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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브람스 피아노 오중주 F단조 작품번호 34
요하네스 브람스 피아노 오중주 F단조 작품번호 34
  • 의사신문
  • 승인 2017.10.3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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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16〉

■브람스의 독창성과 서정성이 만개한 피아노오중주
브람스의 젊은 시절 작품들은 그 전체적인 구성에서 혈기왕성함을 절제하는 모습이 특징적이었다. 그 이후 시기부터 자기성찰이 필요함을 인식하게 된 그는 이전의 베토벤 등 위대한 거장들과 비교되는 것에 극도의 거부감을 갖기도 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 작품보다는 실내악을 파고들었고, 현악사중주보다는 현악육중주나 피아노사중주와 같은 장르에 먼저 손을 댔다. 그가 교향곡 장르에 과감하게 도전하기 전에 모음곡이나 변주곡을 먼저 작곡하고 현악사중주와 교향곡 제1번이 그의 작품들 중 비교적 늦게 완성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이 작품은 처음에는 슈베르트의 현악오중주처럼 두 대의 첼로가 가세한 현악오중주 형태로 작곡되어 전곡이 완성되기 전 브람스는 클라라 슈만에게 세 개의 악장을 보내 조언을 구했다. 그녀는 이 작품에 대해 “제1악장에 들어 있는 힘의 세계와 아다지오의 위대함을 보라! 악보의 처음부터 끝까지 멜로디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서주는 화려하고 제2주제는 제1주제와 완벽한 대비를 이루기도 하며 전개부 주제의 마무리 또한 절묘하기 그지없습니다. 의심할 바 없이 이 작품은 걸작입니다. 그러나 그 편성에 있어서는 다섯 개의 현악기들로는 견고한 반주를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몇몇 주제들에서는 반드시 피아노가 필요하다.”라고 충고하였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브람스는 요제프 요하임에게 작품 전체를 보냈다. 이전에 요하임은 브람스에게 현악오중주 편성만으로는 브람스가 표현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들에 힘을 실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표현의 폭 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하임 역시 이 작품이 걸작임을 알아보았다. “가장 중요한 작품 가운데 하나로서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의 각 악장들은 하나의 전체로 완벽하게 통합되어 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 즐겁게 해주기 위해 부족한 것은 표현력과 그 매력이라고 지적하였다. 결국 중량감이 부족하다는 요하임의 논리에 설득을 당한 브람스는 이 작품을 곧바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로 변경하였다.

이듬해인 1863년 이 작품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작품번호 34b로 완성되어 브람스와 리스트의 제자인 카를 타우지히에 의해 초연되었고 바덴바덴에서는 클라라 슈만에 의해 여러 차례 연주되었다. 그녀는 루빈스타인이나 헤르만 레비, 이따금씩 브람스와 함께 연주했는데, 이 연주회에 참석했던 프로이센 공주인 안나(Anne von Hesse) 공작부인은 이 소나타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에 브람스는 이 작품이 출판되면 공작부인에게 헌정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러나 이 두 번째 판본은 1872년이 되어서야 출판되었다. 왜냐하면 브람스는 이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라는 형식에 계속 의문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클라라 슈만은 편지에 이 판본에 대해 “이것은 훌륭한 작품이긴 하지만 소나타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이 악보는 완전한 오케스트라를 필요로 하는 악상으로 가득 차 있는 만큼 이 작품을 다시 한 번 검토해 주길 바랍니다.” 결국 브람스는 1864년 헤르만 레비가 제안한 피아노오중주 형태로 변경했다. 레비는 피아노오중주에 대해 “이 피아노오중주는 내가 말할 수 있는 그 이상으로 아름답습니다. 현악오중주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버전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것이 애초에 피아노오중주로 의도된 것이라 믿을 것입니다. 슈베르트의 서거 이후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은 없었습니다.”라고  극찬하였다. 1865년 이 곡이 출판되어 그해 4월 출산후산욕열로 세상을 떠난 안나 공작부인에게 헌정하였다. 브람스의 독창성과 서정성이 만개한 이 작품은 낭만주의 시대를 산 작곡가가 얼마나 고전주의를 따르고자 고심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 시작부터 풍부하면서도 변화무쌍한 주제들이 분위기를 지배하면서 현이 쓸쓸한 표정으로 제2주제를 노래하면 피아노에 의해 일련의 악상들이 상상력 넘치는 음 빛깔과 부드럽고 따스한 분위기를 만들고 어두운 정열을 띠면서 힘차게 끝난다.

△제2악장 Andante un poco adagio 부드럽고 서정적인 선율이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중 `휴식'을 연상하게 한다. 조용하면서도 슬픔에 빠져드는 브람스적인 선율이 곡을 이끌어간다.

△제3악장 Scherzo. Allegro 첼로 피차카토와 함께 다른 성격의 강력한 세 개의 주제가 번갈아 등장하고 난 후 팽팽한 간장감을 주는 현과 타건 뒤에 서정적인 북국 민요풍의 장조의 주제가 앞뒤 단조 부분들과 훌륭한 대조를 이루다가 힘차고 매력적인 주제의 선율로 끝을 맺는다.

△제4악장 Finale: poco sostenuto - Allegro non troppo 슈만을 연상케 할 정도로 한가롭고 애절한 신비로움을 더한 느낌을 자아내다가 생동감이 넘치고 화려하게 진행하고는 코다에서 다이내믹한 클라이맥스로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막을 내린다.

■들을 만한 음반
△루돌프 제르킨(피아노), 부다페스트 현악사중주단(CBS, 1963) △외르그 데무스(피아노), 빈 콘체르트하우스 현악사중주단(Westminster, 1952) △루돌프 제르킨(피아노), 부슈 현악사중주단(EMI, 1938) △마우리치오 폴리니(피아노), 이탈리아 현악사중주단(DG, 1979) △크리스토프 에센바흐(피아노), 아마데우스 현악사중주단(DG, 1968)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테르(피아노), 보로딘 현악사중주단(Melodiya,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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