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아버지의 뜻과 발명가의 꿈 모두 이루고파”
“아버지의 뜻과 발명가의 꿈 모두 이루고파”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7.11.27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계의 별난 사람들> `의사 발명왕'을 만나다 〈6〉 - 손정형외과 손문호 원장 

부친이었던 고 손승원 박사의 `환자 중심 인술 철학'에 동화
정확한 주사 돕는 `초음파 프로브 일체형 주사장치' 등 개발
지난해 의료기기 회사 설립 상용화 연구 및 인재육성도 전력

〈의사의 치료 기술을 의술(醫術), 의사의 도리(道理)와 기(氣)를 의도(醫道), 이런 의술과 의도를 사용하는 의사의 마음을 의심(醫心)이라 하여 모든 환자에게 의심을 전한다면 난의 향기보다 멀리 전해져 만리에 있는 환자까지도 찾아온다.〉

바로 손문호 원장의 아버지이자 의료계 선배·스승인 고(故) 손승원 박사의 `의심만리 만인합인 인술만년'이라는 글이다.
손승원 박사는 다양한 척추질환을 치료하면서 환자 개개인의 정보를 꼼꼼히 기록하고, 시술하면서 70% 이상의 완치율을 보인 치료법을 개발했다.

손문호 원장은 손승원 박사로부터 배운 `의술'과 `환자'를 향한 뜻과 마음을 실천하는 동시에 `발명가'로서의 꿈을 이뤄 한국 의료계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내 꿈은 `발명가'…현실은 `의사'”

`나이키 마크를 야광으로 만들면 교통사고 발생률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강의실이나 극장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핸드폰 소리가 `무음' 모드로 변경되는 건 어떨까?'.

손 원장은 매일 물음표를 달고 살았다. 그는 사물을 보면 개선이 필요한 점을 찾으려 했고,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바꾸려 노력했다. 새로운 물건을 보더라도 이를 변형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제품으로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발명가'를 꿈꿀 정도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의 생각과 달리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도 생각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손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대를 이어 `가업'을 잇겠다는 각오로 의과대학에 진학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발명의 꿈'을 접게 됐다. 그런데다 의대 재학 시절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자, 전공의를 마치고 바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손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해 나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물음표를 달고 살았던 생각과 발명가가 되고 싶었던 꿈은 접어둔 채로 24시간 `불철주야' 환자 진료에만 전념했다. 아버지가 세운 병원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환자는, 치료법 개발과 발명의 원천”

그러나 피는 속이지 못하나 보다. 손 원장은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생김새는 물론이고 세심하고 꼼꼼한 성격이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구상하는 생각까지 비슷했다. 손 원장의 아버지는 매일 `환자일기'를 작성했다. 환자의 증상, 사는 지역, 나이, 언제부터 병원에 왔는지, 심지어 경제력까지도 기록했다. 손 원장은 아버지를 `의사이면서 철학적이고 모든 일에 노력하는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

손 원장의 아버지는 환자일기를 바탕으로 1977년 처음 개발해 시술한 이래 1990년까지 총 8478명이라는 많은 환자를 직접 시술하면서 70% 이상의 완치율을 기록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주사 이용 치료법'을 개발해 냈다.

손 원장은 이런 아버지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는 “의사로서 젊은 나이에 개원을 했고, 적지만 다양한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다보니 환자를 통해 얻는 것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면서 쌓은 경험보다 더 값진 것을 얻었고, 얻고 있는 것 같다”며 “환자를 진료했던 경험과 정보들이 모여 나만의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해 지금의 손문호가 있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환자는 나에게 정보원이자, 발명에 대한 아이디어 제공자 역할을 한다”며 “새로운 치료도 발명의 일환으로, 환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악영향을 주지 않고 만족시킬 수 있을지를 끝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그의 노력은 2011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우연히 삼성메디슨과 함께하는 `미래 의료기기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가해 전문가부문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일침세심 일사팔혼”

손 원장이 처음으로 내 놓은 발명은 `약 정보 어플리케이션(2013년)'이다. 이는 환자 자신이 복용하는 약에 대한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이다.

이와 함께 그는 의료기기 개발에도 나섰다. 2015년 `초음파 프로브 일체형 주사장치(US(ultrasonic)-guider)'를 개발해 선보이면서 의료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이 제품은 의사가 원하는 부위에 정확하게 주삿바늘을 삽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손 원장은 `일침세심 일사팔혼(한 번의 주사에 세심한 마음을 담아 한 번의 시술에 8개의 혼을 담는다는 뜻)'이라는 아버지의 말처럼 의료기기 발전으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지만 주사의 경우 의사의 역량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진다고 한다. 때문에 자칫 주사를 정확히 찌르지 못할 경우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초음파 프로브 일체형 주사장치'는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개발됐다.

그는 “과거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근골격계 초음파'를 사용했다”며 “근골격계 초음파는 한 손으로 장비를 잡고, 다른 손으로 주사를 놓는 방식으로 양손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오른손잡이가 아닌 왼손잡이 의료진이나, 술기가 부족한 의사들의 경우 손이 떨리거나 각도가 틀어져 원하는 위치에 주사를 놓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초음파프로브와 주사유닛을 합쳐 정밀하게 주사를 놓을 수 없을까' 고민하다 이 제품을 발명했다. `US-guider'라는 프로브에 달린 각도기가 가이드 역할을 담당한다. 의사는 한손으로 프로브를 보면서 병변의 위치를 확인하고 다른 손으로는 주사기 삽입의 각도를 조작, 결정해 정확한 위치에 주사를 놓으면 된다.

그는 “US-guider는 주사를 정확한 위치에 삽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술시간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숙련도가 요구되지 않으면서도 시술 효율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 원장은 US-guider를 A(automatic)-type, M(manual)-type, S(semi-manual)-type, L(laser)-type으로 시리즈화 시키며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고, 수출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뿐 만이 아니다. 손 원장은 초음파를 이용해 정확하게 병변부위를 확인하고 레이저를 정밀조사하면서 시술시간을 줄이고 정확도도 높일 수 있는 `초음파 프로브를 이용한 레이저 치료장치'도 개발해냈다.

이외에도 의료인 안전을 위해 `오토인젝터 자동주사장치와 찔리지 않는 주사바늘'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전동칫솔 같이 생긴 키트에 주사기를 넣고 작동시키는 것으로 주사를 놓을 때 발생하는 미세한 떨림을 없애고 주사액의 양과 주사 놓는 시간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아울러, `스마트비데(저주파 자극기를 부착해 케켈 운동 및 건강데이터 제공)', `자동 안전삼각대', `탈출경로를 알려주는 비상유도등'을 개발했으며 현재 수의사들과 `근육재생약물'도 개발하고 있다.

손 원장은 그동안 제4∼7회 대전발명경진대회 금상, 대전 스마트앱 공모전 금상, 보건산업진흥원장상(㈜스페이드) 등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제품화까지 어려움, 회사설립”

손 원장이 US-guider 자동주사장치를 제품화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한다. 그는 “US-guider 자동주사장치의 제품화를 위해 의료기기업체의 문을 두드렸지만 쉽지 않았다”며 “자비를 들여 동국대 의료기기특성화대학원 센터와 카이스트 등을 찾아 시제품을 만들고, KIMES(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에 전시했지만 그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료기기 업체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제품을 만들어주는 줄 알았다”면서 “너무 쉽게 생각하고 일을 진행하다보니 어려움이 많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시제품을 들고 의료기기 회사인 `알피니언' 사장을 만나 설득하고, 제안서를 설명하는 등 열성과 열정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노력이 알피니언의 마음을 움직여 US-guider 자동주사장치 제품 상용화로 이어졌다.

손 원장은 지난해 12월 `Spade'라는 의료기기회사를 설립한 뒤 젊은 발명가들을 키워내고 있다. 그는 “아이디어 상품이 제품화가 되기까지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정부는 개인에게는 자금지원을 하지 않는다”며 “US-guider 제품화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pade라는 법인회사를 만들어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을 채용했다.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의 미래성장을 목표로 쭉 뻗어나가기 위한 `우산' 역할을 해주기 위해서였다”며 “젊은 인재들과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어려운 점을 보완해 나가는 벤처 회사”라고 소개했다.

■“세계에서 찾는 제품 만들 것”

손 원장의 최종 목표는 US-guider를 대한민국의 대표 의료기술로 만들고 세계에서 자연적으로 찾는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손 원장은 `환자는 아이디어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그는 “의료기기를 발명하는 것은 환자의 아픔을 최소화하고, 빠른 회복을 돕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발명은 불편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고, 이 개선된 제품을 모두가 함께 사용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의사와 환자들을 위한 의료기기를 개발해 국내는 물론 세계 최고의 제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미현 기자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