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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슈만 '시인의 사랑' 작품번호 48
로베르트 슈만 '시인의 사랑' 작품번호 48
  • 의사신문
  • 승인 2010.06.0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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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날과 어울리는 사랑의 찬가

매년 오월이 오면 항상 즐겨 듣는 음악이 있다. `아름다운 오월에'로 시작하는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으로 이 작품은 따스한 봄날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곡이다. 젊은 날 괴로울 때나 슬플 때 외로운 마음을 쓰다듬어 주었던 곡으로 미지에 대한 설렘이 서려 있다.

낭만주의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로베르트 슈만은 일생 동안 음악만큼이나 문학에 심취했다. 그의 아버지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어 그는 어렸을 때부터 책에 묻혀 살았다. 14세 때부터 그는 아버지가 출판하던 책에 시를 썼다. 하지만 그를 정말로 열광시키고 미치게 만든 것은 음악이었다. 그는 아주 어려서부터 음악가가 되기로 결심했고 일곱 살 때 피아노를 시작했으며 얼마 후 작곡에도 손을 댔으나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슈만은 작곡에 대해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긴 부모의 권유로 1828년 라이프치히 대학 법과대학에 입학했지만 라이프치히로 온 후에도 법 공부보다는 피아노 선생을 찾아가 하루 종일 연습에만 매달렸다. 그 선생에게는 어린 딸이 있었는데 그녀가 바로 `클라라'이었다. 그녀는 아홉 살밖에 안됐지만 이미 장래가 촉망되는 피아니스트였다. 그 당시 슈만은 피아노를 함께 배우는 한 여학생과 사랑에 빠져 약혼까지 한 상태였으며, 그녀를 위해 쓴 `교향적 연습곡', `카니발' 등의 초기 피아노곡들을 남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얼마 후 슈만은 14세의 클라라와 더 열렬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역사상 최초로 두 사람의 진정한 사랑 이야기가 음악을 통해서 펼쳐지게 된다.

1833년 어느날 슈만에게는 엄청난 변화를 준 사건이 일어난다. 그는 손가락 힘을 강하게 해 주게끔 자신이 고안한 연습 기계를 실험해 보다가 손가락을 다치게 되어 피아니스트의 길을 접고 작곡에 전념하게 된다. 그 이듬해에는 `새 음악'이라는 잡지를 정기적으로 펴내면서 당시 이름이 낯선 청년 음악가 브람스를 `베토벤의 위대한 독일 음악 전통을 이을 대가'라고 소개하기도 하였다.

이 잡지의 영향력은 점점 커져 갔으며 이 시기 그는 클라라를 사랑하게 된다. 그들의 사랑은 처음부터 운명적인 것이었다. 이에 대해 클라라의 아버지는 필사적으로 반대했는데 그가 보기에 슈만은 가르쳐주고 먹여주었더니 철모르는 딸을 꾀는 배은망덕한 놈으로 생각했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길고 지루한 싸움이 이어지다 법정으로까지 비화됐으나 결국 법정에서 겨우 결혼 승낙을 얻었고 둘의 결혼 생활은 그지없이 행복했다.

바로 그 해에 클라라에게 바치는 사랑의 노래들이 홍수처럼 넘쳐 났는데 `시인의 사랑', `여인의 사랑과 생애'라는 그의 대표적인 연가곡집 등 한평생 작곡한 2백 50여 곡 중 절반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바로 그 해 1841년을 `가곡의 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인의 사랑'은 16곡으로 젊은이의 실연의 슬픔을 표현하고 있는데, 첫 곡 아름다운 오월에, 제2곡 나의 눈물 자국에서, 제3곡 장미, 백합, 비둘기, 제4곡 그대 눈동자를 볼 때, 제5곡 영혼을 가라앉히리, 제6곡 신성한 라인강의 흐름에, 제7곡 나는 원망하지 않으리, 제8곡 저 작은 꽃이 안다면, 제9곡 울리는 것은 플루트와 바이올린, 제10곡 연인이 부른 노래를 들으면, 제11곡 젊은이는 처녀를 사랑해, 제12곡 밝은 여름 아침에, 제13곡 나는 꿈속에서 울었네, 제14곡 밤마다 꿈에, 제15곡 옛 이야기에서, 마지막 16곡인 불쾌한 옛 노래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들을만한 음반 : 피셔 디스카우(바리톤), 외르그 데무스(피아노)(DG 1965), 피터 슈라이어(테너), 크리스토퍼 에센바흐(피아노)(Teldec, 1988); 한스 호터(베이스), 한스 왁스만(피아노)(Preiser 1954); 프리드리히 분데리히(테너), 후베르트 기센(피아노)(DG 1965); 마티아스 괴르네(바리톤),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피아노)(Decca, 1997)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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