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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공모전 대상' 박현진 한양대 의전원생
`수필공모전 대상' 박현진 한양대 의전원생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10.1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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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상에 영광…글 쓰기는 기쁨과 숙제”

본디 5년 생존율이라는 것은 실험실에서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암에 걸려 치료를 받다가 죽음에 이르면 그때서야 기록되는 귀납적 수치다. 여명 또한 마찬가지다. 내 아버지의 폐에 생긴 알 수 없는 덩어리가, 방사선 사진을 뿌옇게 물들인 그 무언가가 중피종이 맞다면, 아버지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12개월에서 길어야 21개월이었다.

한국의사수필가협회가 주관하는 `제7회 한국의학도 수필공모전'에서 올해 대상을 차지한 박현진 학생의 `5년'. 폐암 진단을 받은 아버지, 그리고 그의 생존율 5년에 대한 작가 자신의 절망적인 마음을 잘 표현한 수작이다. 대상 선정에 있어 심사위원들의 견해 또한 일치했다.

박현진 학생은 “마음이 힘들고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쓴 글이라서 대상을 받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덥석 상을 주셔서 당황스럽기도, 동시에 감사하기도 했다”면서 “다른 당선작들도 정말 좋았는데, 간발의 차이로 큰 상을 수상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눈길을 끌었던 점은 지난해 동상 수상자인 그가 올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는 것이다.

박현진 학생은 “학교에 붙은 공모전 팸플릿을 보고 지원하게 됐다. 작년엔 마감 직전에 알게 돼 기존에 써놨던 글을 제출했었는데, 올해는 꾸준히 글을 써왔다”며 “준비한 주제와 글 대신 갑작스럽게 급하게 적어낸 작품을 냈다. 수상해서 기뻤지만 충분히 퇴고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의 이력은 조금 남다르다.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한양대 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니며 문학도와 의학도 중간의 삶이 그를 잘 보여준다. 특히 2013년 `Fitology'라는 회사를 만들어 운동 관련 책을 발간하고 있는 그는 `생존체력 이것은 살기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 `다시 몸', `공포 다이어트' 등 세 권의 책을 썼고, `스타팅 스트렝스' 등 네 권의 책을 번역했다. 이 중에는 1만 5000부 이상 나간 책도 있다.

그는 “국문학이 적성에 안 맞아서 방황하다가 시작한 운동에 흥미를 느꼈고,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서 의학으로 진로를 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문학과 의학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운동 분야의 책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도 꾸준히 글을 쓰며 번역과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양대병원에서 유방암 수술 환자 대상으로 운동을 가르치는 재능기부 활동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픈 사람을 고치는 것도 의사의 역할이지만, 건강한 사람을 아프지 않게 하는 것도 의사의 몫이라고 강조한 박현진 학생은 `예방적 재활' 쪽으로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동시에 꾸준히 글쓰기를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형식적인 틀에 갇히지 않고 순간순간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을 최대한 기록으로 남겨 놓는 게 지금 저에게 가장 큰 숙제”라며 “의사는 어쩔 수 없이 사람의 고통을 날것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직업이고, 누군가의 고통을 껴안을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이를 제 안에서 정제해야 한다. 미래 의사로서 쓰고 싶은 글 역시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사와 일반인은 어쩔 수 없이 가진 정보, 경험의 차이가 크다. 글이라는 건 두 집단을 연결시켜 줄 수 있다는 강력한 다리이며, 이런 방향에서 글을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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