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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 명소 지나면 곡교천 따라 동양화 펼쳐져
사진촬영 명소 지나면 곡교천 따라 동양화 펼쳐져
  • 의사신문
  • 승인 2018.11.1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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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40〉  `아산 은행나무길'

가을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도 최고는 단풍일 것이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 풍경을 생각만 해도 멋진 작품이 그려진다. 가을 단풍을 대표하는 나무는 아마도 빨강으로 대표되는 단풍나무와 노랑으로 대표되는 은행나무이다.

10월의 깊어지지는 가을을 느껴보기 위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찾아 충남 아산으로 향한다. 현충사로 이어지는 길인 아산 은행나무길은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우수상을 받은 곳이다.

■붉은 노을과 노란 은행나무들로 꾸며진 아름다운 거리 숲
가을의 완연한 기운과 함께 조금은 느려진 일출 시간에 해님을 맞이하러 새벽 6시에 서둘러 은행나무길로 향한다. 가을비로 말끔해진 풍광과 함께 새벽 공기를 가르며 한적한 도로를 달리니 7시가 채 안돼서 목표점에 도착한다. 멀리 산 너머로 천천히 떠오르는 붉은 해님이 은행나무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하천 옆 가지만 남은 나무에 걸쳐진 해님은 새벽부터 기다린 사진작가들에게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한 멋진 작품을 선사해준다.

은행나무길 시작점에는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출사를 나와서 카메라 앵글을 잡느라 바쁘다. 갑자기 싸늘해진 날씨에 추워 보이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모델을 하는 아가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모델과 작가들이 열심히 주고받는 얘기를 가까이 가서 들어보니 우리말이 아닌 낯선 중국말이다. 사진동호회 멤버들끼리 저 멀리 이국에서 이곳까지 출사관광을 온 모양이다. 아산 은행나무길이 사진 찍기 장소로 세계적 명소가 된 느낌이다.

이어지는 은행나무 거리 숲길에는 잘 생긴 하얀 견공이 모델이다. 멋진 애견유모차를 타고 은행나무 거리를 배경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이 웬만한 모델 빰칠 정도로 훌륭하다. 사진작가들의 카메라들이 저 멀리 다른 대상으로 초점이 맞춰진다.

아장아장 엄마 손을 잡고 걸어오는 천진난만한 아기의 모습이다. 그 뒤로 열심히 뛰어오는 건장한 어르신이 또 다른 모델이 되어준다. 숲터널의 색깔은 중간중간 노랗게 물들지 않은 나무들이 섞여서 초록과 노랑의 얼룩무늬이다.

■코스모스와 함께 가을의 향기를 음미하며 걷는 곡교천 수변길
350여 그루의 아름드리 은행나무 호위를 끝으로 현충사로 들어가는 길이 한창 공사 중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시고 애국충절의 업적을 기리는 사당인 현충사는 우리 에게는 옛 추억이 스며있는 곳이다.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시절 캠퍼스 근처에 있던 현충사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사랑을 받았다. 30여 년 전 어느 봄날, 따뜻한 햇살 속에 빛나는 초록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을 스쳐지나간다.

반환점에서 돌아갈 때는 은행나무길 옆으로 나란히 흐르는 곡교천을 따라 조성된 수변길을 여유롭게 걸어본다. 보석처럼 빛나는 푸른 수면을 중심으로 단풍길이 어우러져 한 폭의 멋진 동양화가 그려진다.

외로이 물가에 서 있는 나무에는 붉은 벽돌색으로 물든 잎들이 떠나기 싫은 듯 손을 꼭 잡고 있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은 나무를 배경으로 추억의 사진을 만드느라 발걸음을 멈추고 순서를 기다린다.

수변 공터에는 가을을 대표하는 코스모스들이 군락을 이뤄 찾아온 사람들에게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바람의 뜻을 반하지 않고 한들한들 춤추는 코스모스 꽃들의 한가함에 우리도 잠시 빠져든다.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느림의 미학을 느끼며 커피 한 잔의 여유도 맘껏 즐길 수 있는 고마운 길이다. 시간이 허락되면 완벽히 물들었을 때 다시 와보기로 약속하며 2.1km, 1시간여의 걷기 일정을 마무리한다.

■여행 TIP.  2015년부터 매년 10월에 가을 풍경과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은행나무길 축제가 열린다. 주변에는 현충사, 장영실과학관, 외암민속마을, 지중해마을과 온양온천 등 볼 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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