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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조의 기품 가득한 궁궐과 숲의 어우러짐
조선 왕조의 기품 가득한 궁궐과 숲의 어우러짐
  • 의사신문
  • 승인 2018.06.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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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31〉  `도심 고궁길'

600여 년 전 조선왕조의 수도로 정해진 서울은 명실공히 우리나라의 중심도시이다. 궁궐은 나라 경영의 중추가 되는 소중한 장소로 서울에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등 다섯 궁궐이 있다. 당대 최고의 기술로 지어진 창덕궁과 종묘는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현재는 도심 속 고궁길로서 한국을 넘어 전세계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름다운 궁궐 정원의 자태와 숲 내음이 함께 하는 길
창덕궁은 태종 때 건립된 왕궁으로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자연스럽게 건축하여 가장 한국적 궁궐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그 중에도 궁궐 뒤편에 만들어진 정원인 후원은 고궁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미리 홈페이지에 들어가 더운 날씨를 고려해 마지막 시간대로 예약을 한다. 창경궁의 정문인 돈화문으로 들어가서 궁궐의 안과 밖을 구분해 주는 금천(禁川)을 건너 왕궁으로 향한다.

국가의 중요한 의식을 치르던 인정전이 북한산을 배경으로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앞마당인 조정에는 신하들의 직급을 알려주는 품계석들이 일렬로 나란히 서 있다. 정전 안에는 인자하신 임금님이 앉아서 지금이라도 명령을 하사할 것 같다. 배경 그림은 어렸을 때 모았던 우표에서 보았던 반가운 명화이다. 여기저기 화려한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오색단청의 건물을 배경으로 작품을 만드느라 정신없다. 외국인들은 그저 신기한 듯 넋이 빠져있다.

후원 입구에는 남녀노소 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문화재해설사분의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들으며 언덕을 넘어서니 사각형 연못인 부용지의 풍광이 절경이다. 잠시 선비들이 정자에 둘러 앉아 풍류를 즐기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려본다. 다음 장소는 숙종이 연꽃을 좋아하여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애련지이다. 어디선가 나타난 너구리 한 마리가 겁도 없이 관객들 앞으로 다가선다. 자기로선 많이 익숙한 태도다.

갈림길 옆으로 푸른 나무들과 정자들이 조화를 이룬 관람지가 눈길을 끈다. 연못을 바라볼 수 있는 관람정에 서니 내 마음이 명경지수처럼 맑고 깨끗해진 느낌이다. 존덕정의 나무판에는 평생 왕권강화를 위해 힘써왔던 정조의 기개에 찬 글귀가 빽빽이 적혀있다. 마지막 방문지인 연경당은 사대부 살림집을 본따서 만든 접견실이다. 음식을 준비하던 반빗간에는 당시 잘 나갔던 남자 셰프들이 연회를 준비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드넓은 호수와 예쁜 야생화들이 반겨주는 산책길
후원 관람을 마치고 바로 옆 창경궁으로 향한다. 창경궁은 왕의 정사를 돌보기 위해 세운 것이 아니라 왕족의 생활공간을 넓힐 목적으로 지어졌다. 창경궁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끝으로 해시계인 앙부일구와 풍향과 풍속을 재는 풍기대가 반겨준다.

숲 속 오솔길 안쪽으로 성종대왕의 태반을 보관하고 있는 태실비가 소나무들의 호위 아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야자나무 매트가 깔린 길을 따라가니 커다란 호수가 모습을 나타낸다. 춘당지라 불리는 연못으로 주변에 숲도 울창하여 많은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준다.

궁궐과는 어울리지 않는 매우 이색적인 유리건물인 대온실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다. 대온실 앞 자생화단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모인 천국이다. 현란한 주황색의 왕원추리 꽃들이 늘어서 있고 꽃분홍색의 꼬리조팝나무 꽃들도 뒤질 새라 손짓을 한다.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는 창경원 동물원의 한 장면이 옛 추억과 함께 떠오른다. 아이들과 맛있는 도시락을 싸서 나들이를 왔던 바로 그곳이다. 회상과 함께 아름다운 두 고궁을 둘러보는 3시간, 만 여보의 걷기를 마감한다.

Tip. 한여름에는 고궁의 밤 정취를 느끼면서 걸어 볼 수 있게 고궁 야간 특별관람이 진행된다. 많은 관람객이 몰리므로 미리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것이 필요하다. 창덕궁 후원은 단풍도 아름다워 가을에 걸어도 좋은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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