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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서 자살한 치매환자…병원 측에도 책임이?
요양병원서 자살한 치매환자…병원 측에도 책임이?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07.05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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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변호사 “관리‧감독에 대한 명백한 증거 없다면 병원 불리 할 수도”

치매환자가 요양병원에서 자살한 경우, 병원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망환자가 정상적인 판단력이 부족한 치매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옥상에 드나들 수 있게 방치했다는 것이 판결의 주 내용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7민사부는 사망한 치매환자의 가족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리고 병원이 유가족에게 15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사건의 발단은 사망한 치매환자 A씨가 외상성 경막하출혈, 혈관성 치매, 당뇨병의 증상으로 수원에 위치한 H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발생했다.

환자 A씨는 오후6시30분경 병원의 개방된 옥상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밟고 옥상 난간을 넘어 바닥으로 추락했고 머리, 손, 무릎의 다발성 손상으로 인해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환자 측 유가족은 환자가 돌발적 행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병원이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위험요소가 있는 옥상의 출입을 막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병원 측도 환자가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자살 시도도 없었을 뿐더러, 우울증을 앓거나 정신질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고가 발생한 난간의 높이 등을 고려할 때 해당 사고는 환자가 스스로 병원을 탈출하고자 시도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병원 의료진은 이에 대해 예견할 수 없었고 환자에 대한 보호감독 의무를 해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최종적으로 병원 측의 일부 과실에 대해 인정했다. 치매환자의 돌발행동 가능성에 대해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는 것이다. 사건 당시 병원의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은 고장으로 인해 녹화가 중지된 상태였다.

특히 진료기록부 상에 환자가 혈관성 치매를 앓고 있다는 기록이 기재돼 있었다는 점, 평상시에 판단력 부족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행동 등이 관찰됐다는 점, CCTV에 결함이 있었다는 점 등이 병원 측 과실 혐의에 결정적인 증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옥상 난간이 에어컨 실외기를 밟지 않고는 통상적으로 넘기 힘들었다는 점, 환자가 정상인과 같은 의식상태를 갖추지 못했더라도 추락 시 크게 다칠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병원 측의 과실은 15%로 제한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의료법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고 의료기관의 과실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CCTV와 같은 보호‧감시 장비를 필수적으로 점검하고 위험 요소가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성훈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전성훈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는 “요양병원에서의 환자 자살사건은 자살 시점에 관리‧감독이 시행되고 있었는지가 과실을 따지는 핵심 쟁점”이라며 “육안으로 관리‧감시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발생했다면 법원에서 병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CCTV가 고장 났다는 점은 사건 발생 시점에 환자들에 대한 보호책임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이기 때문에 법정에서의 공방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 쉽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요양병원의 경우 환자들의 연령대가 높고 치매 환자들의 분포수도 많기 때문에 CCTV와 같은 감시 장비를 비롯한 관리자 순찰, 위험 지역에 대해서는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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