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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1인실 급여화…대단히 위험한 정책”
“임산부 1인실 급여화…대단히 위험한 정책”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7.09.2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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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학회, 임산부 역차별 및 분만 인프라 붕괴 불러올 것

산부인과학회도 정부의 급격한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배덕수 이사장은 제103차 산부인과학회 학술대회가 열린 지난 22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임산부 보장성 강화 정책이 산부인과 병의원의 일방적인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산부 1인실 급여화 정책은 오히려 임산부들이 기존 병실료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역차별 현상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출산 인프라 붕괴를 불러오는 등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회 자체 조사 결과, 임산부 1인실 병실료는 지역 간 편차가 커 최소 5만원에서 최대 50만원선으로 나타났는데, 급여화로 인해 평균 수준으로 병실료가 책정될 경우 기존에 5만원을 내고 1인실을 이용할 수 있었던 임산부들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임산부들이 진료비 걱정 없이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안목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배제한 섣부른 정책은 오히려 출산 인프라 붕괴를 더욱 가속화하여 의사와 환자, 그리고 정부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사실 임산부 1인실 급여화 정책은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에서도 건정심 의결을 거치며 보건복지부 관계자들과 논의했던 사안이지만 현실적인 필요성과 재정 부담 등에 대한 우려가 커 시행이 보류됐던 사안이었는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정부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사항에 포함돼 매우 당혹했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배덕수 이사장(사진 右)과 최석주 사무총장(사진 左)

이와 관련 최석주 학회 사무총장은 “임산부 1인실 급여화는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사항이 아니라 좀 더 편안한 분만 환경을 위한 선택사항이므로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실 급여화 정책이 추진되면 지역 간 차이나 서비스 질 등이 고려되지 않고 일률적으로 기존 병실료보다 낮은 병실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로 인해 병의원 수익이 감소돼 줄도산을 불러올 수 있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배덕수 이사장은 “1인실 급여화 정책은 건보 보장성 강화와 저출산 대책이 맞물려 탄생한 정책인데 지금도 각종 정부 지원으로 임신 기간 중 월 평균 의료비가 10만원이 안 되는데 과연 이 비용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는 부모가 얼마나 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오히려 출산 후 산후조리원, 한약 달여 먹는 비용 등이 수백에서 수천만원에 달해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정부가 진정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1인실 급여화’ 같은 설익은 정책보다 젊은 부부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육아·양육 비용 등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산부인과학회는 정부의 각종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대책 마련 등 산부인과 의료 정상화를 위해 그동안 학회가 기울인 노력과 성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우선 배 이사장은 “지난해 임산부 초음파 급여화에 대비해 적정 수가와 기준을 정해 임산부 진료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급여화로 인한 산부인과 의사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또한 “오는 10월부터 시작될 예정인 보조생식술 급여화에 대비해 적정 수가와 기준을 만들어 난임 부부들의 난임시술 비용은 줄이고 우리나라의 뛰어난 난임시술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급여수가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저출산, 분만취약지 등 분만인프라 붕괴에 대한 대책, 의료분쟁조정법 개선, 상대가치 2차 개정, 포괄수가제 개선, 임산부 상급병실 급여화 대책, 전공의 수련환경개선 등 각종 산부인과 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학회의 노력으로 임산부 초음파 수가 정상화, 고위험·심야·분만취약지 분만가산, 고위험임산부 집중치료실 입원료 신설, 전공의 지원율 향상 등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것.

이번 학술대회를 끝으로 지난 2년 간의 임기를 마치는 배덕수 이사장은 “이사장직을 맡은 이후 초음파 급여화, 보조생식술 급여화 등 큰 사건이 많이 생겼다”면서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무난한 결과를 이끌어낸 것 같다”고 자평했다.

특히 “정부의 임산부 1인실 급여화 정책은 남은 당면 과제 중 가장 심각한 사안으로 이로 인해 분만환경 파괴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끝으로 배덕수 이사장은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은 줄이고 의사들의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보전하여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 정책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합리적인 대책마련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등 학회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사장직을 수행하며 절실히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배 이사장의 임기가 종료되면 지난 2015년 산부인과학회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차기 이사장으로 선출된 이대목동병원 김승철 산부인과 교수가 앞으로 2년 간 산부인과학회 회무를 이끈다.

한편, 22일-23일 양일 간 진행된 제103차 대한산부인과학회 학술대회 및 제22차 서울국제심포지엄에는 다양한 국내외 석학들이 초청돼 산부인과의 최신 지견을 공유했다.

300여편이 넘는 구연, 포스터, 필름 발표를 통해 모체태아의학, 부인종양학, 생식내분비학, 일반부인과학 등의 각 분야에서 국내 산부인과의 연구성과와 학문적 발전을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안전한 분만환경 조성’ 세션이 마련돼 지난 4월 발생해 논란이 된 분만진통 중 태아사망에 대한 산부인과 의사 금고형 판결과 관련한 쟁점을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

배덕수 이사장은 “분만진통 중 태아 감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 분만 관련 의료사고 및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의 문제와 개선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고 논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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