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아름다움 속 슬픈 역사 간직한 `대륙의 끝'
푸른 아름다움 속 슬픈 역사 간직한 `대륙의 끝'
  • 의사신문
  • 승인 2017.11.1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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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의 남아프리카 여행기 - 케이프타운 희망봉을 돌아 〈상〉
김 인 호 의협·서울시의사회 고문 한국의사수필가협회장

저 수평선 아스라히 검푸른 대서양이 넘실대고 인도양의 짠 물결이 밀려오는 듯 파도는 집채만한 거품을 물고 으르렁거렸다. 수 억년 세월의 파도소리에 묻혀 곶의 돌산 허리는 검은 구멍들로 뚫려 있었고 돌개바람은 내 머리 결을 온통 쑥대밭으로 엉클었다. 썰물로 들어 난 올망졸망한 해안의 잔 바위를 건너 뛰며 이 땅이 검은 대륙 아프리카 최남단 케이프반도의 맨 끝임을 확인했다.

사진1. 케이프포인트 하얀등대

 수에즈 운하가 개통(1859-1869년)되기 전 200년 동안 유럽에서 아시아로 가는 항로의 길목이었던 이 곳. 나는 바다와 맞닿은 곶(cape)의 꼭지로 오르기 시작했다. 거기엔 드넓은 바다 270도 시야를 둘러 보는 외로운 등대(사진1)가 하얗게 서 세계 곳곳의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런던은 북으로 9,623km 뉴욕은 서쪽으로 12,541km에 있다는 화살표가 희망봉 기점의 방향과 거리를 가르쳤다.(사진2) 우리 부부는 그 자리를 기념하여 증명 사진을 찍었다.(사진3) 남위 34도 21'24'' 동경18도29'51'' 케이프포인트(Cape point). 지구상의 이 한 점을 밟기 위해 서울에서 33시간이나 걸렸다. 비행시간만 20시간이었다.

사진2. 마일스톤
사진3.

케이프타운 시민의 정신적 지정학적 심장이며 국립공원인 테이블마운틴(5억2천만년 전, 히말라야보다 6배 오래된 세계 최고(最古)로 2011년 제주도와 함께 새로운 7 곳 신비로운 자연으로 등재됨) 정상에서 보면(사진4) 유럽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대륙의 끝을 싸고 도는 바다를, 그 바다가 일으키는 바람과 비와 태양을 볼 수 있다. 섭씨 15도의 가을 옷을 걸친 채 한 번에 65명을 태우고 서서히 360도 회전 전망 케이블카로 오를 때 이미 체감 3도의 찬 공기가 으스스하더니 정상 테이블에 내리자 엄청난 냉기가 음습하여 그 아름다운 절경들을 제대로 보고 찍고 남길 수 없었다.(사진5)

사진4. 케이프 타운과 대서양
사진5. 테이블마운틴에서 본 케이프타운

당시 바르톨루메우 디아스(포르투갈 항해자)가 1488년에 발견 한 '폭풍의 곶((Cape of storms)'이 이처럼 변화무쌍 하지않았을까. 5개 선대(船隊) 75명으로 출항한 탐험 길에 15명만 귀항 했다 하니 그 고난의 항로를 알 것 같았다. 그 후 그의 뱃길을 교습(敎習)한 다마스커스가 인도 무역길에 꼭 거쳐야 했던 험한 이 꼭지 곶을 포르투갈 왕 주앙 2세가 '희망의 곶(Cabo da Boa Esperanza or Cape of Good Hope)'로 개명하여 선원들에게 꿈의 뱃길로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그 이후 이 일대 남아프리카는 원주민과 유럽 원정군의 전장터로 변해 네델란드가 200여년, 영국이 300년을 지배하며 검은 대륙에 백인 나라 남아프라카공화국이 세워졌고 흑백 인종 갈등과 흑인 인권 탄압의 역사가 이루어졌다. 이곳의 태양은 투명하며 강렬하여 포도밭 사이로 쏟아지는 바다 바람과 함께 나폴레옹도 즐겼다는 와인 농장의 ‘Groot constatia’ 와인 테스팅은 메말랐던 혀를 감미롭고 부드럽게 하였다.(사진6)

사진6. 끝없는 와인 Constania 재배지

BBC방송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진 채프만스 피크 해안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가면 노년 휴양지 헛베이(Hutbay)에 이르는데 이 곳 선착장 주위에서 토속 전통 음악에 맞춘 12명 흑인 여아들의 노상 무용은 또다른 문화 같았다.(사진7) 이어 도이커 섬 일대 파도를 타며 갯바위에 자연 서식하는 물개들의 평화스런 유희를 대서양 자락의 출렁이는 푸른 바다 선상에서 먹이를 주며 즐기고(사진8) 별경(別鏡)인 볼더스비치(Boulders beach)로 향했다.

사진 7. HURT BAY street 소녀들의 그룹 댄스
사진8. 도이커섬의 물개들

아프리카 펭귄들의 특별한 부부사랑을 쌓는 백사장이었다. 물결과 수온이 수영하기도 좋은 비치인데 북극 얼음에서 사는 펭귄족이 뒤뚱거리며 무리 지어 살고 있다니. 언제부터 인가 이 환경에 적응한 한 원앙새 부부의 특별한 사랑이 아프리카 펭귄으로 변종 생식 되었을까.(사진9)

사진9. 잉꼬펭귄들 볼더스비치

해발 1750m 고원지대의 요한네스버그. 아프리카의 백인도시 이곳은 1886년 금광이 발견되며 유럽인들이 모여들며 인구 390만명(교민 4천여명) 남아공 대표 상공업도시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후. 백인치하에서 1961년 UN에서 축출될 정도로 흑인 인권이 무차별하게 짓밟힌 20세기 말, 1994년 5월 민권 운동가로 장기간 구금되었던 만델라 흑인 민선 대통령(사진10)이 탄생되자 흑백 갈등과 폭동이 잠들고 치안이 정리되며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 업적으로 만델라는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사진10. 도심중앙의 대형 만델라 동상

남아공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여러 원주민들과 유럽 특히 영국인 들과의 전쟁역사를 기록한 전쟁기념관 입구에는 ‘QUO VADIS?’ 동판 조형물로 된 대형 질문이 동상처럼 걸려 있어 전쟁 속 원주민들의 고뇌가 드러나 보였다. 지하 전시실 가운데 시신 없는 목관을 중심으로 바늘같은 하늘 구멍을 뚫은 돔형 내부는 울부짖는 토속인들과 총으로 장착한 마차 속 하얀 드레스 유럽풍 여인의 미소가 대비되어 그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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