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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19〉  `순천만 정원'
[기고]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19〉  `순천만 정원'
  • 의사신문
  • 승인 2017.10.2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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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원에선 `행복' 갯골에 드러낸 노을엔 `감탄'
멋진 정원에 석양의 아름다움이 더해지는 곳

순천만은 길게 뻗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로 에워싸인 큰 만으로 썰물 때에 드러나는 드넓은 갯벌 위에 펼쳐지는 30만 평의 거대한 갈대 군락지로 유명하다.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순천만 국가정원은 남녀노소 즐기면서 멋진 정원과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 중에 명소다.

■정원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며 즐기는 순천만 국가정원
순천으로 향하는 기차의 창문 너머로 시골집 담장 위에 주렁주렁 열린 감들의 모습이 가을의 풍성함을 알려준다. 추수가 끝나지 않은 황금물결을 바라보며 지나는 가을의 아쉬움도 달래본다. 걷기 좋은 날씨에 주말을 맞아 공원에는 아침부터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전에 가입해둔 순천만 사랑적금 혜택으로 할인을 받으니 일석이조다. 순천만을 보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서 뿌듯했는데 할인 혜택까지 받으니 정말 좋다.

세계의 다양한 정원을 맛보기로 둘러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예쁜 분홍색 자가용을 화분 삼아 분재 장식을 한 차 앞에는 연인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늘어서 있다. 제주도 암반 지역에서 이사를 온 600년 수령의 팽나무의 기세등등한 모습과 주변의 멋진 바위들로 꾸며진 바위 정원도 인상적이다. 하늘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솟대 위의 새들이 푸른 하늘로 날아갈 듯하다. 멀리서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풍차가 우리를 빨리 오라며 손을 흔든다. 풍차 주변으로는 튤립을 대신하여 오색찬란한 꽃들이 융탄자를 깔아 놓은 듯 화려하다.

호수정원이 한 눈에 바라다 보이는 해룡언덕에 오른다. 호수와 함께 정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시원한 정원 풍광이 걸작이다. 우리 부부를 반겨주는 까치 한 쌍이 어디선가 나타나서 모델이 되어준다. 호수 가운데 봉화언덕에 형형색색의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르는 모습은 어디선가 본 영화의 한 장면이다. 강강술래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도시숲길을 지나 물위에 떠있는 미술관인 꿈의 다리에 다다른다. 세계 16개국 14만명의 어린이들의 예쁜 꿈과 희망의 그림으로 꾸며진 소중한 예술작품이다.

■드넓은 갈대밭과 S라인의 석양의 관능미가 인상적인 순천만 습지
순천만 습지로 연결되는 스카이 큐브를 타니 앞에 앉은 여고생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에 빠른 속도감이 더해져 12분이 금방이다. 순천문학관을 지나 낭트쉼터에서 강행군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해 휴식을 가져본다. 메뉴판에서 과일과 향신료를 넣고 따뜻하게 데운 와인인 뱅쇼가 눈에 들어온다. 바람 불어 싸늘한 날씨에 얼어붙은 몸을 녹여주는 뱅쇼 한 잔이 전망대에 오를 에너지를 충전해 주는 기분이다.

잘 정비된 둑방길을 따라 드넓게 펼쳐진 갈대들을 바라보며 빠른 걸음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인파에 밀려 자연스럽게 전진하다가 멀리 갈대밭 사이로 사람들의 행렬을 바라보니 재미있는 생각이 든다. 일개미들이 나란히 일렬로 줄을 서서 목표물을 향해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전자오락실 화면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나무데크 밑으로 갯벌에는 조그만 게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아이들의 시선을 끈다. 갈대밭 건너편 배 위에서 일 하는 어부의 모습을 보니 한적한 어촌 풍경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일몰 시간에 맞춰 멋진 석양의 풍광을 기대하며 용산 전망대를 향한 등산을 시작한다. 만만치 않은 언덕인데도 유모차를 앞세워 꿋꿋하게 오르는 젊은 부부의 모습을 보니 옛날이 생각난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순천만의 굴곡진 S자 갯골에 드러난 석양 노을의 아름다움이 절정이다. 모든 여성의 로망인 S라인의 관능미가 이곳이야 말로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순천의 명물인 짱뚱어탕으로 3만보 긴 여정의 피로를 풀며 오늘의 일정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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