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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 중절수술 전면거부…“비도덕적 의사 될 수 없다”
산부인과 의사, 중절수술 전면거부…“비도덕적 의사 될 수 없다”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8.08.28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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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혼란 책임은 정부에 있어…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해야”
“현 시간부로 대한민국 산부인과의사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전면 거부한다. 다만,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정부가 모든 혼란과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28일 오전 8시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 7층 대회의실에서 ‘인공임신중절수술 전면거부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인공임신중절 정책이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지만,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며 밤을 새우는 산부인과의사가 비도덕적 의사로 지탄받을 이유는 없다”며 인공임신중절수술 전면거부를 선언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보건복지부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8월 17일자로 공표·시행하면서 ‘형법 제270조를 위반해 낙태하게 한 경우에는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산부인과 의사를 비도덕적이라고 낙인찍고 처벌의 의지를 명문화 한 것이라며 “OECD 30개 국가 중 23개국에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이번 복지부의 정책은 ‘사회적·경제적 적응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석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국민들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이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정부의 법적용으로 산부인과의사들은 현 시간부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거부한다.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봉식 분만병원협회장은 “정부정책이 너무나 성급하다. 공청회를 거쳤다고 하지만 처벌위험에 놓인 산부인과 의사들과 구체적내용이 검토되지 않았다. 처벌보다 여성건강에 초점을 둔 좋은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며 이번 현안은 현실적으로 접근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번 복지부 개정안 관련 근거가 되는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대해서도 1973년 개정 이후 현재까지도 의학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문제제기를 했다.
 
의사회는 “유전학적 장애가 있거나 임신 중기 이후 태아에게 별 영향을 주지 않는 전염성 질환은 모체 질환이라는 이유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허용하는 반면, 무뇌아 등 생존이 불가능한 선천성 기형에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며 가혹한 입법미비”라며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
 
또한 “이미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우리나라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불법 인공임신중절의 원인 및 해결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여성과 의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 것이다”며 “이번 정책으로 임신 중절수술의 음성화를 더욱 조장해 더 큰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김동석 회장은 “인공임신중절이 금지된 나라의 한 산모는 소독도 안 된 집에서 혼자 중절수술을 했다고 한다. 해당 산모에게는 중절수술이 간절했던 것이다”며, “서양의 경우도 임신중절에 대한 많은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우리나라도 의견을 통합해 대안책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원영석 총무이사는 “산부인과의사들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전면거부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환자들의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 이제 더 많이 올 것이다”며, “합법적 중절을 제외하고 90% 이상의 산모가 사회경제적 이유로 수술을 받는다고 알고있다. 이번 정부의 법적용으로 돈 많은 사람들은 외국으로 가겠지만 사회경제적으로 힘든 환자들은 그조차도 불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경제적으로 힘든 환자들은 피임에 대한 인식도 부족 하다. 이러한 환자가 중절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출산해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인공임신중절은 궁극적으로 여성의 건강과 직결돼있다.”고 했다.
 
신봉식 분만병원 협회장은 “정부의 이번 법적용으로 인해 임신중절수술은 음성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인터넷을 통한 불법약물의 오남용과 더불어 불법유산을 조장하는 분위기도 형성될 수 있다. 해외원정수술 가능성도 분명히 커졌다”고 전했다.
 
이어 신 회장은 “선천성 무뇌아나 심한 복합성 선천성 심장기형 같은 출생 직후 바로 사망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도 현재 법적으로 유산이 불가하다. 이러한 경우 산모가 분만실까지 임신을 유지해야하는지 의문이다”며, “이런 경우 임신 유지 시 발생할 수 있는 임신성 당뇨, 갑상선 질환 등에 임신성 고혈압같은 내분비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단순히 법적용을 하는 것에 앞서 임산부와 그 보호자들의 입장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산부인과의사회는 임신중절수술에 대한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낙태죄 처벌 형법과 관련한 모자보건법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현실과 괴리가 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낙태 위헌여부에 대한 헌법소원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즉시 입법미비 해결에 노력해야하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산부인과의사회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며 밤을 새우는 산부인과의사가 비도덕적인 의사로 지탄받을 이유는 없다. 입법미비를 앞세워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으로 규정해 처벌하겠다는 정부의 고집 앞에 산부인과의사들이 비도덕한 의사로 낙인찍히고 1개월 자격정지 처벌까지 당할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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