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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역량 갖춘 인본주의적 의사 절실 <4>
임상역량 갖춘 인본주의적 의사 절실 <4>
  • 의사신문
  • 승인 2006.10.2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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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양성제도의 타당성

최근 의학교육은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전통적인 고졸 후 6년제 학제에서 학사입학을 근간으로 하는 전문대학원제도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세 정부를 거치면서 줄기차게 진행되어온 정책적 의지의 산물이다. 이 시점에서 의과대학 입학 시점에 관한 논의는 뒤로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의학교육제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의사양성제도의 타당성을 투입, 과정, 산출에 의한 결과의 관점에서 정리하여 본다. 그리고 논의를 위하여 의사양성제도의 기본적인 목표를 세계보건기구와 세계의학교육연맹이 제창한 `일차진료의사 양성'을 전제로 한다. 여기에서 일차진료의사 양성의 용어 사용상 오해의 여지가 존재한다. 본래의 의미는 일차 진료가 가능한 의사 즉, 환자를 접하였을 경우 대화를 통하여 정보를 획득하고 진찰소견을 작성하여 문제를 파악하고 차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차후 조치라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하여 검사의 명령이나 다른 의사 혹은 병원으로 환자를 전달시킬 수 있는 종합적 능력을 지칭한다. 굳이 병리학적용어로 표현한다면 다원적잠재능력을 보유한 미분화된 의사(pluripotential undifferentiated doctor)를 양성하는 것이다.

투입 앞에서 언급한 의사양성 교육의 공통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의과대학 4년 동안 질병의 과학적 해석과 대처가 가능하도록 전통적인 기초자연과학이 도입되어 있다. 최근 세계의학연맹은 전통적인 8개 과목으로 표현되던 기초의학교육의 학문적 내용을 13개 분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방대한 양의 기초과목이 단 1년 반 혹은 2년에 이루어지고, 그나마 방학과 시험을 제하고 나면 약 6개월 이내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단기간 동안에 학생들이 소화해야할 지식의 양이 너무 많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학생들은 자연과학적인 전문용어와 단어에 익숙하여지나 과학적인 사고방식이나 탐구정신의 발달 혹은 과학적 흥미를 오히려 상실케 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임상교육도 질병의 과별 분류를 강의를 통하여 교육시키고 있다.

그러나 질병의 과학적 접근법은 과학의 발달이 가져온 축소지향적이고도 미세분석적인 시각으로 인간의 거시적인 접근을 차단하고 환자를 비정상 기관이나 불량 세포의 부품으로 의학적 시선의 축소 현상을 유도한다. 당연히 인간에 대한 전체적인 접근을 위하여 자기 성찰적 학문인 인문사회의 분야의 확충과 도입이 최근에 회자 되고 있고 이제 교육과정의 개편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과정 현재 대부분의 교육방식은 교과목위주의 교육이다. 통합교육을 위한 노력이 줄기차게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 본격적인 성인교육의 수준은 못 미치고 있다. 각 교실은 혹은 담당교수들은 타 학과 혹은 타 교수가 무엇을 하는지는 관심이 없고 각 교실이나 자신들이 설정한 학습목표에 의하여 전체적인 목표나 산출물은 고려하지 않은 채 교육을 시키고 있다. 당연히 이러한 분화된 교육이 합쳐졌을 때 교육의 불필요성 중복, 교육의 낭비, 혹은 전체적인 조화의 결여 또는 인간에 대한 총체적 종합적 이해를 요구하는 고등 사고능력의 결여를 갖고 오고 있다. 각 교실별로 바라보는 의학의 관점에서 최대한의 많은 양을 단기간에 넣어주려는 초고속도로 진행되는 강의 형태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성찰을 하여보거나 혹은 자기 자신이 하고 있는 학습에 대한 환류 또는 복습에서 확인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은 제도에서 양성된 의사들이 자신들의 튼튼한 암기력과 무자비한 교육과정에서 살아남은 생존 전략, 그리고 암기능력측정 학습평가에 대체로 무비판적이며 경쟁적이며 이기적인 인간으로 양성될 수 있는 함정이 있는 것이다. 의학이 인간에 대한 학문이라면 이렇게 비인간적이고도 무자비한 과정을 겪어야 되는 가에는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산출 앞에서 언급했듯이 기본의학교육을 완성된 사람은 일차 진료가 가능하여야 함이 옳다. 임상실습이라 함은 실제로 학생들이 환자들과 업무를 통하여 배우는 학습이다. 직접적 경험을 전제로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부분 간접경험을 통하고 있다.

혹자는 이것을 유람 실습 또는 관광 실습이라고 빗대어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결과는 막상 의과대학을 졸업하였어도 환자와 조우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의사를 만들어 낸다. 아마도 오늘날 선진국에서 배출하는 의사와 우리가 배출하는 의사의 가장 큰 능력 차이는 임상실습에서부터 벌어지고 있다. 선진국의 임상실습이란 학생들을 현장에 투입하여 직접 통제되고 안전한 상황에서 학생의 직접 진료가 가능하게 되어있다. 이를 바탕으로 임상적 역량과 종합적 사고능력을 발달시킨다. 직접경험을 위하여서는 환자와 대화하고 진찰하는 방법의 능력보유가 전제 되어야 하나 오히려 이러한 교육을 차상급 교육으로 미루기도 하며 제대로 갖추지 못하여 간접경험이 안전해 보이기도 한다. 당연히 실습학생, 인턴과정은 환자의 직접경험보다는 단순노동이나 매우 기본적이고도 사무적인 일에 국한되어버리기도 한다.

#교과목위주 유람 · 관광실습 문제

결과 의과대학생이나 전공의 교육을 마친 의사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이 받았던 양성제도에 대한 소감을 피력하면 대개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내용과 매우 고통스럽고 유쾌하지 못했던 기억을 연상시키곤 한다. 또 반대로 의학을 사용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의사들에 대한 이미지를 물어본다면 상당수는 의사는 매우 바쁘며 참을성이 없고 잘 들어줄 줄 모르고 잘 돌봐주지도 않으며 우월주의에 휩싸인 고소득 지향주의 인간으로 폄하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의사양성제도는 아직도 친 사회적이고 인본주의적인 의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고 일차진료능력도 불충분한 상태에 있다. 이제 전문대학원 전환에 발맞추어 본격적으로 성인교육과 인본주의에 입각하고 충분한 임상적 역량을 갖춘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적 개선의 계기를 마련하여야 한다.



 

 안덕선 <고려의대 의학교육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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