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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교향곡 제39번 Eb장조 작품번호 543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교향곡 제39번 Eb장조 작품번호 543 
  • 의사신문
  • 승인 2018.08.2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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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47〉 

■처참한 고난의 시기에 천상을 꿈꾸다
모차르트 후기의 3대 교향곡 중 이 작품의 매력과 가치는 다른 두 작품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유일하게 첫 악장이 느린 서주를 지니며, 오보에가 배제되어 있는 오직 하나밖에 없는 교향곡인 것이다. 후기 3대 교향곡 모두 찬란한 작품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고전적이면서 우아한 기품을 지녔으며, 그 유려한 선율과 정연한 리듬, 다채로운 음색과 풍부한 울림이 이루어내는 아름다운 조화는 가히 천의무봉이라 할 만하다.

후기 3대 교향곡은 1788년 6월부터 8월에 걸친 불과 6주 만에 차례대로 완성되었는데, 이 곡을 쓰던 무렵 그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경이로울 정도이다. 세 교향곡이 제각기 다른 성격과 형태를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형식적으로나 정서적으로도 고전주의 교향곡의 가장 심원한 경지에 도달해있기 때문이다. 이 교향곡은 세 작품 중 가장 밝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교향곡을 쓰기 직전부터 1787년 오페라 〈돈 조반니〉를 작곡하던 때를 전후한 기간은 그의 인생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시기였다. 그해 5월 아버지 레오폴트가 타계했고, 그의 음악에 식상해하던 귀족들 때문에 연주회 청중이 줄어들어 공연을 접어야 할 지경에 이르렀고 어려운 산고 끝에 탄생시킨 오페라 〈돈 조반니〉에 대한 반응도 기대에는 못 미쳤다. 〈돈 조반니〉는 프라하에서는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빈에서는 그 반대 상황이었다. 수입이 줄어들자 경제난을 타개할 방도를 모색했는데, 생활비가 덜 드는 빈 외곽 지역으로 거처를 옮겼고, 궁정 실내악 작곡가라는 직무도 맡았다. 황실에 봉사하는 공직이긴 하지만 연중행사로 궁에서 열리는 무도회에서 사용될 춤곡 정도만 작곡하면 되는 자리로 보수도 넉넉지 않았다.

이러한 모든 상황의 배경에는 전쟁이 있었다. 러시아와 오스만제국의 전쟁에 오스트리아가 말려들면서 귀족들은 전선으로 향했고, 황실의 예술 보조금도 삭감되었다. 그 여파로 극장들이 문을 닫고 극단들도 해산했다. 물가는 급등하고 황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었으며, 1788년 빈 시가지에서 폭동이 발생했다. 설상가상 아내는 중병에 걸렸고 아이들도 잔병치레를 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돈을 꾸기 위해서 여러 곳을 뛰어다녔고 귀족들에게 편지도 보냈다. 당시 프리메이슨 동료 미하엘 푸흐베르크에게 보낸 수많은 청탁 편지들에는 그의 처참한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말할 수 없이 비참한 지경으로 살고 있어서 뛰쳐나가 목 놓아 울 수도 없었고 편지를 쓸 수도 없었네. 가엾은 내 아내는 실로 냉철한 평정 속에 회복이든 죽음이든 받아들이겠다는 완전히 체념한 모습을 보이고 있네. 그러나 나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네.”

비록 그의 삶은 비참하고 궁핍했지만, 그의 음악은 광명과 풍요를 지향하고 있었다. 그것은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에만 품을 수 있는 지고의 이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교향곡을 통해 들려오는 음악은 천상의 숭고하고 영화로운 광휘를 머금고 있다. 한편으로 이 곡은 모차르트 특유의 `프리메이슨 정신'이 반영된 작품으로 추정하는데, 모차르트 연구가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은 이 곡을 `신전의 불빛 속으로 들어가는 타미노'에 비유하기도 했다.

△제1악장 Adagio - Allegro 서주에서 장엄하고 우아하게 울려 퍼지는 화음은 오페라 〈마술피리〉의 연상케 한다. 투티의 장중한 화음이 부점 리듬에 실려 당당하게 울려 퍼지고 그 사이로 매끄럽게 흘러내리는 선율이 대비를 이루는 서주는 긴장감이 넘친다. 제시부에서 우아하고 기품 있는 제1주제가 제1바이올린에서 흘러나오고, 당당한 행진곡풍의 악구가 뒤따른다. 제1바이올린과 목관이 교대로 나오는 제2주제는 하늘을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주고, 그 후 구름을 밟으며 유유히 발걸음을 옮기는 듯하다가 활기차게 피날레를 거쳐 간결하게 마무리된다.

△제2악장 Andante con moto 조용하고 차분한 서주를 거쳐 두 개의 주제가 교대로 등장한다. 제1주제는 온화하고 안정된 느낌인 데 반해, 제2주제는 불안하고 격정적으로 두 주제의 대비와 얽힘, 그리고 단조부에 강렬함을 더하는 싱커페이션과 카논 기법이 인상 깊다.

△제3악장 Menuetto (Allegretto) 궁정풍으로 모차르트가 남긴 미뉴에트 중 가장 유명하다. 현악기의 스타카토로 펼쳐지는 주제는 춤곡적인 성격보다는 교향악적인 역동성을 보이며, 중간에 클라리넷 이중주가 이끄는 세레나데풍의 우아한 목관 트리오가 절묘한 대비를 이룬다.

△제4악장 Allegro 이 활달하고 유쾌한 피날레 악장은 하이든풍의 유머로 가득하다. 출발과 동시에 매끄럽게 도입된 제1주제가 전편을 지배하며, 제2주제 역시 제1주제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겉보기에는 하나의 주제를 구심점 삼아 다양한 소재들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론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소재들을 교묘하게 통일시킨 치밀한 구성의 결과이다. 투명한 울림의 경쾌한 흐름 속에서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익살에 미소 짓게 되는 흥미진진한 피날레이다.

■들을 만한 음반
△브루노 발터(지휘), 컬럼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CBS, 1960) △칼 뵘(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66)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지휘), 고음악 아카데미 실내앙상블(L'oiseau-Lyre, 1981) △프란츠 브뤼헨(지휘), 18세기 오케스트라(Philips, 1988)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84)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오케스트라 모차르트(Archiv,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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