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사 10월호 낭만닥터 인터뷰(배종우 강동경희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서울의사 10월호 낭만닥터 인터뷰(배종우 강동경희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의사신문
  • 승인 2018.09.1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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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만 치우친 사람보다는 사케처럼 다양하고 폭넓은 사람이고파”

배 교수는 내년 2월 정년퇴임한다. 그 기념으로 <사케에 묻고 사케에 답하다>라는 책을 펴낼 예정이다. 한평생 의사로서 사회에 공헌해온 그와 사케라…. 그는 기키자케시(利き酒師), 즉 사케 소믈리에 과정까지 마스터했다고 웃어 보이면서 기자의 의아함을 호기심으로 바꾼다. 사케의 매력에 푹 빠진 배 교수와의 함께 사케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배종우 교수

# 사케, 새로운 세계로 이끌다 

배 교수가 준비 중인 <사케에 묻고 사케에 답하다>는 하나부터 열까지 그가 직접 기획·구상한 책이다. 술의 총론부터 사케의 기본 지식, 제조 과정, 응용 지식, 한국의 청주와 일본 사케 수입 현황… 사케의 모든 걸 담고자 했다. 1991년 1년 반 동안의 일본 연수 후에도 160회 이상 학회나 여행으로 일본에 자주 다닌 그였지만, 당시만 해도 사케의 세계는 잘 몰랐다. 왜 하필 그는 수많은 술 중에도 사케에 꽂힌 걸까. 

“사케 마실 기회가 참 많았는데, 사케의 분류나 종류에 대해 전혀 몰랐습니다. ‘준마이다이긴조가 가장 비싸고 좋다’는 말에 저 또한 당연히 그런 줄로만 알았죠. (웃음) 2014년 서울에 위치한 작은 일식당의 주방장 겸 주인의 이름이 적힌 기키자케시 자격증을 보고 사케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곧장 숭실대학교 문화교육센터에서 진행하는 사케 소믈리에 코스를 6개월간 다녔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요? 사케를 공부할수록 그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이후 배 교수는 사케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해나갔고, 지금은 기키자케시(사케 소믈리에) 자격증을 보유한 사케 전문가가 됐다. 배울 만큼 배워 더 배울 것이 있을까 싶지만 그는 아직 ‘미완성’이라고 말한다. 여전히 그는 사케의 세계를 더 알고 싶어한다. 그 열정은 일상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키자케시 자격증을 취득한 후, 그간 마신 사케의 라벨을 제 방 벽면에 다 붙여놨습니다. 사케 병을 뜨거운 물에 불리면 라벨이 깔끔하게 떨어지더군요. (웃음) 일종의 수집, 기록에요. 또 매년 10월 1일 일본에서 열리는 ‘사케의 날’에도 참석했고, 일본 양조장을 방문하기도 했죠. 사케에 대한 지식을 직접 습득하는 과정은 매우 재밌고, 유익합니다.”

# 기본을 알아야 제대로 즐긴다 

우리나라는 사케가 대중화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사케에 대한 사소한 오해가 많다. ‘사케는 비싼 게 좋다’, ‘사케는 데워 먹어야 맛있다’, ‘사케를 먹으면 머리가 아프다’… 사케를 잘 모르는 사람라면 이런 편견 하나쯤은 있을 터. 배 교수는 고정관념을 깨고 사케의 기본부터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술은 증류주, 혼성주, 양조주(발효주)로 나뉩니다. 증류주는 발효한 액체를 증류해 술을 얻는 방법으로 전통 소주, 위스키, 데킬라 등이 있죠. 혼성주는 양조주와 증류주가 기본 원료로 여기에 과실이나 향초 등을 혼합한 술입니다. 우리나라의 인삼주, 더둑주, 외국의 캄파리, 깔루마 등이 속하죠. 특히 양조주는 과실이나 곡물을 원료로 하는 발효방식의 술입니다. 막걸리, 사케, 맥주, 와인 등이 여기에 속하죠. 특히 발효방식에는 단순발효와 복합발효가 있는데요. 단순발효인 와인과 다르게 사케는 복합발효로, 발효 후 여과 과정을 거친 뒤 저장하는 단계와 출하 직전에 살균 과정을 거쳐 아주 깨끗하고 오묘한 맛을 냅니다. 불순물이 덜 하기 때문에 오히려 숙취가 덜하죠.” 

아울러 배 교수는 사케는 기호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고 말하며, 맛과 향 그리고 제조법에 따른 사케 분류법을 소개했다. 

“사케는 제조방식에 따라 큰 3개의 카테고리로 나뉩니다. 첫째, 준마이 계열은 각각의 정미보합율에 따라 준마이슈, 토쿠베츠준마이슈, 준마이긴죠, 준마이다이긴죠이며 이는 쌀, 누룩 쌀, 물로만 만들고 알코올을 첨가하지 않는 그룹입니다. 이 그룹에는 이름에 모두 준마이가 들어 있지요. 둘째, 혼죠조 계열은 각각의 정미보합율에 따라 혼죠조, 토쿠베츠혼죠조, 긴죠, 다이긴죠이며 이는 쌀, 누룩 쌀, 물로 만들고 알코올을 첨가하는 그룹입니다. 이 그룹에는 이름에 모두 준마이라는 글자가 없죠. 셋째는 후츠슈(普通酒) 계열의 일반주입니다. 
또한 사케는 맛과 향에 따라 4가지로 분류됩니다. 첫 번째 훈주 계열은 향이 짙지만 맛은 화이트 와인처럼 가볍습니다. 두 번째 상주 계열은 아무 맛도 향도 없는 듯 부드럽고 단순한 맛이라 가장 대중적입니다. 세 번째 순주 계열은 향이 진하지 않지만 누룩의 감칠맛이 진해 깊이 있는 맛입니다. 네 번째 숙주 계열은 맛과 향 모두 진한데, 고주(苦酒)가 여기에 속하죠. 이 분류법을 알면 마시고자 하는 사케의 특징을 고려해 차게 마시거나 데워 마시면 됩니다. 사케는 데워먹어야 한다는 오해는, 저렴한 사케의 약간 역한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데워먹던 과거에서 온 잘못된 개념입니다. 

또 제조법에 따라 나뉘는 사케의 주재료는 주조 호적미(사케용 쌀)입니다. 그러나 쌀 껍질에는 불순물이 많아 중심부를 남기고 깎아내죠. 이를 정미보합률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낮을수록 더 좋은 술입니다. 대개 ‘준마이다이긴조가 최고’라고 아는 사람이 많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준마이다이긴조와 다이긴조는 동급입니다. 사케는 개인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마시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 분류법만 안다면 사케의 골라 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웃음)”

# 배 교수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팁 

평소 술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점점 쌀쌀해지는 이맘때부터 소주나 사케 등을 찾기 마련이다. 이미 각종 모임마다 선호도, 연령층에 맞는 사케를 추천하는 일을 도맡는 배 교수에게 <서울의사>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사케와 음식을 물었다.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사케 이야기를 이어가던 배 교수는 신중한 태도로 고심했다. 

“어떠한 브랜드를 추천하기보다는, 준마이긴조나 긴조 종류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종류에서 맛과 향을 고려해 식전주로는 훈주 계열을, 식사주로는 상주 계열이나 순주 계열이 좋겠지요. 제법 쌀쌀해지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한 번쯤 맛보시면 어떨까요? 이 계열의 사케는 데울 필요 없이 실온에서 마시면 더 좋습니다. 무엇보다 가을 최고의 안주는 풍성한 과일과 살 오른 생선입니다. 함께 곁들이면 따뜻한 가을밤을 보낼 수 있으실 겁니다.”

덧붙여 배 교수는 막걸리, 소주, 맥주에 비해 비싼 사케 가격 때문에 대중화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주재료 자체가 보통 쌀보다 1.5배 비싸고, 제조 과정에 참여하는 전문가 장인들의 인건비, 수입 관세 등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사케는 오래 두면 식초가 됩니다. 그래서 빨리 마시는 게 좋습니다. 또 모든 과정이 냉장이어야 하죠. 대중화에 여러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래도 관심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면 좋은 사케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이자카야가 분명 있습니다. 한두 곳 찾아두면 사케와 가까워지기 좋을 겁니다.”  
 
# 인생 2막, 다시 꿈을 꾸다 

신생아학을 전공한 배 교수는 우리나라 미숙아들을 살리고, 키워내는 데 한평생 전력을 다했다. 특히 1991년 일본에서 폐표면활성제 치료법을 배워 1992년 우리나라에 최초 도입해 많은 미숙아의 생명을 살렸다. 이후 우리나라 미숙아 생존율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뿐만 아니라 30년간 우리나라 신생아 역학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 및 논문화했고, 이는 국가 정책의 기본자료에 반영됐다.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고, 그 아이들이 건장한 어른으로 성장해 국가의 미래가 되는 데 기여한 것이다. 이렇듯 사회에 크게 공헌했음에도 그는 그저 덤덤하다. 

“의사로서의 삶을 돌아보면 제가 살린 아이가 입대한다고 찾아왔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이제는 정년을 앞두고 있으니 후학들이 이어받아서 잘 이끌어줄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저출산 문제만 생각하면 지금도 걱정이 앞섭니다. 국력이 인력인데 말이죠.” 

배 교수는 긴 시간 자신의 본분에 충실히 임해왔다. 늘 남보다 앞서 생각하고, 선제적으로 행동하려 노력해왔다. 그의 발자취가 이를 증명한다. 그런 그가 이제는 인생 2막을 눈앞에 뒀다. 그가 이루고자 하는 새로운 꿈과 계획은 무엇일까. 

“사케와 관련된 책을 내는 것, 1년 동안 직접 일본 양조장에서 주조 호적미를 심고 키워서 내 라벨이 붙은 사케를 만드는 것, 기회가 된다면 ‘사케’를 테마로 기획한 여행 프로그램에 출연해보는 것. (웃음) 이 세 가지가 지금의 계획이고 꿈입니다. 책은 진행 중이고, 1년 동안 사케 만들기 프로그램도 이미 진행 중이라 내년 2월에는 제 이름의 라벨이 붙은 사케를 들여와 정년퇴임 기념으로 지인들에게 나눠주려 해요. 특히 내년 4월부터는 이 프로그램을 지인들과 함께할 예정입니다.”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그의 첫걸음은 순조롭다. 11월에는 대한의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 ‘배씨가 꾸미는 술 이야기’라는 제목의 강의와 세계 사케 소믈리에 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누군가는 음악을, 미술을, 운동을 취미로 삼듯 배 교수는 사케를 공부하고 마시는 것을 취미로 삼아 진정으로 즐기고 있다. 순수한 애정과 열정으로 그가 꾸려나갈 인생 2막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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