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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사태를 바라보며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바라보며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01.2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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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적 시각으로 문제해결 위한 근본적 해결책 필요

얼마 전 충북 제천에서 ‘노블휘트니스앤스파’ 화재가 있었다. 29명이 희생된 대형 참사였던 만큼 국민적 관심도 뜨거웠다. 그러나 관심은 분노로 바뀌고 그 비난의 방향은 엉뚱하게 소방관에게 향했다.

유가족대책위원회는 화재 이후 곧 바로 제천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이유를 밝혀달라는 ‘수사촉구서’를 충북경찰청 수사본부에 전달했다. 이에 덩달아 정치인들도 합세해 화재 당시 소방관들이 2층 진입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마녀사냥 식 여론몰이를 시작했다.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흔히 국내 사회를 빗대어 ‘냄비근성’이라고 비꼬는 말이 있다. 쉽게 동조하고 특정 타깃을 정해 같이 분노를 표출하지만 곧 식어버리는 한국 사회 풍토를 풍자하는 용어이다.

이 같은 냄비근성을 잘 보여주는 제천 참사와 비슷한 예가 또 있다. 바로 이대목동병원 사태이다.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던 신생아 4명이 동시에 사망한 사건을 보고 국민들은 분노했다.

곧바로 비난의 화살은 곧바로 병원과 의료진에게 쏠렸고 신생아중환자실 위생관리와 의료진의 미흡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와 정치인들은 앞다퉈 비난 여론을 조성했고 지난 12일 국과수 부검 결과가 ‘사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으로 인한 사망으로 발표되자 비난은 극으로 치달았다.

물론 병원과 의료진의 잘못과 대응 미숙에 대한 건강한 질타와 비판은 옳다. 또한 부실관리와 업무상 과실이 있는 당사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오를 인정하고 변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방안 논의는 실종된 채 개인을 향한 도를 넘는 비난과 조롱은 건강한 문화라 볼 수 없으며 단순한 꼬리자르기와 다를 바 없다. 즉 큰 숲을 보지 못하고 눈앞에 나무만 보는 격인 것이다.

병원과 의료진 개인에 대한 비판이 일시적인 사건의 재발은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거시적 관점에서 병원의 재원 악화를 유발하는 취약 분야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없다면 해당 사건의 근본적 문제 해결은 어렵다.

국내 의료 서비스는 대부분 민간의료기관에 의해 공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신생아중환자실은 중증외상센터와 더불어 대표적인 병원의 적자 사업 분야로 이를 통한 병원 수입 증가는 전혀 기대할 수 없고 현상 유지만 돼도 고마운 현실이다.

지난해 복지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신생아중환자실의 병상 수는 지난 2011년 1299개에서 2015년 1716개로 417개 증가했다. 그러나 신생아 수요 대비로는 169개의 예비 병상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입장에서는 굳이 적자를 감안하고 해당 분야의 투자를 감행할 이유와 목적이 없다. 때문에 정부 개입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신생아중환자실은 낮은 의료수가, 신생아 맞춤 의료 방침에 따른 높은 업무강도, 고급 인력의 부재, 병원의 무관심 등의 이유가 합쳐지면서 더욱이 제도적 지원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장비낙후와 비위생적 의료 환경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르며 이번 목동이대병원 사태도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있다. 미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고서야 해결한다는 뜻이다. 미리 예방하지 못했다면 지금에서라도 문제는 고쳐져야 한다. 신속하고 적절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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