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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과실로 구속까지 `처벌 만능주의' 심각 수준
의료과실로 구속까지 `처벌 만능주의' 심각 수준
  • 의사신문
  • 승인 2018.12.0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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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사례 Ⅲ : 업무상 과실로 인한 의료인 구속, 법적 문제점은?
전성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변호사)

최근 수도권 모 병원의 의료인 3명에 대하여 법원이 오진을 이유로 금고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한 사건이 있었다. 의료계는 즉각 크게 반발하였고, `의사의 오진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가 형벌권의 과도한 남용으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8세 아동이 사망한 이 사건에 대하여 안타까워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모 만큼은 아니겠지만, 그 아동을 진료한 의사들도 자신의 오진으로 인하여 아동환자가 사망한 것에 큰 심적 고통을 받을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법원으로 대표되는 국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오진한 의사들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인신을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법원의 판단이 이례적인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의료인 구속의 법적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의료과실의 의미를 쉽게 풀면, `그 환자에 대하여 같은 과 전문의들이라면 하였을 만큼의 진료를 하지 않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환자의 건강이 나빠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의사는 원론적으로는 `최선을 다하여' 진료하여야 하고, 실무적으로는 `같은 과 전문의들 만큼' 진료하여야 한다. 이에 못 미치는 경우, 의료과실은 업무상과실로 처벌될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오진이라고 표현하지만 법적으로는 업무상과실의 하나로 보며, 오진을 다른 업무상과실과 구분하여 크게 달리 보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심각하지 않은 오진은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다른 업무상과실에 비하여 법원이 다소 관용적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그런데 중과실에 해당하는 심각한 오진의 경우 문제가 된다. 이 사건의 경우 3명의 의사가 4차례의 진료를 보았는데, 첫 진료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X레이를 촬영하고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을 보고하여, 두 번째 진료부터는 이러한 X레이 사진 및 영상의학과 전문의 보고서를 확인 가능하였다. 또한 네 번째 진료에서 다시 X레이를 촬영하였다. 그렇지만 법원은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의사들이 이 X레이 사진 및 영상의학과 전문의 보고서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였고, 이러한 기초자료의 검토 누락으로 인한 오진을 심각한 오진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일반적 기준과, 아래와 같은 법원의 사실 인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은 통상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판결이다.
그러면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인가? 필자는 적어도 아래의 점에 있어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첫째, 선행 민사사건에서의 법원의 판단과 일부 배치되는 판단을 한 것이다. 선행 민사사건 법원은 진단상 과실과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여러 이유를 들어 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하였다. 이 책임제한은 소아의 경우 외상성 횡격막 탈장 가능성 자체가 매우 희박하다는 점, 그 조기 진단이 어렵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이다. 그러나 의사들에게 실형을 선고된 것을 보면, 형사사건 법원은 이러한 점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민사사건 법원의 선행 판단과 배치될 수 있으며, 규범의 수범자인 당사자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

둘째, 인신구속이 합의 또는 배상 강요의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원칙이 침해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민사소송이 제기되어 법원의 판단을 받은 후 형사고소가 진행된 특이한 진행경과를 보였는데, 통상 유족들이 가해자의 처벌을 바라는 경우 민사보다 먼저, 또는 민사와 병행하여 형사고소를 제기하는 것이 통상적임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서, 그렇다면 후행 형사고소가 추가배상을 목적으로 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형사사건 법원은 “유족이 적절한 배상을 받지 못하였다”는 점을 이 사건 판결 이유로 들고 있는 바, 이러한 점을 볼 때 의사들이 추가배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이 구속의 주된 이유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셋째, 설령 합의를 유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과도한 수단을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추가배상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정치인 관련 사건에서와 유사하게) 실형을 선고하되 법정구속은 하지 않음으로써 항소심 판결시까지 시간을 주어 합의를 유도하는 방법도 충분히 고려가능하고, 게다가 피고인들이 도주의 우려가 없는 현직 의사들임을 감안할 때 굳이 법정구속이 필요하였던 사안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

`To Err is Human'이라는 당연한 격언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행위를 하면서 실수나 판단착오를 피할 수 없고, 게다가 그 행위가 예측불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의료행위라면 더욱 그러하다. 처벌만능주의에 기울지 않고, 의료사고종합보험제도의 도입 및 가칭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의 제정을 통하여 의사들이 위축됨 없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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