서는 실제 임상에 적용했을 때의 치료효과를 검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식약처의 허가와 신의료기술 평가가 완전히 다른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신의료기술 평가를 면제한다면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있어도 이를 효과적으로 거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효성에 문제가 있는 의료기기로 인해 오진이 발생할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며 “행위별수가제로 검사와 처치마다 보상 받는 한국의료체계에서 불필요한 검사의 남발이 더 심화될 우려가 있다. 이는 건보 보장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의료계는 반대 입장을, 산업계는 찬성 입장을 각각 표명했다.

체외진단기기의 선진입 후평가 제도가 원격의료 등 의료민영화를 위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원격의료와 민영 건강관리 상품 창출은 주로 웨어러블 진단기기, 원격 모니터링 기기 등 체외진단기기를 매개로 하는데 최근 복지부가 확대하려는 DTC(소비자 의뢰 유전자검사)도 체외진단기기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환자와 국민들에게 안전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비용만 체외진단기기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의료민영화를 부추기는 전제조건이 이번 정책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다. 

■ 의료기기 산업계 “신의료기술 평가는 이중 규제”

반면 의료기기 산업계에서는 찬성의 입장을 표명했다.

체외진단에 관련된 신의료기술평가가 대상과 항목 면에서 의료기기 허가 및 보험급여 결정과 중첩되는 이중 규제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신의료기술 평가 면제가 적절하다는 논리다.

특히 대부분 이미 임상적으로 정립된 바이오 마커를 타겟으로 개발하는 체외진단기기의 특성상 기존의 문헌검사방법론을 활용한 의료기술평가는 유예된 실시라도 선 실시와 같은 적절성과 유형성 문제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특정 논문을 기반으로 의료기술을 평가하는 문헌고찰 방식은 이미 정립된 바이오마커와 적응증을 기반으로 개발된 체외진단기기 특성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라는 뜻이다.

이정은 체외진단기업협의회 운영위원장(수젠텍 부사장)는 “신의료기술 평가에서 활용되고 있는 문헌고찰 방식의 기술 평가는 유수의 저널에 많은 숫자의 논문 편찬을 전제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체외진단의 개발 타겟과 상치하며 특히 국내 업체들에게 상대적으로 불이익 요소가 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또한 “과학적 논문은 새로운 발견에 집중하고 있어 임상 정립된 바이오 마커와 적응증을 목표로 개발되는 대부분의 체외진단 업체가 논문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즉 글로벌 기업들의 상황과 달리 국내의 해외 유수 논문 편찬-평가 임상의들이 많지 않으며 논문 출고의 인프라 또한 열악해 체외진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 심평원·식약처·복지부 등 정부 부처 입장 “완전한 평가 면제 아니야”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심평원, 식약처, 복지부 등 관련 정부 부처가 참석해 정부 측 입장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들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번 정책이 완전한 평가 면제가 요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쉽게 체외진단 기기의 시장진입이 390일에서 80일로 단축되고 신의료기술평가가 면제된다고 생각해 체외진단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같은 생각에는 오해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체외진단 기기는 신체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진단‧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며 유효성 문제에 대해서도 사후 모니터링 및 평가 프로세스가 엄격하게 이뤄져 기준에 미달되는 기기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퇴출이 이뤄진다는 입장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부처 토론자들 모습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애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행위등재부 부장은 “오늘 토론회의 주제를 보고 의아했다. 결코 평가를 면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평가를 잠시 유예하고 사후평가를 하자는 논리”라며 “당연히 사후 모니터링과 급여제도 등에 대한 평가 프로세스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가유예기간 중 문제가 발생하거나 이후에도 문제점이 보고되면 퇴출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퇴출기준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준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정착과 과장은 이번 제도가 우리나라만 특별하게 실시하는 제도가 아닌 국제 기준에 맞춘 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신준수 식약처 과장은 “체외진단기기의 정확도가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식약처 허가 단계에서 전혀 정확도, 유해성 검사를 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결코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며 “우리나라만 이런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국제적으로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선진 사례 및 국제 기준에 맞춰 논의를 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만 이상한 기준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은 옳지 않다”고 역설했다.

복지부에서는 구체적인 제도 도입 배경 및 향후 방향성에 대해 밝혔다.

기존 신의료기술 평가 탈락 사유의 대부분이 임상적 문헌부족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평가를 사후평가로 돌리고 신기술에 대한 잠재가치를 추가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방침이 구체적으로 설명됐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과장은 “체외진단검사는 안전성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기 때문에 오진문제가 문제가 될 수 있고 식약처 허가에서 이를 걸러낼 수 있느냐의 문제로 쟁점이 생길 수 있다”며 “전체 면제가 아닌 선진입 후평가를 실시하는 것이다. 반드시 후평가를 통해 퇴출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신의료기술 평가 탈락 사유를 보면 대부분이 안전성 문제는 없고 90% 가까이가 임상적 문헌부족이었다”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의료기술을 만들어 문헌적 연구에 대한 시간이 부족해 탈락 사유가 됐다면 시장이 사장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에 별도 트랙을 마련해 문헌검토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연구결과 축적이 어려운 혁신 의료기술은 문헌 근거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잠재가치를 추가적으로 고려해 시장진입을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사후관리에 대해서는 체외진단기기가 선진입되는 의료기관을 체계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종합병원 이상으로 제한하며 사후 평가가 용이하도록 사용목적이 한정된 기기로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지속적으로 임상실시기관을 통해 환자 수, 임상통계 자료를 받아 분기별로 모니터링해 불필요한 추가적인 검사도 방지할 계획이라고 방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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