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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근 서울성모병원 척추센터장
박춘근 서울성모병원 척추센터장
  • 김태용 기자
  • 승인 2010.06.0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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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9년 전 ‘대한미세침습척추수술연구회’가 창립됐다. 지금처럼 미세침습 척추수술이 하나의 전문분야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기지만, 학회를 창립한 박춘근(서울성모병원 척추센터장)교수는 일종의 위기감으로 창립을 결심했다고 전한다.

“고질적인 수술(척추)법에 익숙한 사람들은 기존 수술법에 문제가 없다는 생각에 새로운 미세침습 수술법을 배우려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새로운 학회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두고 밥 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았었죠.”

대한미세침습척추수술연구회를 창립하던 시기를 회상하던 박 교수는 젊은 의사들이 미세침습을 다루는 학회를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강해 힘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기존 학회에서는 미세침습법을 다룬 논문은 검토되지도 못했으며, 이를 연수받고자 해도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새로운 술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시니어 그룹의 의사들을 꾸준히 만나 학회의 필요성을 어필했다.

그 결과 학회는 창립될 수 있었고, 100여명의 창립회원은 현재 250여명 규모로 발전했다.

그가 학회를 창립한 이유는 단 하나, ‘자주 만나 함께 배우기 위해’이다.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매년 사체 연수를 진행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의 바람처럼 학회가 생김으로써 대학에서도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고 정규 코스를 마친 의료진들은 전문병원에 진출해 미세침습법의 우수함도 널리 알리게 됐다.

그러는 사이 박 교수는 2003년 대한척추인공관절학회도 창립시켜 초대 회장직을 맡았고, 지난 2008년에는 국제척추인공관절학회의 회장으로 추대되어 2009년부터 2년간의 임기를 수행 중이다.

국제척추인공관절학회는 전세계 45여개국 1500여 회원이 참가하는 국제학회다.

“이제는 일반 환자들의 이해가 높아질 만큼 미세침습 척추수술은 하나의 전문분야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국내에 뛰어난 선·후배들이 연구에 매진해 세계적으로도 이 분야에 대한 국내 위상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박 교수는 이처럼 국내외에 미세침습 척추수술에 대한 이해와 위상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 가지 걱정되는 마음을 전했다.

바로 척추 전문병원들의 경쟁과 이로 인한 부작용이었다.

“신환을 접할 때 충분한 재활과 물리치료를 적용 후 수술에 들어갈 것을 가르치지만 국내 의료환경에선 ‘빠르게, 수술만’이 적용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전문병원이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있지만, 여러 환자를 봐야 병원 운영에 도움이 되는 수가체계와 수술을 선호하는 환자 인식에 문제가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국제학회 회장직에 국내 학회의 상임이사만 두어 곳을 맡고 있는 그는 수년전부터 유일한 취미이던 골프마저도 접고 시간을 쪼개 쓰고 있다고 한다.

대체 무엇이 좋아 그렇게 학회와 연구에 열심히냐고 물으니 스스로의 작은 사명감 때문이라고 답한다.

“제가 교직에 남는 것은 누군가는 이 자리를 지키고 감당해야 해기 때문입니다. 저와 만났던 많은 제자들이 나와서 성공하는 것을 보는 기쁨 또한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하는 힘이죠.”

김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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