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강화로 국민 기만하는 `적폐 청산'할 때
보장성 강화로 국민 기만하는 `적폐 청산'할 때
  • 의사신문
  • 승인 2017.12.0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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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의료계 대정부 총궐기대회 개최와 그 의미

새로운 정부 정책 등장때 마다 의료계 매도·책임 전가 반복
국민 건강과 미래 의료 위해 총궐기대회 통해 바로 알려야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지난 8월 9일 정부는 우리 의료계와 어떤 협의도 없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속칭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이 정책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하나의 큰 축으로 신포괄수가제, 예비급여의 도입 등을 예고하고 있다.

고질적인 저수가와 원칙없는 삭감, 건강보험공단의 횡포 등으로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왜곡될 대로 왜곡되어 있다.
동네 의원 수는 증가하고 있음에도 지역 사회에서 필수 의료를 담당해야 할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진료과는 감소하고, 비급여 분야에 뛰어드는 젊은 의사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다시 미국, 일본, 호주 등의 해외 진출에 관심을 두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건보 재정은 지난해까지 20조 이상의 누적 흑자를 냈다. 이 흑자는 검소와 근면으로 모아 미래를 대비하는 바람직한 재산 같은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 거둔 것을 필요한 국민에게 돌려주지 않고,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증거다.

정부는 마땅히 이 흑자를 지금의 착취적이며 기형적인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사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번 보장성 강화정책은 정부가 현재의 한계에 다다른 저부담, 저급여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환자는 국가가 미리 정해둔 비용만큼만, 정해둔 기간 만큼만, 정해둔 재료만큼만 아플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 의사에게도 환자는 모두 다르고 필요한 치료도 다르다. 그런데 포괄수가제는 `신'포괄수가제로 이름을 바꾸어 이번 정책의 핵심으로 등장한다. 환자는 정해진 만큼 아플 수 없고 충분히 치료 받아야 하지만, 정부는 국민 몰래 의료계에 이를 제한하도록 강요할 것이다.

새 정책에서 말하는 전면급여화는 환자의 치료를 전면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정부는 `전면' 급여화라는 말을 통해 획기적으로 보장성을 끌어올릴 것처럼 선전하였지만, 동시에 “예비급여” 제도도 같이 도입하겠다고 했다. 예비급여 항목에 대해 환자는 전체금액의 90%까지 부담한다. “전면급여화”라는 단어를 듣고 국민들이 느꼈을 기대를 미루어 생각해본다면 이런 예비급여 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순기능은 가린 채 비급여를 모두 청산해야 할 것으로 일반화하고, 기만적인 전면급여화를 내세우는 정부가 원하는 것은 모든 의료를 자신들이 통제하는 것일 뿐이다.

이제 우리 의료계는 정부의 통제를 더는 믿을 수 없다. 정부는 자신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진 적이 없다. 새로운 정책의 실패에서 고통받는 것은 국민이었고, 그 범인으로 몰렸던 것은 의사였다. 의약분업 이후의 재정 파탄에서도, 심혈관기형 환아를 위한 의료재료 공급 협상 결렬에서도,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로 창궐한 메르스 사태에서도, 제 기능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중증외상센터에서도 항상 그래왔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묵묵히 고통을 분담했던 것은 의료계였다.

그러나 새로운 정책이 등장하고 새로 발생할 왜곡에 우려를 표할 때마다 의료계는 매번 배부르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되었고, 정책이 강행되고 시간이 지나면 실패한 의료제도의 범인으로 몰렸다. 이번에도 이 새로운 정책은 국민들을 기만하며 더 많은 것을 정부의 통제 아래 두고자 한다.

이것은 진보와 보수의 정치논리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의료 시스템, 그리고 국민의 건강이다. 그 누구도 대중의 인기, 정치적인 유리함을 위해 독단적으로 의료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해서는 안된다. 그렇기에 의료계를 포함한 국민 설득과 의견 통합 그리고 협력의 과정 없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다. 구체적 계획은 아무것도 없이 의료계에는 적정수가를 보장하겠다고 말하고 동시에 국민에게는 비용부담을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우리는 계속 불안하다.

바람직한 의료환경에서 의사와 환자의 권익은 충돌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목소리 높여 이야기해왔던 문제들이야말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환자와 의사를 멀어지게 해온 적폐다. 정부가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의료체계에도 “적폐 청산 없이는 개혁도 통합도 있을 수 없다”.

회원 여러분! 해결되지 않은 왜곡의 한가운데로 의료계를, 그리고 국민을 구겨 넣어서는 안된다. 잘못된 정책 추진의 결과는 국민 건강에 대한 위협으로 돌아갈 것이다. 앞으로도 의료체계를 짊어져야 할 우리 스스로와 곧 의사가 될 우리의 후배들, 더 건강해야 할 미래의 국민을 위해 지금의 문제점들은 반드시 먼저 청산되어야 한다.

이번 12월 10일 총궐기대회는 13만 의사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국민과 정부에 전달하는 첫 번째 자리가 될 것이다. 많은 관심, 응원 그리고 참여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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