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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노티의 뒷맛'
<수필> `노티의 뒷맛'
  • 승인 2005.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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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간직할 즐거움과 행복 `선사'

 

`노티의 뒷맛'

 

박양실<중구/박산부인과, 전 복지부장관>

 

아기 잉태/출산하는 마음으로 책 출간

 

`노티' 평남/황해도 지방서 즐기는 음식

 

쏟아지는 독자들의 격려/관심에 `감동'

 

 

 

 얼마 전 `어머니와 노티'라는 수필집을 냈다.
 15년 전 `꽃게와 카네이션'이라는 첫 수필집을 낸 후 틈 나는대로 조금씩 써서 모아둔 것이 꽤 많은 분량이 되었다.
 칠순이 되자 아이들이 책을 내자고 건의했다.
 그러나 내 생각에 내 변변치 못한 글 솜씨를 자랑할 것도 못되고 그렇지 않아도 하루에 수 만권씩 새 책이 쏟아져 나온다는 말을 듣고 사회에 또 다른 공해를 보태는 것이 아닌가 싶어 망설였다.
 이리 저리 미루다가 연말이 다 되어서야 출간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원고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책이 나왔다.
 제목에도 신경을 썼고 장정과 색도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꼭 옛날 내 손을 거쳐 간 많은 아기들 생각이 났다.
 아기를 잉태하고 출산하는 기쁨과 다름이 없는 것 같았다.
 제목을 `어머니와 노티'로 정했다.
 평소에 가까이 지낸 분들, 존경하는 분들을 골라서 정성껏 서명을 해서 발송을 했다.
 그리고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많은 아름다운 화분과 예쁜 축하 카드를 받았다.
 그런데 첫 번째 질문이 노티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얼핏 어머니가 붙으니까 늙었다는 뜻이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책에서 설명했다시피 평안남도와 황해도 지방에서 즐겨먹는 음식의 일종이다.
 이북 출신인 노티를 아는 분들은 노티를 어디서 맛 볼 수 있느냐고 묻고 말만 듣고도 고향을 그리면서 즐거워했다.
 나의 동기 동창 한사람은 어머니가 계실 때는 가끔 먹었는데 부인이 전수받지 못해서 아쉽다고 했다.
 몇몇 신문에 소개가 나가자, 자신이 평남 출신이라고 하면서 책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고 전화가 걸려왔다.
 이 모든 일들이 나를 즐겁게 했고 책을 낸 보람을 느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친구는 책을 다 보았는데 `나와 데모'라는 글에서 내가 신탁통치반대 데모를 했다고 썼는데 그것이 아니고 휴전반대데모라고 바로 잡아주기도 했다.
 우리 연배의 독자들은 내 글에 공감하고 재미있게 읽었다고 감상문을 메일로 보내오기도 했다.
 90세가 넘으신 나의 스승인 노 선배 한분은 옛날 학생 때의 나의 모습들을 기억해서 장문의 편지를 보내주시기도 했다.
 이렇게 몇 달은 흥분과 즐거움 속에서 나날을 보냈다.
 내가 평소에 존경하던 어느 제약회사 회장님께서는 따뜻한 격려와 찬사를 메일로 보내 주셨다.
 그리고 또 많은 분들이 자신의 저서를 바로 보내 주시기도 했다.
 어느 날 어느 제약회사 임원 한분이 아침에 전화를 주셨다.
 자신이 평남 출신인데도 노티를 먹어본 일이 없고 어른들은 다 안 계셔서 부인에게 책에 써 있는 대로 만들어 보라고 했는데 그 맛이 제대로 재현이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맛을 보고 평해 달라고 직접 만든 노티를 병원으로 보내오신 것이다.
 나는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고 깊이 감동했다.
 나도 50∼60년 전 일이라 자신이 없어서 노티를 알만한 주위 사람들에게 맛을 보아달라고 부탁했다.
 결론은 합격이었다.
 물론 변변한 간식이 없던 그 시절과 지금 온갖 맛있는 먹거리에 길들여진 상황에서 같은 맛을 찾는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나의 글을 아끼고 탐독해 주신 독자가 있다는 것은 나로서는 보통 고마운 일이 아니고 가장 잊지 못할 독자로 영원히 내 가슴 속에 남을 것이다.
 이처럼 노티의 뒷맛은 나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고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이 황홀한 맛을 나는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노티를 읽어주신 많은 독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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