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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노인당뇨병 환자 스트룰드브루그
불멸의 노인당뇨병 환자 스트룰드브루그
  • 의사신문
  • 승인 2018.02.0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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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 오디세이아 〈19〉 
유 형 준한림의대 내분비내과교수시인·수필가 

대비드 커는 `영국의학회지(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린 논문 `스트룰드브루그, 당뇨, 문지기: 우리 시대의 이야기(Of Struldbruggs, sugar, and gatekeepers: a tale of our times)'에서 진단이 애매모호하고 여러 가지 질병이 동시에 발견되는 노인 환자를 경험하고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여기서 `문지기'는 `환자에게 도움을 주거나 전문가에 의뢰하여 치료 받도록 조종하는 역할자'의 뜻이다.]

11월 초 글래디스는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설 때 왼쪽 가슴 통증을 느꼈다. 요양원측은 구급 전화를 걸어 그녀를 즉시 병원으로 옮겼다. 여섯 시간에 걸친 응급실 처치 후, 급성 질환 병동에 입원했다. 사흘에 걸친 검사에도 불구하고 통증에 대한 원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녀는 심장내과 병동으로 전동하여 추가 검사를 했지만 고통을 일으킨 원인을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 사이 아침마다 복용해야할 알약만 해도 열여섯 알로 늘어나 그녀를 더 우울하게 했다.

병발한 욕창 때문에 그녀는 자정에 정형외과병동으로 옮겨졌다. 당시 혈당이 270mg/dL으로 높아서 당뇨병 병동으로 이송되었지만 마침 빈 병실이 없어 일단 비뇨기과 병동에서 잠시 머물기로 했다. 잦은 병실 이동 중에 그녀는 안경과 틀니를 잃어버렸다. 그녀는 당뇨병 병동에서 칠면조를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맞을 것이다.

대비드 커는 임상 증례와 함께 `요즈음 당뇨병 병동은 사회와 격리되고 우울한 스트룰드브루그가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러면 스트룰드부르그는 누구인가. 잠시 소개한다.

3차 여행에서 걸리버는 해적에게 붙잡혀 공중에 떠있는 라푸타 섬에 닿는다. 라푸타섬은 당시 영국 런던의 로열 소사이어티에 보내는 패러디다. 실제론 전혀 적용할 수 없는 추상적 논리에 빠져 지독히 배타적인 그들에게 들려주는 풍자적 변곡(變曲)이다. 뒤이어 걸리버는 루그나그섬으로 항해한다.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꽤 많은 친구들과 함께 있던 어느 날, 고위 관리 한 명이 내게 `스트룰드브루그', 즉 `불멸의 인간'을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나는 본 적이 없다고 대답하고는, 목숨이 유한한 인간에게 그런 호칭을 붙이는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대단히 드물기는 하지만 왼쪽 눈썹 바로 위 이마에 원형의 붉은 점이 찍힌 아기가 태어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것은 그 아기가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확실한 표시라고 설명해주었다. 그 반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커졌고 색깔도 변했다. 12세에 녹색이었다가 25세가 되면 짙은 청색, 45세에 석탄 흑색으로 바뀌었고 영국 실링 동전 만해지면 그 색깔 그 크기 그대로 유지되었다.

스트룰드브루그의 자식들은 그 사회의 다른 사람들처럼 생명이 유한했다. 불멸은 어느 특정 가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나타났다. 이런 사람들의 출생은 매우 희귀한 것이기 때문에, 그 왕국 전체에 남녀를 합쳐서 약 1100명 이상이 된다고는 믿을 수가 없고. 
- (`걸리버 여행기' 조나단 스위프트 저/이동진 역)

영원히 죽지 않는 인간 스트룰드브루그. 정확히 이르면 죽지만 않을 뿐이지 하루하루 영원히 늙어간다.

노인이 되면 대개 십 년씩 나이가 들수록 공복 혈당은 1㎎/㎗씩, 식사 2시간 후 혈당은 5 내지 10㎎/㎗씩 올라간다, 왜 이렇게 늙어가면서 혈당은 오르는가?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머리를 짜내지만 명쾌한 답은 구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사람이 왜 늙는가?' 라는 소위 노화의 근본 기전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다.

다만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노화에 의해 췌장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분비가 줄어들고, 분비된 인슐린도 그 기능이 약해진다. 이러한 현상은 신체활동 감소, 근육 감소, 일부 특정 약물 복용 등에 의해 심해진다. 더구나 노인 당뇨환자는 기본적으로 미세 혈관 합병증 및 대혈관합병증의 위험이 청장년 보다 높다.

그 결과로 노인당뇨병에서 하지 절단, 심근경색, 시력 장해, 말기 신질환이 흔하다. 노인 시력장해의 주원인인 백내장 주요 위험인자가 당뇨병이다.

노인황반부변성과 녹내장은 당뇨병이 실질적 위험인자로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나이에 따라 눈에 띄게 유병률이 는다. 특히 노인당뇨병의 약 10 퍼센트에서 발견되는 황반증에 의한 망막내 부종은 시력장해를 가져온다. 아울러 노인에서 당뇨병은 기능장해, 낙상과 골절, 요실금, 우울증, 인지장해, 영양불량, 통증 등을 당뇨병이 없는 경우에 비해 두세 배 더 일으킨다. 이처럼 합병증과 병발증이 많이 발병하여 의료비 부담도 유의하게 증가한다.

대한당뇨병학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30.4 퍼센트, 총 195만 1천명이 당뇨병 환자다. 참고로 30세 이상에선 당뇨병 유병률이 13.7 퍼센트다. 단순하게 이르면 나이가 들수록 당뇨병 환자가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커 박사는 걱정스런 문지기의 심정으로 `불멸하는 스트룰드브루그는 모두 당뇨병 환자일것'이라고 논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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