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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연령 구분: 실용 혹은 수사
노인의 연령 구분: 실용 혹은 수사
  • 의사신문
  • 승인 2018.05.1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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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 오디세이아 〈29〉 

연령 구분만으로 사람의 의학적 분별이 완성될 수는 없다. 특히 그 연령의 상한을 가늠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노인을 연령만으로 분별하는 일은 발상부터 만만치 않다. 다만 노인의학자로서 세 가지 사항에 초점을 맞추어 의견을 피력한다.

첫째, 노인인구가 늘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병학에서 부각될 이슈와 변화는 다음의 다섯 가지로 예상한다.
먼저 새로운 노인병의 출현이다. 즉, 새로운 병적 상태들이 발생하여 의학적 개념화를 거친 임상 실제화가 일어나게 된다. 예를 들면, 노인증후군이나 노쇠 등과 같이 아직은 개념적 요소가 노인 특유의 다양한 상태들의 병태 원인이 밝혀지고, 진료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진단·치료·예방 노력이 이어질 것이다.

동시에 노인 의학적 검사의 적합한 기준치에 대한 검토와 대응도 활발해진다. 질병다발성과 다약물복용의 노인의 의학적 특성과 선택효과, 코호트 효과 등의 작동은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길이의 수명 연장시대에 검사기준치를 구하고 정하는 일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한 영성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의학의 어느 분야보다 세월을 깊이 고려하는 노인의학은 세월이 새기는 주름살이나 기능저하와 달리 보이지 않는 것에도 그 시선을 준다. 그 중 하나가 겉의 눈으론 보이지 않는 영성(靈性)이다. 잘 알려진 로우(Rowe)와 칸(Kahn)의 성공노화 3요소는 잠깐만 생각해보아도 중요한 하나를 놓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영성이다. 영성의 중요성을 보탠 성공노화 요소를 `개정 로우와 칸의 성공노화 요소'라 칭한다.

아울러 `Gerogeriatrics'[필자는 이를 `고령노인의학(高齡老人醫學)'이라 칭하고자 함]가 발전하게 된다. 나이가 65세이든 100세이든 모두 65세 이상이라서 노인이지만, 그 둘을 동류 분류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적합하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부 노인의학자들이 `노인의학(geriatrics)'의 한 전문분야로 `고령노인의학(gerogeriatrics)'이라는 개념을 제안하고 있다. 이른 바 `old-old' 또는 `very old'라고 불리는 80세 이상 노인의 임상의학적 성상이 다른 연령대와 유의하게 차이가 있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소아과학에서 신생아학을 구분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와 함께 노인병을 진료하는 전문의사의 필요성이 절실해진다. 이와 같은 의료 상황 변화에 따라 노인진료의 전문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추가 능력 또는 추가 자격을 갖춘 노인병의사, 소위 `노인병전문의'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미국은 지난 1992년부터 노인의학 수련과정을 개설하고 노인병의사들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로킨 박사의 제언에 의하면, 아직도 미국 내 노인병의사는 요구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 노인병의사의 부족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지금 닥치고 있는 현상인데, 노인병의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아직 의대생과 수련의, 전공의는 물론 국가도 노인의학에 관심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둘째, 노인의 연령기준을 상향조정할 때 어떤 이점이 있고 또 어떤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를 노인의학의 관점에서 논의를 해본다. 노인의학에서는 기본적으로 노인을 동질한 군으로 여기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변수들에 의해 노인은 다양한 이질성을 드러내는데, 특히 연령에 의한 의학적 이질성은 항상 주목의 대상이다. 그 이질성의 해석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인을 여러 연령대로 구분·파악·대처하고 있다. 따라서 만일 노인 연령기준을 상향조정한다고 해도 노인의학 분야에서 변화는 미미하다고 판단한다.

셋째, 노인의 연령기준에 대한 필자의 개인적 의견을 노인의학 전공에 무관하게 피력해본다. 노인의 연령기준을 단 하나로 정하는 것은 어차피 쉽지 않은 일이다. 예를 들어, 65세를 66세, 70세, 71세, 또는 어느 나이로 올리든지 모두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닌다. 또 이는 노인을 한 두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어느 한 연령을 선택하여 이 나이부터 노인이라 규정하는 것이 실체적 영점조정에 해당되는지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령기준을 결정해야 한다면 그 과정과 결론은 결국 작위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부득이 사회·경제·정치·제도적 실행이 실체 속사정이라면, 현재의 기준연령인 65세를 기준으로 해서 필요에 따라 적정한 연령대별로 구분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면, 경로 우대는 몇 살부터, OO치료 혜택은 몇 살부터 등이다.

고령노인을 포함한 노인인구의 증가는 노인병학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음과 동시에 노인병 의사의 필요성을 비롯한 노인의료의 실제적 대응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와 대응 필요성이 노인의 연령 기준을 바꾸는 노인의학적 동인(動因)인가? 개인적으론 그 동력이 그렇게 강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노인의 연령 구별은 오히려 의학 이외의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것이 실체와 수사(修辭)의 형평을 그나마 유지하는 최선의 수라고 여겨진다. 여하튼 `노인'이라는 명사를 어느 나이에 붙일까를 주저하는 것은 어쩌면 수사의 망설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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