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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의 출산<7>
강아지의 출산<7>
  • 의사신문
  • 승인 2010.05.1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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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겨울부터 어머님께서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기 시작하셨다. 아버지는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고집으로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색이 진한 푸들인데 어머니를 무척 잘 따랐고 어머니도 정성을 들여 키웠다.

어느날 어머니 집에 갔다가 아기를 업듯이 포대기에 강아지를 넣어 등에 업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왠지 정상은 아닌 것 같아 그러지 마시라고 했는데 어머니는 당신이 좋아 하는 것이니 괜찮다고 하셨다. 그 강아지가 자라 생리를 시작했고 그 후 어머니는 강아지를 임신시켜야 된다며 교배할 강아지를 찾았다.

그런데 강아지를 교배시키는 것도 상당한 금액이 들었다. 정상 임신이 될 때까지 교배시켜 주는 조건으로 한 25만원 정도가 들었다. 그 후 산전 진찰로 초음파 검사를 하고 출산은 제왕절개와 불임 수술을 같이 하게 되는데 수술비용이 예상외로 많이 들었다.

강아지를 키우는데 그렇데 많은 돈이 드는 것이 나는 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돈을 지출했다. 출산 예정일이 가까워 오자 병원에서 수술 날짜를 예약하였고, 수술을 예약하고 오던 그날 새벽에 강아지는 아무도 몰래 혼자서 새끼를 낳았다.

어머니는 밤사이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강아지가 혼자서 새끼를 힘들게 낳았다고 안타까워하셨고 나는 동물병원 원장이 더욱 안타까울 거라 생각했다. 출산 후 몇 달이 지나자 새끼도 많이 자랐고 어머니는 두 마리의 강아지를 업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새끼 강아지가 구토와 설사 증상을 보여 다시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원장은 이런 경우 치사율이 50% 정도까지 된다고 하였다.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사망할 수 도 있다는 설명을 듣고 어머니는 강아지를 입원시켰다고 하셨다. warning을 너무 강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어머님께는 잘하셨다고 말씀드렸다.

괜히 내 의견을 얘기 했다가는 `네가 강아지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그런 얘기를 하느냐'는 꾸중을 들을 것 같아 아무 얘기도 못했다. 강아지 입원 후 3일이 지나 문병을 갔는데 상태가 좋아서 데려오려 했으나 아직 완쾌된 상태가 아니라 며칠 더 입원해야 된다고 하였다.

그날 나는 동물병원에도 특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특실은 개 철장이 좀 더 큰 것 같긴 했다. 며칠 후 50여 만원의 입원비를 지불한 후 강아지는 퇴원 하였다. 강아지가 아프니 많은 돈이 드는 것 같았다.

요새 산부인과 과장님들과 얘기를 하면 힘들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사람의 분만 수가가 개만도 못하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많이 들었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산부인과 인기가 많이 떨어져 전공의를 모집하기도 힘들다 보니 과장님들이 돌아가며 직접 야간당직도 서게 된다. 무엇인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인터넷 기사에서 연예인이 집에서 출산을 한 것을 보았다. 진정한 자연분만이라 강조하며 앞으로 가정출산의 전도사가 되겠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욕조에서 남편이 뒤에서 안고 출산하는 수중분만이 좋다고 하더니 이제는 집에서 낳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래저래 병원에는 가기 싫은가 보다.

어머니께서는 애정이 있다면 강아지에게 그 정도 치료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셨다. 그런데 사람은 애정이 많을수록 왜 병원에 가지 않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조재범<성애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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