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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Academic Medicine' 전도사, 한희철 한국의과대학·의전원협회 이사장
[인터뷰] 'Academic Medicine' 전도사, 한희철 한국의과대학·의전원협회 이사장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7.11.16 2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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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수준 의료제공 위해 추구하는 교육-연구-진료(봉사) 아우르는 의학계 시스템을 의미"
한희철 이사장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 한희철)가 ‘Academic Medicine’이라는 화두를 통해 한국 의료계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자청, 귀추가 주목된다.

KAMC의 이같은 전격적인 행보는 한희철 이사장의 남다른 아이디어와 열정에 따른 것이다.

특히 ‘Academic Medicine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지난 10일 오전10시 웨스틴조선 호텔 서울에서 열린 ‘2017 한국의대·의전원협회 학술대회’ 프로그램에는 한 이사장의 구상이 모두 응축되어 있었다.

한 이사장은 ‘Academic Medicine’과 관련, “우리나라 의사 양성 체계에 있어 단절된 시스템으로 인해 야기된 교육과 연구, 진료의 불균형을 해결할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개념이다. 최고수준의 의료제공을 위해 의학이 추구해야 하는 교육, 연구, 진료(봉사)를 아우르는 의학계 시스템을 의미한다.”고 규정했다.

즉, 의학은 교육·연구·진료의 축이 함께 서야 발전하는데 국내 의학은 교육·연구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 미래의 로드맵을 만들고 가야할 방향을 논의해야 의학이 발전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 한희철 이사장은 지난 13일 오후 고려의대 문숙의학관 생리학교실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017 학술대회’의 주요 이슈와 함께 한글로 표현하기 쉽지않은, ‘Academic Medicine’라는 개념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

한 이사장은 기자간담회 내내 ‘Academic Medicine’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우리가 한국 의료의 ‘미래 로드맵’을 만들고 또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키워드였다.

한 이사장은 “그동안 한국 의료계는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정부 정책에 반대만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academic medicine은 대학병원이 주체가 돼 연구와 교육을 함께 진행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잘라 말했다.

다음은 한 이사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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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의 주요 이슈인 'academic medicine'에 대해 설명해 달라.

올해 학회는 평년의 100여명 내외에서 늘어난 130여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이는 academic medicine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의교협과 academic medicine 얘기를 진행중인 것이 역할을 했다.

academic medicine은 교육·연구·진료의 축이 함께 서야 의학이 발전하는데 국내 의학은 교육·연구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다. 이런 부분에 있어 미래의 로드맵을 만들고 가야할 방향을 논의해야 의학이 발전한다.

한국 의료계는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정부 정책에 반대만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academic medicine은 대학병원이 주체가 돼 연구와 교육을 함께 진행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것이 목표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봤다. 30대 여자 대장암환자가 사망하는 과정까지 추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의사가 몇번 등장했다. 그들은 "더이상 해드릴게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의학이 완벽하면 좋겠지만 발전해야 하는 학문이다. academic medicine이 해결해야 한다.

대학병원에 가면 이 병원이 나을거라는 희망을 갖도록 새로운 치료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외국 치료법을 갖다 쓰기에 바쁘다. 외국도 마찬가지로 1800년대 의학이 굉장히 발전했지만 그 이후 속도가 떨어졌다. 환자 보기 바쁘다보니 예전의 속도를 못내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운전 등의 직업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것을 이용하는 것은 인공지능을 따라갈 수가 없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진 이유는 AI가 모든 조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 이긴 것은 초보자 바둑을 두면서 AI에 혼란을 줬던 것이었다. 그만큼 앞으로는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 의사도 창의력 없이 버티기 어렵다.

방사선과 경우 디지털 파일 이미지로 판독한다. AI가 못할 일이 아니다. 창의적인 의사가 아니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의학교육도 바뀌어야 하고 대학도 바뀌어야 한다.

진료에만 치중돼 있는 불균형을 깨고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교육·연구에 미래 로드맵을 만들고 정부도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

이번 학회에서 academic medicine이란 화두를 던진 것도 그 일환이다. 호응도 좋았다. 많은 학장들이 academic medicine에 대한 정의를 숙지하고 돌아갔다.


❚내년 초 관련 단체들이 모여 academic medicine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는데 이 회의는 무엇인가?

미국에는 AAMC라는 의대협회가 있다. 1년에 한번씩 의대, 학회, 전공의, AMA 등 관련 단체들이 모두 모여 회의를 한다. 여기에서 academic medicine이 모두 정해진다.

우리나라도 그 틀을 갖춘 회의를 만드는 것이다. 이름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가칭으로 교육병원협의회라고 붙여놨다. 초벌모임을 한번 했다.

현재 전공의 교육에 대한 모임인 수련병원협의회가 있다. 하지만 이는 수련실장들의 모임으로 큰 힘이 없다. 교육병원협의회가 생기면 수련병원협의회와 합쳐질 가능성이 높다.

학장과 병원장이 모여 학생과 논의하면 교육의 연계가 되기 시작한다. 평생교육까지 연계되면 제일 좋다. 평생교육은 의협이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의대생과 전공의교육을 열심히 해보자는 것이다.

과거 병원은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으로만 생각했다. 미국은 일찌감치 80시간 제도를 운영해왔다. 정부가 만들고 법적으로 컨트롤하다 보니 전공의가 노조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교육상 좋지 않다. 학장협회와 연계해서 교육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역할 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의학은 두가지로 봐야한다 AM과 PM으로 나눠서 봐야 한다. 역할이 다르다. AM은 의학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고 그러면 PM이 쓸 수 있는 도구가 많아진다.

현재 대학병원과 개원가가 환자를 놓고 싸우는 것을 정부가 두고 봐서는 안된다. 같이 가야할 길을 제도적인 문제로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 집단이 academic medicine이 잘 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게 잘 발전하면 의사가 이 병은 이렇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 환자에게 새 희망을 주자는 것이다. 기존의 있는 것만 가지고 치료하기 바쁜 상황이면 한국의 의학은 외국에 종속적인 정도로 멈춰 있을 것이다. 노벨의학상은 꿈꾸기 힘든 것이다.

정부에 대해 의학계가 얘기를 해줘야 한다. 의학 연구의 정상화돼야 먹거리가 될 수 있다. 현재 기초의학을 하는 의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심각한 상황까지 온 것이다. 더이상 놔뒀다가는 회복불가능할 것 같아 academic medicine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상에 대해 이상주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의학계 내에서도 이상적인 얘기만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간 이런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가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의료계 전체가 함께 가기 위해 끌어안고 있다.

사실 의학회 등에서 하면 나을 것이지만 얘기를 안나오니 학장협회에서 꺼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노벨상이 안나오는 이유도 똑같은 이유다. 이게 돼야 대학과 대학병원이 정상화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김연아 같은 선수만 찾는다. 토대가 있어야 좋은 선수가 나온다.

미국은 모이면 연구가 먼저다. 우리는 연구는 맨 끝이다. 필요한거라고만 공감한다. 최고의 연구가를 키운다고 해놓고 커리큘럼은 없다.

academic medicine은 의학 본연의 목적이다. 의학 발전사를 보면 아무것도 아닌게 없다가 치료를 하다보니 자꾸자꾸 늘었다. 1800년대 크게 늘었다. 어느정도 해결이 됐다. 의학적으로 가장 안전한 것만 하는게 진료다. 답은 똑같이 나온다.

하지만 아직 암, 에이즈, 당뇨 등 잡힌(완치된) 병이 별로 없다. 피부과를 가면 피부병의 원인을 아는 것이 드물다. 접촉성피부염 건선은 원인을 모른다. 그러다보니 증상 없애는 스테로이드만 놓는다.

친구가 한 대학병원의 피부과에 있다. 왜 안낫느냐고 환자와 아직도 싸운다. 답이 없다. 연구를 해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기초의학자 임상 등으로 전체 의학을 넓혀야 한다. 기존 틀 안에서 환자를 가지고 경쟁하고 있는 구조다. 정부도 의학계도 바꿔야 한다. 기초적인 얘기를 던지는 것이다.


❚의사의 미래에 있어서 academic medicine의 의미는?

굉장히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학생들도 불안해한다. 방사선과 병리과 다 불안해한다. 해답이 나온 것은 AI를 못따라간다. 새로운 것을 찾아가야 한다.

한림원에서 2030년까지에 대한 보고서를 쓰고 있다. 교육과 연구 부분이 연구는 빠져있다. 진료 위주로 다루다 보니 그렇다. 3개 축 중 하나만 크고 나머지는 찌그러져 있다. 그럼 발전속도가 느리다.

학술대회에서 프레스콧 박사가 보여준 사진을 보면 세발 자전거중에 앞바퀴만 크게 돼 있다. 현재 한국의 의료다. 바퀴가 같은 크기로 가고 달릴수 있는 엔진 동력이 있어야 한다.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기위한 의학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academic medicine에 대한 개념이 국내 의료계에 부족하다. 이를 키우기 위해 화두를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며칠전 보스톤 AAMC, 학장들 교육병원장 학생 의대생 전공의 4500명에 달하는 인원이 모여서 회의를 했다. 회장이 연설에서 여러분 이나라를 고치기 위해 전진합시다라고 하니 다 같이 기립박수를 쳤다. 그 감동이 가슴을 울렸다. 그들은 그렇게 가는데 우리는 농성하는 의사 이미지다. 진료 현장의 문제를 다루다 보니 나온 현상이다.

미국 회의 당시 보스톤에서 총기사고가 났다. 그러자 회장이 미국사람들 정신적 문제 심각하다며 논의를 진행했다. 사회를 껴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부산 에이즈 사건 등에 대해 의학계 가만히 있었다. 우리가 그렇게 하면 안된다. 성매매금지법 이후 성병에 대한 컨트롤이 안되고 있다. 다 숨어있다. 통계도 안잡힌다. 이 상황을 의학계가 보고만 있을 것이냐. 의학계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일을 하려면 academic medicine을 해야 한다.


❚결국 재정 문제로 귀결될 것 같은데?

결국 돈문제로 갈 것이다. 미국 학회에서 보니 미국 전공의는 보험에서 커버한다. 병원이 돈을 주지 않는다. 병원은 교육에 치중한다. 월급은 보험에서 나온다. 병원은 좋다. 급여는 정부가 주고 병원은 교육만 치중하면 된다.

이 얘기를 했더니 복지부는 국민을 설득하라고 한다. 정부는 투자하지 않는다. 정부도 입장을 바꿔야 한다. 국민 건강을 위해 의료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야 한다. 그런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파트너가 돼야 한다. 내던지고 그 안에서 해결하라는 자세가 문제다.

국민들에게도 의학이 발전하려면 대학과 대학병원의 정상화에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마냥 팔로우만 하는 것이다. 그럼 한국의 의학은 이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국내에 교육병원 협의회가 없다. 병협 내에는 다른 일반병원이 훨씬 많다. 병협 안에 있어서 목소리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병원협의회가 얼마전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 학장협회도 함께 할 것이다. 학생과 레지던트가 들어오면 겉모양이라도 AAMC의 형태를 맞출 수 있다.

아직 겉모양이지만 방향을 정해 나가면 발전이 있을 것이다.

교육은 그나마 얘기하지만 연구는 없다. 교육부 미래부 산자부 해수부 등에 연구비가 나눠져 있다. 의료쪽 연구비를 줄 때 유행하는 것만 따라해 중복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 메르스 이후 미생물쪽 연구비는 넘쳐나고 다른 파트는 연구비가 없었다.

의학계 관련 연구비의 규모를 찾기도 어렵다. 그정도로 바탕이 없다.

결국 잘하자는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국민의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가야 한다. 의료계는 집단이기주의적 모습만 보여왔다. 사회적 문제가 있으면 의료계가 목소리를 내고 방안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의료계를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


❚의협과의 관계 정립도 필요할 것 같다.

의협은 PM 위주로 일을 해야하는 것이고 의학을 발전시키는 역할은 누가 할 것인가의 문제다. 의학회도 하고 병협도 일부 하고 있다. 의학교육협의회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팀을 내어달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이사회를 만들었다. 각 단체의 대표들 회의가 따로 있다. 누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같이 일을 하는 것이다.

의학연구에 대해 의료계 어디에서도 말을 안한다. 그런것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academic medicine의 개념이 없다.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다. 사회주의적 보험제도를 갖고있다 보니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가면 의학의 발전이 없다는 것을 알려줘야한다. 우리는 적어도 제시는 해야 한다. 제시도 하지 않고 말할 수는 없다. 로드맵을 짜서 정부에 이렇게 가는 것이 맞다는 것을 얘기해야 한다.

와중에 좋은 연구가 나오면 국민 설득이 쉽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많지 않다.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항상 기본적으로 해야할 것을 안하는 문제가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2015년 발표한 것중 1번이 기초연구 투자 늘리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만들어내지 못하고 외국 것을 들여오기만 한다.

내년 초 모임 주관은 학장협회고 의학교육학회, 의평원이 모여서 계획을 짠다. 정례 미팅을 하면 된다. 교육과 연구 중심으로 한국 의학의 미래 로드맵을 만드는 일이다.

다 깨부시고 다시 만들자는 게 아니다. 펑셔널 하게 만나자는 것이다. 잘 움직이는 모임을 만들어 의료계가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하고도 밀접하게 일을 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도 설득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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