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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수사 잘 받는 법
의사가 수사 잘 받는 법
  • 의사신문
  • 승인 2018.07.0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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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2〉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최근 다양한 법조드라마가 방영되고 있고, 인기 또한 상당하다. 그 중 고대 제왕의 이름을 따온 한 드라마는, 그 디테일까지 치밀하게 고증되어 있어(부장판사에게 결제를 위해 제출하는 서류파일의 색깔까지 똑같다!) 실제 판사들도 놀랄 정도라고 한다. 아마도 그 대본을 현직 부장판사가 직접 썼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는 민사재판이 훨씬 큰 비율을 차지함에도(민사 70%, 형사 26%, 가사 2%, 기타 2%), `재판'이라고 하면 대부분 검사와 변호인이 치열하게 다투다가 판사의 준엄한 판결이 내려지는 형사재판을 먼저 떠올린다. 이것은 아마도 형벌에 대한 본능적 공포의 반작용으로서의 관객 심리, 그리고 사건의 배경에서 나온 `이야깃거리'에 관한 호기심 등이 원인일 것이다.

의료과오가 다퉈지는 사건, 리베이트 사건, 사무장병원 사건, 진료 중 성추행을 주장하는 사건 등 의료인에만 특유한 형사사건은 매우 다양하다. 형사사건에 연루되면 많은 의사들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당당하게 조사받겠다.'라는 태도를 보인다. 그 태도 자체는 잘못이 없는 것이지만, 조사를 위한 준비는 분명히 잘한 준비가 있고 잘못한 준비가 있다. 잘한 준비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잘못한 준비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없다.'

첫째로, 변호인이 수사절차에서 의사들을 조력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특히 리베이트 사건이나 무면허의료행위 교사 사건 등의 변호인이 되었을 때, 필자가 의사들에게 처음에 묻는 질문은 이것이다: “원장님, 거짓말 잘 하십니까?”
이 질문에 대부분의 의사들은 대답을 “잘 못 한다” “거짓말 잘 못해요” 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고, “거짓말 잘해요” 하는 것은 너무 나쁜 사람으로 보일 것 같기 때문일까. 그 중간의 적당한 대답을 순간적으로 잘 찾아내지 못 하는 것을 보면, 역시 대부분의 의사들은 거짓말을 잘 못하는 것 같다.

변호인은 피의자인 의사가 거짓말을 잘 못할 것을 전제로 그 형사사건과 관련된 객관적인 증거와 자료, 그리고 수사기관이 이미 확보하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증거와 자료들까지 고려하여, 부인할 사건인지 자백할 사건인지를 가장 먼저 결정하여야 한다. 부인과 자백, 이것은 수형도(tree diagram)의 첫 번째 갈림길이자, “To be, or not to be”와 같다. 한 방향을 선택한 경우 다른 방향으로 돌이키는 것은 피의자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로, 수사절차의 핵심인 `피의자신문'에 대하여 알아보자.
경찰 또는 검찰에서 `조사할 것이 있으니 나와 달라'는 말은 피의자신문을 하겠다는 것이다. 피의자신문의 신문기법은 아주 단순한데, “예상된 질문→부인→반박자료 제시→모순 탄로”라 할 수 있다. 쉬운 예로 리베이트 사건을 들어 보자.
“원장님, A제약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으신 적 있나요?”
“(강한 어조로) 절대 없습니다.”

다양한 패턴으로 위와 유사한 내용의 문답이 반복되면서, 피의자가 수차례 일관되게 부인하여 약간은 자신감이 생길 즈음, 검사 또는 수사관은 다음과 같이 묻는다.

“(수사기록을 보여주면서) 여기 있는 총 22개 처방약목록, 원장님이 운영하시는 B의원에서 발급해 준 것이 맞지요?”
“맞습니다.”
“왜 발급해 주셨죠?”
“(어조가 낮아지면서) A제약 영업사원인 X가 요청해서…”
“(다시 수사기록을 보여주면서) 이 표는 X가 업무상 사용하다가 압수된 USB에 들어있던, 업무상 작성한 엑셀파일에서 출력한 표입니다. B의원 란에 지난 3년간 분기마다 몇 백만 원씩 기재되어 있는데, 이건 무슨 돈이죠?”
“모릅니다.”
“그 액수는 원장님이 발급해 주신 처방약목록에 기재된 매출의 정확히 15%인데, 어떤가요?”
“…”

“X는 지난 3년간 분기마다 이 돈을 봉투에 담은 현금으로 B의원 진료실에서 원장님에게 건넸다고 이미 조사받으면서 진술했어요. 그런데도 원장님은 계속 모른다고 하실 거예요?”
“저는 잘 모릅니다. X가 개인적으로 가져간 돈인지도 모르는 거고…”
“(어조를 높이며) 어차피 다음 조사 때 X 불러서 원장님이랑 대질할 건데, 계속 그렇게 말씀하실 거예요?”
“…”
“(어조를 더 높이며) 아실만한 분이 왜 그러세요. 대질하면 다 밝혀질 건데. 계속 이렇게 가실 거예요?”

피의자신문의 초기 단계에 왠지 술술 풀린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뻔한 질문은 모두 부인을 유도하기 위한 함정이고, 결국 증거가 제시되면, 더 이상 버티면서 부인하기는 어렵다.
마지막으로,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무엇보다도 초기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사의 전 과정에 변호인이 동석할 수 있고, 이것은 심리적·절차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 피의자가 부인하는 사건의 경우 통상 경찰에서 1∼2차례, 검찰에서 1∼2차례의 조사(즉 피의자신문)를 받게 되는데, 필자는 이 조사를 암 1기에서 4기에 비유한다. 암 1기 이전에 검진을 통하여 병을 발견하는 것이 최선이듯이, 경찰에서 출석을 요청하는 경우 1회 조사 이전에 즉시 변호사를 찾아가 상의하는 것이 최선이다. 검찰 조사를 다 마친 이후에 변호인을 찾아오는 경우는, 유감이지만 암 4기라 하겠다. 천운을 비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변호인이 잘못된 방향으로 조언하지 않도록, 사건과 관련된 객관적인 증거와 자료를 최대한 수집하여 변호인에게 전달하고, 그것이 어려운 경우 최대한 객관적인 상황 설명을 제공하여야 한다. 마치 진료를 잘 받기 위해서는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이 파악하고 있는 자신의 현재 상태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의사에게 거짓말하는 환자는 많지 않으나, 변호인에게 거짓말하는 피의자는 상당히 많다(특히, 성 관련 사건). 그리고 그 불이익에 피의자 자신에게 돌아간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는, 자신을 정당화하지 말고, 물어보는 것만 답하며, 어눌하게 답하고, 변호인을 활용할 것을 권한다. 또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를 마지막에 꼼꼼하게 읽어 다음 조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하여 자신의 피의자신문조서를 복사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조사의 완료시까지 조서의 복사를 불허하는 경우도 있어 이 제도만을 믿을 수는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지면에서는 검사가 기소한 이후, 즉 법원 단계에서의 형사재판에 관하여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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