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스바루 정비공장 방문
스바루 정비공장 방문
  • 의사신문
  • 승인 2010.07.14 1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승도 하기전 차를 '리프트'에서 보다

요즘은 시승을 예전만큼 하지는 않고 있다. 우선 슬프게도 새로운 차가 별로 없다. 차들은 대부분 있는 차들의 변형이나 업그레이드 정도다. 최근에 시승을 생각하고 있는 모델은 시빅과 스바루의 포레스터 정도다. 혼다는 자전거로 지나다니는 경기고등학교 입구쪽에 매장과 정비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집근처에 스바루의 매장이 있는 것도 몰랐다. 강남쪽의 매장은 강남구청근처에 있다. 하지만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시승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영동대교를 건너오면 경기고등학교 조금 못 미친 곳에 스바루의 정비 공장이 자그맣게 있다. 지나가다가 들러서 차를 고치는 것을 보고 정비사랑 이야기를 먼저 나누고 그 다음에 매장을 가보게 되었으니 묘한 첫 방문이다. 그래서 매장에 전시된 차가 아니라 정비된 차와 기존의 직수입된 구형 스바루를 구경하는 것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호기심이 일어나서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Q〉 스바루의 부품과 정비공임은?(차는 언젠가는 망가지게 되어 있다)

A〉 비교적 저렴하다고 하는 닛산보다 더 저렴하다고 알고 있다.(닛산은 잘 모르지만 비싼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판단했다)

Q〉 내구성은 어떤가?(차를 오래 타는 사람에게는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A〉 과거에 수입된 차들이 큰 문제없이 다니고 있다. 누유나 부식도 별로 심하지 않았다.(이점은 참 좋은 점이다)

Q〉 정비성은?

A〉 보다시피 엔진 룸안이 훤히 보이고 손이 잘 들어가지 않는가?(분명히 그랬다.)

Q〉 터보 버전은 더 골치 아픈가?(예전에 아주 복잡하게 튜닝한 임프레자가 떠올라서)

A〉 터보는 엔진의 상부에 간단하게 붙는다. 하지만 이번에 수입되는 차종들은 모두 자연흡기다.

Q〉 엔진이 수평대향이면 타이밍벨트가 2개인가?

A〉 당연히 그렇다.(당연히 그런 것은 맞다. 헤드가 2개니까 캠벨트도 2개다)

그래서 엔진의 위아래를 여기저기 보면서 리프터 밑은 기웃거리며 기술적인 질문을 했다. 아무튼 묘한 구경이었다. 손수 엔진을 오버홀해서 타고 다니는 매니아는 별로 없을 거라고 농담도 하면서. 완차라기 보다는 리프터에 올라간 차를 먼저 보았으니 순서가 뒤바뀌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솔직한 경험을 더 좋아한다.

엔진은 정말 기묘한 위치에 그러나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게 배치되어 있었다. 아마 임프레자(아반떼)급으로 수동의 자연흡기 모델이 있었으면 지금 벌써 비자금을 모으기 시작했을 것 같다. 미국에서 임프레자는 아반떼의 경합 모델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2000만원대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래도 상시 4륜에 수평대향 엔진이다.

여러 매체에서 스바루 차량들의 시승기가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익숙해지려면 몇 년은 걸릴 것 같다. 사람들이 장점을 발견한다면 차량의 인기는 상승할 것이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맛깔스럽게 차를 꼭 타보고 싶은 시승기를 쓰는 재주를 갖고 있지 않은 필자로서는 칙칙한 시승기를 쓰고 큰 기대가 될 만한 무엇을 남기지도 않는다. 겁이 많아서 차를 처음에는 한계까지 몰지도 않는다. 타이어의 접지력 같은 것을 파악하는 신비로운 재주도 없다.(하지만 전혀 다른 시승기를 쓴다는 것은 분명했다.)

아무튼 시간이 문제다. 시간을 만들어야 몇 종류의 차를 차분하게 몰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타보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요즘은 타깃이 너무 많고 시간은 여기저기 필요한 곳이 너무 많다. 차라리 안달하던 시절이 더 재미있었다고 볼 수 있다.

컴퓨터, 책읽기, 음반, 오디오, 디카, 자동차 그리고 요즘은 자전거까지 사실은 많은 시간을 퍼주어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구입이나 대여에도 돈이 들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시간이 들어간다.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또 시간이 들어간다. 음반같은 경우는 아주 심하다. 아주 많이 듣는 음반이 있다면 그것은 시간을 많이 들인 음반이다. 그러나 이런 기묘한 소비나 투자가 없으면? 이런 경제학은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되묻는 질문이기도 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아주 애매한 지점에서 밸런스나 타협이 이루어지곤 한다. 못하는 일도 많다. 자동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밸런스를 뒤집는 것은 열정이 높아지는 마법적인 한 때 뿐이다. 지름신을 만나기도 한다. 주제들은 이 순간에도 사람들의 시간과 관심을 놓고 서로 다툰다.

모차르트가 현대에 태어났다면 자신의 곡을 연주한 음반들의 백분의 일도 다 듣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모차르트는 작곡을 하고 있는 편이 생산적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을 빼앗고 관심을 끌려는 광고의 폭격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정도도 아니고 그냥 홀려서 산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