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8:06 (금)
이대목동병원 사태, 근본적 의료정책 개선 수반돼야
이대목동병원 사태, 근본적 의료정책 개선 수반돼야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8.01.10 14: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생아중환자실, 열악한 시설·인력으로 의료 질 저하…정부 해결책 필요

최근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로 인해 병원과 의료진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열악한 신생아 치료시설에 대한 제도적 시스템이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회장·임현택)에서 지난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신생아중환자실의 실상은 녹록치 않다. 1명의 인력으로 버티는 신생아중환자실이 많고 중환자의 수가 증가할수록 노동 강도도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중환자실이 병원입장에서 돈이 되는 분야가 아니어서 항상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오히려 예산이 삭감되는 경우도 태반이다.

민간병원이 국가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를 책임지는 우리나라의 경우, 흔히 말하는 돈 안 되는 의료분야는 자연스럽게 소외될 수밖에 없다. 전공의도 꺼릴 뿐 더러, 고질적인 간호 인력 부족에도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신생아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A 교수는 최근 기고문을 통해 “신생아중환자실 전공의가 1명, 0.5명 심지어 0명인 병원도 있다”며 “전공의 확보가 안 되면 촉탁의라도 뽑아야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투자조차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신생아중환자실 전담의 제도’로 인해 전담의로 지정되면 일주일에 2회까지만 한 번에 4시간 외래 진료를 보고 신생아중환자실 업무에 전념할 수 있다. 그러나 전담의 지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런 경우에는 일주일에 4~5세션까지 외래 진료를 보고 신생아중환자실 업무를 병행하기 때문에 높은 업무 과중으로 신생아중환자실 지원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간호 인력 상황도 다르지 않다. 중환자실 특성상 업무 강도가 높아 사직률이 높은 편이며 3년차 이상의 전문 인력 양성이 어려운 실정. 특히 신생아의 경우는 다른 분야와 달리 맞춤 치료 방침이 많아 성인중환자실보다 까다로운 업무가 많다.

A 교수는 “특히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들은 세심하게 챙겨줘야 하는 것들이 많고 중증도가 높아질수록 일이 힘들다보니 사직률이 높다”면서 “신규 간호사가 들어와 트레이닝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좀 키워 놓으면 힘들어서 사직하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의료 서비스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충분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에서는 병상 가동률만 신경 쓰게 되고 자연스럽게 의료의 질이 저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또 부족한 지원으로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도 이뤄질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병원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제도적 강제성 없이 일반 병원에 저 수익 분야의 투자를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국내 신생아중환자실 같은 저 수익 분야의 경우는 국가가 개입해야만 하는 마지노선까지 왔다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관계자는 “병원은 사명감이나 당위만으로 바뀔 수 없다”며 “이 점을 고려해 국가 차원에서 신생아중환자실 인력, 장비, 근무조건에 대한 기준점을 명확히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지원이 적고 업무강도가 강한 분야에서 근무할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