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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법 시행으로 '연명의료 조장 위험성' 더 커져"허대석 서울대병원 교수, "시범사업 사실상 실패_의료계, 준비없이 정부만 쳐다봐"
김기원 기자 | 승인 2018.01.29 07:23
  허대석 교수가 오는 2월4일 시행되는 연명의료결정법과 관련, 지난 26일 서울대병원 본관 10층 회의실에서 제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수많은 환자의 생사를 지켜본,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가 연명의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책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을 최근 출간하고 내달 4일 시행을 앞둔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개념과 해외사례, 의료현실과 맞지 않는 문제점 등을 지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오는 2월4일 이후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본격 시행되면 기존과 달리 한국인의 죽음에서 ‘자기결정권’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사와 가족이 결정해오던 일이 상당 부분 '환자 본인'에게 넘어오면서 환자와 그 가족의 가치관은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그에 따른 부담도 커지게 된다. 이같이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으로 통칭되는 우리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허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과 관련, "△모법은 괜찮은 편이다. 모법에 비해 경직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바꿔 나가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환자 본인만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은 대리작성이 가능하다. 이로인해 미작성시 (우리나라) 의료진은 당연히 방어진료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허 교수는 "△정부는 실패한 시범사업을 호도, 국민에게 알리고 있으며 이와 함께 △의료계 역시 스스로 (이같은 상황에) 대비하지 않고 오로지 정부만 쳐다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와 관련, 의사신문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대병원 본관 10층 회의실에서 허대석 교수를 직접 만나 오는 2월4일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에 앞서 연명의료에 대해 고심해온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허 교수는 첫마디로 “오는 2월4일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심히 걱정스럽다”며 “현장에서의 방어진료가 예상된다. 이는 연명의료 조장의 위험성을 내포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허 교수는 “연명의료대상자는 1년에 20만명 하루 평균 500명꼴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호스피스+연명의료’인데 병합심의로 인해 혼선을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허 교수는 연명의료 처벌조항과 관련, 이로인해 처벌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의료진에게 약 1년 동안의 경찰조서 작성은 처벌 보다 그 자체가 매우 큰 스트레스인 만큼 어쩔 수 없이 방어진료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허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은 보편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면 된다. 환자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시행령과 시행규칙만 보완하면 된다“고 충고하고 ”서울대병원은 2월4일을 목표로, 새롭게 만들어진 DNR 서식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대석 교수는 오는 4일 시행되는 연명의료결정법의 주요 쟁점사항과 관련, ❶말기 대 임종기 ❷연명의료계획서(본인만 작성 가능) ❸연명의료 중단 대 유보등 3가지를 제시하고 ”초기 법 시행상의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허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에 있어 현실적인 최대 걸림돌은 가족해체인데 1990년대 미국의 자기결정권을 복사, 우리 실정에 안맞는다“고 꼬집었다.

허 교수는 3가지의 쟁점중 ❶‘말기 대 임종기’의 경우, ”한국은 연명의료 결정을 임종기와 말기로 나누었는데 이같이 까다로운 법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를 나눈 나라가 없다. 한국은 가장 제한적인 입법으로 혼선만 가중시키고 있다. 터미널을 말기와 임종기로 세분화, 판단이 어렵고 쟁점 또한 많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대장암과 같은 암환자의 말기 진단은 비교적 예측하기 쉬운 편이나 심부전과 같은 만성질환에서 악화/호전을 반복하면서 환자가 사망,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말기/임종기 진단을 할지 어려운 결정이라는 것이다.

허 교수는 쟁점 ❷‘연명의료계획서(본인만 작성 가능)’의 경우, ”미국에서는 ‘Advance Directives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대리서명이 가능한 ‘POLST 연명의료계획서’ 제도로 전환됐다. 주된 이유는 보호자가 의사결정에 참여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즉, 우리나라는 환자 본인만 작성이 가능하나 미국은 대리작성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미국의 ‘POLST 연명의료계획서’는 미국 모든 주에서 대리결정을 허용하고 있는 것은 물론 동의가능한 자인 대리인도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쟁점 ❸‘중단 대 유보’의 경우, ”회생불가능한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은 김할머니사건 같은, 의료에 집착하는 ‘연명의료 중단’이 있고 고 김수환 추기경과 같은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연명의료 유보’가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연명의료 시행후 중단의 경우, 환자의사 확인이 가능한 경우는 극소수이고 환자의사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는 3-5만명인데 반해 연명의료 유보의 경우, 환자의사 확인 가능은 1만명 미만이고 환자의사 확인 불가능은 무려 15-17만명이나 된다“며 ”연명의료법은 연명의료 중단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 교수는 ”지난 3개월간 서울대병원에서 이뤄진 연명의료 상담결과(병원에 입원한 전체 말기 및 임종기 환자는 300여명 즉, 한달에 100명이상 사망), △연명의료 상담은 48명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은 18명 △계획서를 썼지만 연명의료를 받다가 사망이 2명 △계획성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이 1명이었다“고 말했다. 즉,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은 단지 18명인 6%에 그쳤다는 것이다.

특히 허 교수는 정부의 시범사업과 관련, ”연명의료계획서 시범사업참여기관이 상급종합병원 7곳 국공립종합병원 3곳 등 10곳으로 20만명✕(3개월/12개월)✕(7/42)=8300명의 사망자가 추정된다. 그러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케이스가 107건이다. 결국 1.3%(107/8300)으로 시범사업은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허 교수는 ”존엄사에 대한 찬성율은 90%를 넘는다. 그러나 연명의료계획서 실제 작성률은 10% 이하로 이같은 요인은 △가족의 환자접근 반대 △의사 2명 사인(상시 근무 불가능) △복잡한 서식 요구(가족관계증명서 등)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허 교수는 ”국회의원들에게 연명의료결정법의 문제점 등을 수없이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정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는 (국회의원들이) 법안 설명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의원 개개인의 경험(20년간의 자기학습)에 따른 선택 결과“라고 판단했다.

허 교수는 법적인 서식작성이 어려운 이유와 관련, 7명의 케이스를 소개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을 비롯 △작성/유보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에 대한 상담중 환자의식이 급격히 저하되어 사망 △주말중 환자상태 악화되어 전문의 서명받지 못하고 사망 △환자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연명의료계획서 상담할 시간도 없이 사망 △응급실에서 DNR 작성. 법정양식으로 이중으로 작성하는데 대해 가족들이 거부 △환자는 동의했으나 기력이 없어 서명을 할 수 없어 녹취 시도. 어떤 방식으로 녹취하고 기록남길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시행하지 못함. 2인 이상의 가족 진술과 가족관계 증명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망한데 따른 것 등이다.

허 교수는 서식과 관련, ”한국의 연명의료결정법중 ‘연명의료계획서 POLST’에서 환자서명은 필수, 가족대리결정은 금지, 의사서명은 2인 그리고 ‘심폐소생술금지동의서 DNR’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너무 까다로워졌다. 이밖에도 추가요구 사항으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판단서와 △가족관계증명서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이행서를 요구하고 있다“고 실상을 소개했다.

특히 허 교수는 ”한국의 법률은 43페이지(법률 10페이지, 시행령 3, 시행규칙7, 별표2, 서식21)이며 의협 윤리지침이 1페이지인 반면에 미국은 법률이 2페이지“라고 꼬집었다.

허 교수는 ”오는 2월4일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걱정스럽다며 현장에서의 방어진료가 예상되는 만큼 이는 연명의료 조장의 위험성을 내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의 본격 시행과 관련, ”△환자의 자기결정 원칙과 △환자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가가 핵심이다. 연명의료법 모법은 괜찮다. 단지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경직되었다“며 ”법 시행에 따라 당장의 혼란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모든게 처벌로써 해결될 사항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기원 기자

 

김기원 기자  kiki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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