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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부부들에게 건강한 자연임신 희망 선물”
“난임부부들에게 건강한 자연임신 희망 선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8.12.10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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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 가톨릭여의도성모병원 산부인과 이영 센터장 

#. 자연임신 4번, 시험관 시술 6차례… 김모(48)씨는 연이은 임신 실패로 불안과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김씨는 `나프로 임신센터'를 방문해 17개월만에 임신에 성공, 지난 7월3일 제왕절개로 예쁜 딸을 출산했다. 그녀가 결혼한지 9년 만이다.

#. 인공수정 3번과 시험관 시술 4번에도 임신에 성공하지 못했던 결혼 6년차 양모씨(36)도 지속되는 임신 실패로 고민하던 중 나프로 임신센터의 도움으로 지난 5월4일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이 사례는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 임신센터'를 통해 임신과 출산을 한 난임 부부들의 이야기다.
`나프로 임신센터'는 지속되는 임신 실패로 몸과 마음이 지친 난임 부부들에게 시술이 아닌 `자연임신'을 통해 `희망의 불씨'를 살려 화제가 되고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 임신센터'의 이영 센터장을 만나 나프로임신법과 지금까지 센터의 성과 및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22만 난임 환자… `희망'을 전하다”

최근 우리나라 난임 부부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04년 12만7000여 명이던 난임 환자는 2016년 22만1000여 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남성 난임은 여성 난임보다 더 심하게 증가해 2011년 대비 2016년 난임 환자수가 5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난임 부부가 급증하는 이유로는 늦은 결혼과 출산을 비롯해 스트레스, 흡연, 전자파 노출, 유해환경 등이 꼽힌다. 이 같은 사회적 환경이 임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난임 부부들은 약물치료나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 등으로  아이를 갖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영 센터장은 “난임 부부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이를 갖기 위해 이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 정도에 불과하다”며 “시험관 시술을 통한 임신 성공률은 30% 정도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정부의 저출산 대책인 보조 생식술에 대한 지원으로 자연임신을 하려는 노력 없이 바로 시험관 시술을 시도하는 난임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문제는 시험관 실패로 인한 절망과 함께 신체의 손상이 기존의 `가임력'을 더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센터장은 “많은 난임 부부들이 여러 번의 시험관 시술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큰 충격과 상처를 받고 있다”며 “결국 임신이 되지 않았을 때 여성들의 경우 몸과 마음의 상처만 받은 채 아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 임신센터'는 난임 부부들에게 `자연임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센터”라며 “여성의 신체적인 건강을 지키면서 여성들이 자신의 건강 상태와 정보를 관리해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나프로 임신 = `자연출산조절법' 원리”

나프로 임신법은 인공적인 난자와 정자를 채취하는 시술이 아닌 점액관찰을 포함한 질분비물 관찰법(크라이튼 모델)을 이용해 여성 스스로 생리 주기를 관찰하고, 기록된 차트를 통해 의료진이 난임의 원인을 진단하고 치료해 가임력을 극대화시켜 자연임신이 되도록 돕는 기술이다.

즉, 기본적으로 여성이 매일 분비물과 점액의 상태를 기록해 몸 상태를 관찰하고 가임기와 비가임기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이뤄지며, 이를 통해 난임의 원인을 찾아 임신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나프로 임신법은 개인의 상황에 따른 맞춤 치료로 인공보조생식술에 비해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여성의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 협력적인 방법”이라며 “난임 치료를 강조하고 있지만 여성 건강관리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나프로 임신법은 꼭 임신이 되지 않더라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과정에서 여성의 건강과 가정의 행복, 임신에 대한 의미와 아기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것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험관시술이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1차적으로 자연임신법을 통해 난임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 시도함으로써 의료비 절감과 함께 환자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데 적합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센터장은 나프로 임신법이 `낙태'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점액 관찰법은 피임을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며 “성지식이 없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점액 관찰법을 통한 배란주기만 알려줘도 낙태를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도입까지 1년, 성공률 30%”

나프로 임신법이 국내 최초로 도입된 것은 2016년 1월이었다. 그러나 나프로 임신법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되기까지는 약 1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 센터장은 “나프로 임신법은 40여 년 전 미국인 산부인과 의사 토마스 힐저스가 개발하고 미국 교황바오로 6세 연구소가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자연출산조절법”이라며 “`생명존중'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가톨릭의료원은 이 방법을 도입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연구소와 연결이 쉽지 않아 의료진을 파견할 수 없었다”며 “2015년 미국 연구소와 연결이 되면서 같은 해 10월 저와 조미진 간호사가 파견돼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나프로 임신법의 국내 첫 도입 이후 1년여 만에 나프로 임신센터를 이용한 247명(9월말 기준) 중 27.5%인 65명이 임신에 성공했다. 그는 “현재 임신 성공률은 27.5% 정도로 첨단 과학·의술로 `무장'한 고가의 난임 시술과 유사한 결과를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센터장은 인력이나 시설이 부족해 난임 환자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의사 3명과 전담간호사 3명이 센터를 이끌어가고 있다”며 “우리 센터는 돈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매월 60여명의 새로운 대상자를 받으면서 약 300명을 진료하고 있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난임부부들이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센터소속인 길기철 교수가 미국에서 `Practitioner(프렉티셔너, 교육담당)'과 `Medical Consultant(MC, 전문의사)'를 교육할 수 있는 자격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신법 `전도' 목적…수가도 재정돼야”

`점액법'은 의대 교육과정에 있어 의사라면 누구나 아는 지식이지만 그동안 자연임신법 보다 피임법으로 많이 사용·적용돼 왔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그는 나프로 임신법을 국내에서 교육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지면 많은 의료기관에서 어렵지 않게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센터장은 “센터가 소개되면서 여러 의료기관에서 교육에 대한 문의가 오고 있지만 아직 도입 초반이고 국내에는 아직 자격 인증을 부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길기철 교수가 몇 년 내에 `에듀케이터' 자격을 취득하면 본격적으로 국내의 나프로 임신법 확대를 위해 노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센터가 개소한지 이제 1년이 됐고, 그동안 우리나라 난임대상자에게 맞는 진료시스템을 만들어왔다”며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어느 정도 전체적으로 체계가 갖추어진 후 나프로임신법 도입을 원하는 의료기관에 시스템을 전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나프로 임신법 도입 이후 난임부부를 대상으로 교육과 치료를 시행하는 한편 그 밖의 산부인과적 건강관리에도 나프로 임신법을 활용하고 있다. 단순히 미국의 프로그램을 100%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실정에 맞는 진단 및 검사 시스템도 갖춰나가고 있다.

특히 이 센터장은 나프로 임신을 위한 교육과 상담에 대한 수가가 책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진 진료 후 부부가 함께 입문교육을 받고 이후 3개월간 점액관찰, 기록법에 대해 교육을 받으면서 심리상담도  이뤄지는데, 이에 대한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프로임신법도 신의료기술로 등록되기 전이라 난임부부들이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험관 시술을 하는 기관의 검사 대부분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향후 나프로임신법에 대한 교육과 심리상담, 진료의 수가가 책정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신이 되고 출산하는 난임대상자들을 보면서 의사로서 보람을 느낀다”면서도 “10년 전부터 도입됐다면 많은 환자들의 정신적·신체적 고통과 아픔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아쉽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어 “센터 개소 1년간 난임부부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기 위해 정신없이 지내왔는데, 그들에게 도움이 돼야겠다는 신념이 더 강해진 것 같다”며 앞으로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센터장은 “우선 작게는 가톨릭의료원 산하 7개 병원부터 나프로 임신법을 소개하고 강의해 진료시스템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진료방법에 대한 다양한 교육을 준비해 난임 부부들에게 아픔이 아닌 `웃음'을 드릴 수 있도록 해 센터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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