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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직원에 경찰권?…의사인권 침해 우려”
“건보공단 직원에 경찰권?…의사인권 침해 우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8.06.2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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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공단 주최 ‘사무장병원 근절방안 공청회’서 토론자 간 격론

건보공단 직원에게 ‘사무장병원’ 단속 강화를 위해 특별사법경찰권(이하·특사경)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의료계는 새로운 '갑을관계'가 형성돼 의료인에 대한 무차별적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보건복지부(이하·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공단)은 20일(수) 오전 10시 공단 서울본부 6층 대회의실에서 ‘사무장병원 근절 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상 개설 자격이 없는 자가 의료인을 고용하여 의료인 또는 법인 명의로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을 말한다.

의료법을 위반하여 개설한 사무장병원은 영리추구를 위해 불법 환자유치, 과잉진료, 보험사기, 불법증축 및 소방시설 미비 등 각종 위법행위로 건강보험의 재정누수는 물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고 이로 인해 선량한 의료인들마저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이다.

의료계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검·경찰, 금융감독원, 지방자치단체, 법조계, 시민단체, 언론기관 등 각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공청회에서 사무장병원 단속 강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사무장병원 단속 강화를 위해 현행 복지부 특사경 제도를 활용하거나 이를 넘어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돼 찬반여부를 놓고 토론자들 간 격론이 벌어졌다.

이날 발제를 맡은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신현두 서기관(사진)은 사무장병원 현황과 최근 복지부가 마련한 근절 종합대책을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으로 복지부에 의료법 위반사항 단속 관련 특사경이 부여됐지만 인력 부족으로 현재는 상시 전담 단속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특히 압수수색 계좌추적이 불가한 행정조사만으로는 사무장병원 증거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개선대책 중 하나로 “복지부 특사경 제도를 활용해 건보공단 특사경지원팀과 지방 특사경지원팀을 합친 중앙합동수사단을 구성하고 검찰, 금감원, 건보공단 등과 수사협력체계를 정립해 적발율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신현호 해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민영교도소도 있는 만큼 경찰권도 위탁이 가능하다”며 “검찰과 경찰의 의료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고 복지부의 인력도 한정돼 있는 현 상황에서 공단이 현실적으로 사법경찰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 박대환 검사(형사2과 연구원)도 “특사경 부여는 법률을 따로 신설해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인데, 사실 주무부처가 아닌 산하 공공기관에 특사경을 부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정 필요하다면 공단 직원들에 대한 특사경 부여를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사무장병원 단속은 복지부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단에 특사경을 부여하면 빅데이터 등 감시시스템을 활용해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결국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과 같은 감독관이 의료계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대현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 부국장은 “금융위원회에 최초로 특사경이 부여됐는데 복지부도 인력이 부족하다면 산하 기관인 공단과 심사평가원에 특사경 부여를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그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래 공단 변호사는 “헌법 36조에 국가의 국민의 보건에 대한 보호의무, 건강보험법 제1조와 제13조에 보험급여비용지급에 대한 공단의 의무가 명시돼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복지부에서 전국의 8만6천여 개 요양기관을 모두 관리하기 어려운 현실인 만큼 사무장병원 단속에 필요한 전문성이 있는 공단에 마땅한 조사 권한 부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인 인권 침해 소지 고려 안한 공산주의적 발상

사무장병원 단속 강화를 위해 특사경 부여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자 의료계는 새로운 갑을관계가 형성되고,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사진, 변호사)는 “무차별적으로 경찰권을 부여해 100% 단속을 하고자 한다는 건 민주주의 국가에서 불가능한 다분히 공산주의적인 발상”이라며 “공단에 대한 특사경 부여로 새로운 갑을관계가 형성되고 의료인들의 인권이 무차별적으로 침해당할 수 있다. 의사가 무슨 적인가?”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 “특사경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 줄 아나? 공단 직원이 의사를 현행범으로 의심해 영장 없이 48시간 동안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더군다나 최근 경찰 수사권 독립, 영장청구권 부여 등 경찰 위상 강화가 논의되고 있고, 특사경에 대한 인권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검찰권 등 적절한 통제수단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 공단에 대한 특사경 부여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정영호 대한중소병원협회 회장은 “병원계도 사무장병원 문제 근절을 위한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전국 병원 중 사무장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단속을 위한 논의가 너무 거대하게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며 “차라리 진화하는 사무장병원의 불법운영형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병원계에 1년에 한 번씩 업데이트해서 주면 2-3년 안에 전국의 사무장병원은 다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영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현 종합대책에는 공단에 특사경까지 부여하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다만 “현재 복지부 인원만으로는 절대로 특사경 업무를 수행할 수 없고, 공단에도 특사경을 부여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복지부와 공단이 그동안 적발된 사무장병원의 위해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무장병원 평균 병실당 병상수는 4.57개로 일반 의원 2.62개보다 1.95개 높아 일반병원보다 병실당 많은 병상수를 운영하고 있고, 대표자(의사)의 연령 또한 70세 이상 비율이 13.5%를 차지해 일반 의료기관의 2.3%보다 약 5.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수진자 1인당 연간평균 입원일수도 사무장 의료기관은 57.3일로 일반 의료기관의 31.7일 보다 1.8배가 많았고, 사무장의원의 상기도염 항생제 처방률은 43.9%로 일반의원 37.8%보다 6.1%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수진자 1인당 연평균 요양급여비용과 연평균 주사제 처방률 등도 높게 나타나 과잉진료 및 진료비 과다청구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불법적으로 개설ㆍ운영 중인 사무장병원으로 인해 우리 사회 전반에 그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보험의 재정누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처방이 필요하다며, 각계각층이 참여한 이번 공청회가 사무장병원의 근절 대책을 마련하는 공론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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