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사 5만 명 한목소리로 “문케어, 원점 재검토” 촉구
전국 의사 5만 명 한목소리로 “문케어, 원점 재검토” 촉구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8.05.2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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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개최…1차 대회보다 더 많은 인원 집결

정부가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급진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분노한 전국 5만여 명의 의사들이 일요일 낮 서울 광화문 앞에 집결해 청와대 코앞까지 행진을 벌이며 정부가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문재인케어 저지 및 중환자 생명권 보호를 위한 제2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20일(일) 오후 1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개최했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개원의, 봉직의, 의대교수, 전공의 등 각 직역 의사 5만 1천여 명(주최 측 추산)이 전국에서 올라와 참석, ‘문재인 케어’의 위험성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의사의 진료권을 반드시 사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봄날 휴일의 소중한 시간 이 자리에 동참한 6만 회원 여러분을 뵙게 되니 ‘문재인 케어’를 비롯한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로 잡겠다는 회원 여러분의 열망이 얼마나 뜨거운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어 정말 감사드린다”며 “오늘 궐기대회는 전국 16개 광역시도의사회의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 등 모든 지역과 직역을 망라한 회원들이 참여하여 실로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대의 의사집회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얼마 전 의정대화를 재개했지만 만약 정부가 진정성 없는 대화를 계속하며 ‘문케어’를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의료계는 언제든지 대화를 중단하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초강경투쟁으로 강력하게 밀어 붙일 것”이라면서 “정부는 13만 의사들의 경고를 가볍게 듣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분노는 지난 41년간의 잘못된 건강보험제도로 쌓일 만큼 쌓였고 더 이상 빼앗길 것도 없다. 의료계의 응축된 에너지가 과연 어디까지 표출될 수 있는지 보여 주겠다”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또 “지난 정부에서 기존에 비급여였다가 급여화된 항목이 65개로 나타났는데 현 정부는 4년간 3600여 개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한다고 한다. 과연 제 정신인가? 국민이 진료비의 80%까지 본인 부담하게 하는 예비급여제도도 국민과 의사들을 기망하는 가짜 급여제도”라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국정원이나 CIA 등 정보기관보다 더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투명한 행정과 심사위원 공개, 자의적 삭감 금지 등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최대집 회장의 개회사가 끝나고 의료계 지도자들의 격려사 및 연대사가 이어졌다.

이철호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우리 의료계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때도 의권을 수호하기 위해 투쟁했고, 지난 정부에서 ‘한의사의 의과의료기기 사용’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정책에도 주저 없이 단호히 맞서 싸웠지만 많은 의사들의 지지 속에서 탄생한 새 정부마저 집권하자마자, 일명 ‘문케어’ 정책을 들고 나왔다”며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정부의 이러한 탁상공론에 맞서 진료실이 아닌 거리에서 싸우고 울분을 삼켜야 하는 것인가”라고 울분을 나타냈다.

그는 “문케어는 의사들에게만 불합리한 의료정책이 아니라 국민의 치료선택권을 박탈하여 건보재정 고갈이라는 파국에 건강보험료의 상승을 초래하고 결국 국민 모두의 호주머니를 털 것”이라며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소위 ‘갑’질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도 명약관화하다. 국민건강과 우리 의사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총력 투쟁을 선포한다. 오늘 궐기대회를 통해 의료계에 변화의 물결이 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진료현장은 규제와 벌금, 구속, 처벌, 소송, 면허취소 등 각종 올가미와 덫으로 가득한 지뢰밭이 되어 버렸다”며 “의료 관련 규제 법안은 지난 1년간 하루에 한 건씩 발의되고 있다. 문재인 케어, 대책 없는 급여정책인 예비급여 등 사회주의 의료정책으로 건보재정은 파탄나며 건강보험료는 폭등됨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의료계의 몰락은 시작됐다. 산부인과 의사들을 구할 수 없어서 분만 가능한 지역을 찾아다녀야 하고, 전국의 소아심장수술 외과의사는 10여 명에 불과하며, 이제는 병을 치료받기 위해 이 나라를 떠나야 할 시기가 곧 다가온다. 중환자실의 진료기피가 나타나고 있다”며 “일부 진료과는 정원을 줄였음에도 전공의 지원이 50%가 채 되지 않는다. 의료정책에 의료인이 없다. 건강보험에는 환자가 없다. 오직 정부의 포퓰리즘만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궐기대회는 오늘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의료시대의 시작을 선포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 “오늘 이곳의 열기, 우리 모두가 하나되어 국민건강권과 의사진료권을 지켜내자”고 제안했다.

이필수 전남의사회장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일방적인 보장성 강화정책을 발표한 이후 우리 의료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실현 불가능한 문재인 케어의 부당함을 경고했고 지난 겨울 그 혹독한 추위에도 이 자리에 모여서 모든 정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정부는 우리의 요구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정책의 시행을 강행했고, 결국 우리는 오늘 이렇게 다시 모여 또 한 번 피끓는 호소를 하게 됐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이 회장은 “우리는 더 이상 잘못된 정책으로 이 땅의 의료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는 즉각 문재인 케어와 관련된 모든 정책의 시행을 중지하고 원점에서 의료계와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 13만 의사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만희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문재인 케어는 의약분업이 그랬듯이 또 하나의 대국민 사기극이다. 의약분업을 한 이후에 국민들이 좋아진 건 없고 약사들의 일자리가 늘고 약사들의 안정적인 수입만 보장됐고, 정작 국민들은 불편해졌고 건강보험재정은 지출이 증가됐다”며 “이것이 우리가 정부를 믿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바로 2000년도 의약분업을 밀어붙이던 그 사람들로 그래서 우리는 문재인 케어의 달콤한 약속을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우리는 누구보다 수가정상화에 찬성하지만 현행 수가를 정상화하고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것이 순서다. 일단 빼앗고 나중에 주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죽을 수도 있는 길로 등을 떠미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개원의사를 대표해 정부에 △비급여 전면 급여화 폐기 △건보공단이든 심평원이든 경찰처럼 진료실에 들이닥치는 행위 전면 중단 △심평원과 건보공단 업무 모두 공개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이향애 한국여자의사회장은 “의사를 죄인으로 만드는 정부 시책은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 그것이 세상을 떠난 목동 신생아들의 희생을 우리가 제대로 갚는 방법”이라며 “국민 여러분도 양질의 의료를 위해 고립무원에 갇혀 광장에서 외치는 의사의 목소리에 마음을 열어달라”고 읍소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수십년간 불철주야 신생아 중환자실을 지키며 수많은 어린 생명을 살려낸 동료 의사 4명이 뚜렷한 사인도, 제대로 된 역학조사도 없는 상태에서, ‘살인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재판대 앞에 서게 된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라면서 “낮은 정부지원으로 인해 중환자실 전담의사가 있는 종합병원은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특히 세균과 바이러스 등에 의한 감염은 법원 판례를 봐도 의료진의 과실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겨울 미숙아로 태어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네 명이나 희생된 불행하기 그지없는 사태에 정부는 세월호 사태를 뛰어넘는 무능하기 그지없는 대처로 일관했고 자기 잘못에 대한 면피에 급급한 나머지 꺼져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한 의료진에게  30년 전 군사독재 시절을 방불케 하는 강압수사와 마녀사냥을 자행했다”며 “이 나라에서 죽어가고 있는 중환자실과, 의료인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이제는 우리가 힘을 합쳐 떨쳐나설 때”라고 밝혔다.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저는 환자에게는 필요하지만 매번 삭감당하는 수술도구가 있다는 것, 환자 몰래 의사가 아닌 자를 PA라고 부르며 의사 일을 시키는 것, 전국의 수많은 전공의들이 당직 때마다 160명이 넘는 환자를 혼자 보고 있고, 2명이 120명이 넘는 환자를 보았던 이대목동병원 전공의는 지금 기소되어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있지만 정부가 이 문제를 알면서도 방관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안 회장은 “정부는 언제까지 알면서도 방관만 할 수는 없다. 전공의들은 배운 대로 환자를 지키고 싶다”며 “국민설득이 필요하다면 의사와 함께 국민을 설득하고 건강을 지키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고, 의사들이 문제를 이야기하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내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격려사 및 연대사 낭독이 끝난 후에는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들의 청와대 100미터 앞까지 행진 및 집회가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청와대 100미터 앞 지점에서 경찰들이 막아선 가운데 백진현 전북의사회장이 대표로 ‘대통령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낭독했다.

백 회장은 전국 13만 의사 회원 일동의 호소문을 통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아니라 급여 진료의 내실화, 필수의료의 정상화가 더 시급하다. 지금의 건강보험제도는 대통령님의 인간 중심의 국정 철학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청와대가 주체가 되어 우리 의료제도의 오랜 병폐를 바로잡고 국민의 건강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의료계와 정부, 정치권이 함께 참여하는 (가칭)‘국민 100세 시대를 위한 의료개혁 위원회’를 설치하면 의협은 전문가로서 모든 역량을 발휘하여 최선의 제도를 제안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개혁의 첫 걸음으로서 대통령께서 직접 중환자실, 중증외상분야, 응급실, 산부인과 및 동네 1차 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일선의 의사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 이는 정부와 의료계가 건설적인 파트너십을 이루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오늘 이 집회가 의료계가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마지막 집회가 되기를 소원한다“고 밝혔다.

최대집 회장도 “우리는 지난해 1차 궐기대회에서 단호한 뜻을 밝힌 바 있고 5개월 만에 더 많은 의사들이 오늘 행진했다. 다시 한 번 의사들이 청와대로 몰려들 때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건 받아 들여 달라. 공약이라고 고집피우지 말고 의료는 전문가에게 맡겨 달라”고 호소했다.

최 회장은 또 행진을 마친 후 대한문 앞으로 돌아와 폐회사를 통해 “오늘 전국의사총궐기대회의 성공은 앞으로 의정협의 및 실무회의에서 의료계가 더 높은 협상력을 갖고 요구를 관철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3차 궐기대회가 또 개최되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는 의협 산하 최대 의사회인 서울시의사회에서 가장 많은 인원인 2만여 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참가함으로써 투쟁의 선봉에 섰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사회 의료봉사단이 주축이 돼 임시진료소를 개소하여 시민들을 위한 무료 진료 상담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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