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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제2번, G단조, 작품번호 26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제2번, G단조, 작품번호 26 
  • 의사신문
  • 승인 2018.03.1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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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29〉 

■새로운 피아노협주곡의 방향을 선보이다
러시아 혁명 후 파리에 머물며 당시 최첨단 모더니즘을 접한 프로코피예프는 1935년 다시 러시아로 귀국하여 혁신적이고 전위적인 작곡가로서 최고의 지위를 누렸다. 고국에 돌아온 그는 예술의 정치화에 순종했고, 쇼스타코비치와 같은 자아성찰의 기회가 없이 삶을 마치고 만다. 네 곡의 피아노협주곡을 남긴 라흐마니노프가 마지막 낭만주의자로서 전통을 충실히 따르며 당시 모더니즘과는 거리를 둔 것에 반해 그는 라흐마니노프 못지않은 탁월한 피아노 연주 실력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피아노 주법과 현대적인 오케스트라 기법을 결합한 새로운 피아노협주곡의 방향을 선보였다. 당시 평론가들은 그의 모험을 극찬했다. 1918년 첫 피아노협주곡이 뉴욕에서 초연되었을 때 뉴욕 신문들은 “미래 세대를 위한 코사크인 쇼팽의 탄생”이라고 격찬했고, 시카고 신문은 “러시아 혁명을 대표하는 음악으로 놀라운 불협화음 위로 나부끼는 무정부주의자의 붉은 깃발을 연상 시킨다”고 평가하였다.

그는 1911년부터 1932년 사이 모두 5개의 피아노협주곡을 남겼다. 첫 두 개의 협주곡은 학생 시절에, 나머지 세 개의 협주곡은 파리에서의 망명생활동안 작곡되었다. 극단의 모더니스트로서 그의 면모가 잘 드러난 작품으로 20세기 초 중요한 레퍼토리로 손꼽힌다. 이 가운데 피아노협주곡 제3번은 1921년 초연 이후 피아노협주곡 중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널리 연주되었지만 피아노협주곡 제1번과 제2번은 그 음악적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이 인식되지 않아 연주와 녹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피아노협주곡 제2번은 피아노협주곡 제1번이 작곡된 다음 해인 1913년 작곡된 작품으로, 그의 피아노협주곡들 가운데 가장 변화무쌍한 멜로디들의 향연이 네 개의 악장에 빼곡히 담겨 있는 대곡이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내 음악은 효과에만 치중하며 아크로바틱적인 기교를 추구한다고 비판 받곤 하지만 바로 이러한 것들로 인해 이 곡에 무한한 깊이를 부여할 수 있었다.”

프로코피예프는 지성미가 넘치는 친구인 막시밀리안 슈미토프로부터 1909년부터 1912년 사이 쇼펜하우어를 비롯한 서구 철학의 세계를 소개받았는데, 청년 프로코피예프는 누이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 “슈미토프는 나의 절반”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각별하였다. 1913년 5월 슈미토프로부터 미련 없이 권총으로 자살할 것이라는 쪽지를 받았고, 슬픔에 빠진 그는 슈미토프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이 작품을 완성한 뒤 헌정하였다. 1913년 8월 파블로프스크에 이루어진 초연은 당시 러시아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청중은 작품의 생경함에 반대하여 연주 중 밖으로 나갔을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고 러시아 음악협회를 비롯한 모든 러시아 음악단체는 일제히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미아스콥스키의 옹호로 1915년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 시작했고, 이 곡을 통해 그는 디아길레프에게 발탁돼 발레 뤼스를 위한 작품을 위촉받기도 했다. 제1악장과 제4악장에 확장된 규모의 카덴차가 붙은 것이 특징인데 제1악장의 카덴차는 전체 길이의 거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제1악장 Andantino-Allegretto 기묘한 목관의 선율과 피아노의 내레이션과 같은 레치타티보 멜로디로 시작하면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3번과 언뜻 비슷한 느낌을 준다. 오케스트라 발전부가 등장한 뒤 제시되는 제2주제는 리드미컬하고 대중적인 느낌이 강조돼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발전부 대신 제1주제가 다시 소개되며 엄청난 길이와 심오한 내용을 담은 카덴차가 시작한다. 이 거대한 카덴차는 곧 발작에 가까운 영웅적인 격정을 일으키며 오케스트라와 함께 야성적인 클라이맥스를 이룬 뒤 서정적인 내레이션으로 회귀하며 끝을 맺는다.

△제2악장 Scherzo: Vivace 짧은 악장으로 제1악장과 제3악장간의 간주곡 형식이다.

△제3악장 Intermezzo: Allegro moderato 특징적인 두 부분이 있는데 하나는 대단히 빠르고 다른 하나는 단호하며 집요하다. 그리고 느린 부분은 첫 악장과 마지막 악장의 에피소드를 재현한다. 전통적인 협주곡에서 보이는 느린 악장에서의 살롱적인 감상주의에서 벗어나 변화무쌍하고 전율적이며 흥분으로 가득 찬 새 시대를 위한 새로운 감수성으로 중무장하고 있다.

△제4악장 Finale: Allegro tempestoso 전통적인 협주곡다운 화려한 무곡 풍으로 구성되어 있다. 폭풍우가 몰아치며 앞선 모든 것을 깨끗이 쓸어버리고 일종의 자장가로서 부유하는 듯한 피아노 선율로 이어진다. 폭풍우와 자장가가 나선형을 그리듯 반복되며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점진적으로 증폭시켜간다. 다시 장대한 카덴차가 등장하여 고통스러운 느낌과 비장한 모습을 보이면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영웅적인 광폭함을 울부짖으며 끝을 맺는다.

■들을 만한 음반
△에브게니 키신(피아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2008)
△백건우(피아노), 안토니 비트(지휘), 폴란드 국립방송 심포니 오케스트라(Naxos, 1991)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피아노), 앙드레 프레빈(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Decca, 1976)
△예핌 브롬프만(피아노), 주빈 메타(지휘),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Sony classical,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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