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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법적 처벌, 의료 인력 이탈로 이어질 것”
“의료진 법적 처벌, 의료 인력 이탈로 이어질 것”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02.0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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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생아학회, ‘이대목동병원 수사’ 질타…근본적 대책 촉구

“2년차 전공의 한 명이 그만 둔 후 야간에는 환자 상태도 잘 모르는 다른 병실 전공의들과 함께 당직이 운영되니 잠이 오지 않는다. 매일 대기 상태인 것도 하루 이틀이니 차라리 전문의들끼리 교대로 당직이라도 서면 좋겠는데 신생아 전문의는 혼자 밖에 없으니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다. 외부 입원 환자가 늘어서일까? 로타바이러스 양성 아기들이 점점 늘어난다. 일단 모든 외부 환자를 격리실에 두고 감염 스크리닝 결과 확인 후 새로 병상 배정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작년 신생아중환자실 증축 공사 때 격리실을 더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경영진은 인큐베이터 속에 들어 있는 아기들에게 무슨 격리실이 그리 많이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수사에 대한 질타와 더불어 근무환경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신생아학회(회장·김기수)는 지난 5일 이대목동병원 관련 성명서를 내고 지질 주사제 오염의 역학적 경로가 의료진 과실로 확인되지 않은 시점에서 주치의, 전공의 및 간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수사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사건이 의료진의 법적 처벌로 이어진다면 중환자 진료 의료 인력의 연쇄적 이탈과 함께 국내 중환자 진료 근간의 붕괴라는 국가적 재난 사태로 파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생아학회 관계자는 “이대목동병원 사건 발생 초기, 가장 면역에 취약한 아기들의 공간에 그것도 역학 조사를 위한 적절한 사전 조치도 없이 마치 범죄의 현장인 양 수사팀의 강제 수색이 진행된 것은 신성한 진료권에 대한 침범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환자 진료와 소생술에 최선을 다했던 담당 주치의를 비롯한 의료진의 신상이 수사 과정에서 너무나 쉽게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 경로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 사건의 감염 경로가 지질 주사제 소분 과정의 의료진 과실이라는 주장은 아직까지는 추정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해당 병원 경영진은 배제한 채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들을 참고인도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것은 그간의 유사 사건에 비춰 형평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못 박았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대책으로는 △전문 의료 인력의 양적 확보 △감염 관리 시스템 보안 강화 △특화 의료 기기 및 약품에 대한 지속적 공급 경로 확보를 촉구했다.

신생아학회는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신생아 중환자 진료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신생아 전문의와 경력 간호사 등 전문 의료 인력의 양적 확보가 중요하다”며 “이들의 인간적 근무 환경을 보장할 수 있는 지원책도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신생아 중환자의 감염 관리 시스템을 보완하고 안전과 직결되는 특화된 의료 기기 및 약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해야 다시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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