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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하지마비 환자 모두 보행치료 받을 수 있길”
“전세계 하지마비 환자 모두 보행치료 받을 수 있길”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8.04.30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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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별난 사람들> `의사 발명왕'을 만나다 〈11〉 - 경북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양수 교수

2G폰을 쓰는 해맑은 웃음을 가진 사람. IT산업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에 첨단 기기와는 전혀 거리가 멀 것 같은 사람. 하지만 그는 `의료기기 발명왕'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는 경북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양수 교수다. 현재 이 교수가 개발한 의료기기는 대구 지역 대학병원과 요양병원, 재활병원 재활의학과에서 90% 이상 사용되고 있다.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처럼 이 교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지만 발명의 꿈을 놓지 않았다. 그의 끈기와 노력은 환자를 위한 발명품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는 항상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자'라는 생각으로 발명을 해 왔다고 한다.

이런 그는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려 한다. 그의 목표는 세계 의료기기 업체들과 경쟁이 아니다. 재활치료라는 개념은 물론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다. 이 교수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올바른 재활치료를 통해 일 년 더 걸을 수 있도록 그 어떤 것이라도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생활 속 빈틈 `공략' 전술

이양수 교수가 발명을 할 수 있던 기반은 `아버지'였다. 그의 아버지는 그의 고교시절 묵묵히 그림자처럼 그가 발명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발명에 빠진 이 교수에게 아버지는 잔소리 한 번 하지 않았고, 특허 등록을 위한 자금도 준비해 줬다.

40년 전 그는 우연히 손톱깎이 끝 에 날개를 씌워 손톱이 튀어나가는 것을 막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손톱이 담기는 손톱깎이'를 만들어 특허사무실을 찾았다. 하지만 그의 첫 개발 상품은 생각에서 그칠 수밖에 없었다. 특허사무실 직원으로부터 `비슷한 특허가 있어 등록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는 손톱깎이를 시작으로, 환자를 위한 발명보다는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발명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치한 방지 벨' 광고가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어두운 길을 걷다가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벨을 누르면 경찰에 신고가 되는 제품이었다.

이 교수는 어두운 골목길을 걷다 누군가 목에 칼을 대며 위협하면 당황한 나머지 `벨'을 누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안전기능 앱'을 개발했다. 이 앱은 광고제품과는 반대로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위치 및 구간을 정한 뒤 도착지역까지 스마트 폰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스마트 폰이 손에서 떨어지면 신고가 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안전기능 앱'이 상용화되지는 못했다.

■효과 없는 의료기기 개선 위해 `발명'

이 교수가 재활치료 환자를 위한 의료기기를 개발하게 된 것은 12년 전부터다. 실생활 속에서 발명을 찾던 그가 재활치료 기기 개발로 눈을 돌린 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그는 재활환자의 보행훈련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의사, 환자가 아닌 제3자의 시각으로 환자를 바라보며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더욱이 자신의 전문 분야인 보행치료에 주력하게 된다.

이 교수는 뇌졸중, 하지마비 환자에게 보행재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보행재활은 운동장애가 심한 뇌졸중 환자들도 보행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던 제품은 치료 효과가 적고 보행 훈련 방법들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뇌졸중, 하지마비 등 재활 환자들을 위한 보행, 균형훈련 기기들은 40년 전부터 이미 있었지만, 이 기기들은 보행기능을 향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의료진들도 교과서와 선배들로부터 배운 대로만 환자를 치료하고 진료해 왔다”고 말했다.

그 결과,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걸을 수 있는 환자들도 건강한 삶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 이는 결국 경제적인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하는 현상을 낳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과거, 우측다리를 움직이는 부위에 뇌경색이 발생한 60세 여자 환자가 뇌졸중 발생 후 6개월이 지난 뒤에도 우측 다리를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3개월간 적절한 치료를 받은 뒤 보행이 가능하게 됐다”며 “뇌졸중으로 인해 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보행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뇌졸중 발생 후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보행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에 달려있다. 마비된 환자가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의 도움을 받아 보행을 하는 훈련 방법의 경우 환자와 치료사를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보행을 초래할 수 있다”며 그만큼 적절한 보행훈련이 중요하다”고 했다.

■마비환자도 걷게 만드는 `마법기계'

이양수 교수는 `다시 걷게 만드는 의사'로 유명하다. 그는 한쪽 뇌가 손상 돼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라도 반대편 뇌와 마비된 다리 신경 사이를 훈련을 통해 연결시켜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한다.

이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기계로 환자를 치료할 경우 기존 치료 보다 더 향상된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가지고 있다. 

이런 그가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은 `슬라이딩 재활치료훈련기'다. 이 기기는 기존의 슬라이드 보드 제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개발품으로, 단순해 보이는 기구지만 각도 조절이 가능하고 마찰 없이 움직일 수 있는 보드를 이용한 재활치료용 운동기구다. 환자가 누운 자세에서 발을 발판에 올려놓고 편안하고 안정적인 자세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해 환자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시켰다.

특히 이 기기는 과거 슬라이드 보드와 달리, 슬라이드 보도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환자들이 근력 강화 운동을 보다 편하고 쉽게 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즉, 환자가 무릎을 조금씩 구부리면 신체와 등에 밀착된 보드가 내려가고 환자가 무릎을 펴면 신체와 밀착된 보드가 위로 올라가면서 환자가 무릎을 조금씩 굽혔다 펴는 동작을 반복할 수 있도록 해 마비된 다리의 운동조절 능력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근력을 강화하며, 경직된 근육도 풀어주게 되는 원리이다. 환자의 근력이 향상됨에 따라 경사 각도를 조금씩 올려서 훈련을 하게 된다. 

이 교수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하지 재활 치료 장치 및 훈련 방법'도 내놓았다. 
기존의 균형 훈련기는 무게 중심의 수평이동 만을 이용하여 훈련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무게 중심의 수평이동과 수직이동을 함께 이용해 게임을 함으로써 균형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했다.

그의 균형 훈련기(하지재활훈련장치) 특허는 보건복지부로부터 보건신기술(NET-New Excellent Technology) 인증을 받았으며, 2011년 미국 특허도 받았다.

이외에도 그의 발명은 △하지 근력 측정 시스템 △모션 캡쳐 기반의 자세분석을 통한 재활 장치 및 이에 따른 재활 방법 △게임 기능이 구비된 하지 재활 훈련시스템 등 다수에 달한다.

이교수는 이러한 기기와 임상 경험을 이용해 새로운 보행훈련 프로토콜을 만들었다. 이 보행 훈련 프로토콜은 먼저 하지 근력을 회복하고, 차례로 발판 올라가기, 발판 내려가기, 발판 위에서 아래로 발 닿기, 실제 보행 훈련을 하도록 되어 있다. 이 보행 훈련 프로토콜은 대구지역 병원뿐 아니라 대한재활의학회 학술대회 워크샵을 통해 전국의 재활의학과 의사에게 보급되고 있다. 

■후진국에 `재활치료 길' 열어주고 싶다 

이교수에 따르면, 2017년 경북대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연수를 마친 파키스탄 교수가 `슬라이딩 재활훈련기를 적은 비용(약 70만원)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제안이 있었다. 그러면서 파키스탄 교수는 보행 훈련 프로토콜을 적용하면 큰 비용 없이 보행치료를 할 수 있어 국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현재 슬라이딩 재활훈련기는 국내는 물론 해외 유사 기기의 가격이 600∼12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물가가 싼 나라에서 모터를 제거하고 저렴하게 만들면 현재 제품의 약 10분의 1 가격에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재활치료를 위해서는 의료기기, 의료인력 그리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의 경우 환자들이 한 달에 지출하는 비용만 300∼500만원이 들어간다. 생활이 어려운 환자의 경우 이 비용이 적은 돈은 아니다”라며 “더욱이 파키스탄이나 나이지리아 등 후진국의 경우 재활치료센터를 갖추고 있지 않은데다 의료기기 구매도 어려워 재활치료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저렴한 가격의 슬라이딩 재활훈련기를 이용하면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국가의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코이카를 통해 슬라이딩 재활훈련기와 보행훈련 프로토콜을 무상으로 제공해 뇌졸중, 하지마비 환자들이 제대로 된 보행치료를 받음으로써 다시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살아도 걷지 못하고 누워있거나 정상적인 보행을 하지 못한다면 그 불편함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것”이라며 “개발을 하면서 `환자를 위한 것이 어떤 것일까'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환자에게 맞는 맞춤 치료를 위한 개발에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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