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에게 Spirit 교육을
젊은이에게 Spirit 교육을
  • 의사신문
  • 승인 2017.09.0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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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기의 마로니에 단상 〈69〉

내가 좋아하는 영어단어가 spirit이다. 이 단어는 뜻이 다양하고 미묘해 적당한 우리말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정신, 영혼, 신(神)으로 보통 번역되고 예외적으로 유령(幽靈)이나 독한 알코올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선호하는 뜻은 정신적 태도, 용기, 기백, 마음으로 번역되는 spirit이다. 우리가 위 세대로부터 물려받아 다음 세대로 이어주어야 하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spirit이란 무엇인가? 쉽게는 승패를 가르는 운동경기에서 볼 수 있다. 농구 경기를 끝내는 부져 소리와 함께 던진 역전 골이 성공하는 경우, 축구에서 후반전 추가시간에 들어가는 결승골의 경우이다. 단순한 행운이 아닌 승리를 향한 집념의 결정체이다. 야구에서 타자들이 연이어 날리는 랑데부홈런도 수학적으로 산출된 확률보다 훨씬 많이 나타난다. Spirit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즉 앞선 타자가 홈런을 친 경우 다음 타자는 나도 하겠다는 적극적 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상승세의 분위기에서 솟아오르는 근육의 힘, 정신적으로 투수를 압도하는 기세가 합쳐 곧잘 앞 타자를 따라가 담장을 넘기는 타구를 날린다.

교육현장에 있는 나는 여러 교수님 강의에서 이것을 느껴왔다. 그 당시 최신지견인 세포막 생화학에 매료된 김승원 교수님, 노벨상 경쟁에서 패한 경험을 이야기하던 가톨릭 의대 K선생님, 풍부한 지식과 경험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지제근, 김노경 교수님 강의가 생각난다.

나병 균 배양의 어려움을 안타까워하는 노교수님 말씀에서 spirit을 느낀 내 친구는 피부과로 전공을 결정했다. 또한, 항상 점심시간을 넘기면서 실습강의를 하던 김경식 교수님도 생각난다. 폐결핵의 세계적 대가였던 선생님은 당시로는 획기적 아이디어인 부산-서울-북한-만주-시베리아-러시아-유럽을 육로로 연결하는 범세계적 교류를 말씀해주셨다.

은사 고창순 선생님은 많은 생각과 행동으로 나에게 spirit을 가르치셨다. 제자 교육에서는 물론 환자와의 만남, 학술활동에서 모범을 보여주셨다. 근무 후 저녁식사 회식의 자리에서도 직접 spirit을 지칭하며 강조하셨다. 핵의학 같은 신생학문의 개척자가 가져야 하는 도전과 협력의 정신이기 때문이었다.

고전 문학과 철학 작품은 spirit의 풍부한 보고이다. 나는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에서 예리하나 따뜻한 spirit을 느낀다. 미국 사상가 헨리 소로의 〈월든〉에서 자연 사랑의 정수를 실감하고, 철학자인 에리히 프롬의 〈자유에서의 도피〉, 〈소유이냐 삶이냐〉 저서를 읽고 실존주의에 입각한 진정한 자유를 향한 의지를 배웠다.

환자를 진료하는 현장에서 spirit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수술로 몸을 자르고 꿰매는 치료를 할 때는 물론이고, 투병생활을 지도하고 투약을 할 때에도 갖추어야 한다. 진찰하고 숨은 병을 찾을 때에도 필요하다. 의사는 처음 환자를 볼 때 평균 18초 내에 5개 정도 병을 의심한다고 한다. 이 때 환자가 가진 질병을 감별진단 항목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결국은 오진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치료 보다 오히려 진단 시에 정신집중과 spirit이 더 필요하다.

우리는 이 것을 어떻게 배우고 높일 수 있는가? spirit의 뜻에는 기백, 기상, 투지의 의미로 역경을 극복하는 인간의 정신력도 포함되어 있다. 이 세상에 가치 있는 모든 일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법이다. 시인이자 종교가인 채닝은 “난관은 낙담이 아닌 분발을 위한 것이다. spirit은 투쟁을 통해 강해진다.”고 격려했다.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마음먹어야 그 일을 해 낼 수 있다. 높은 목적을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 다른 일상을 희생하고 몸과 마음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문호 괴테의 말이다.

위대한 일을 원하는 사람은 집중을 해야 한다.
자기 절제에서 위대함이 나오고
규율만이 우리를 진정으로 자유롭게 하리라.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본능의 욕구를 이겨내고 참된 것을 추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spirit은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힘겹게 만들어 가는 것이고, 우리 모두 어려움과 유혹에 약하다는 것도 보여 주자. 진솔한 청춘이라면 공감하고 역으로 spirit을 고양하게 될 것이다.

AI(인공지능)이 요즘 화제와 우려의 대상이다. AI가 많은 분야에서 인간의 활동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많은 장점이 기대되나 감정과 도덕적 경계가 없는 지능이어서 인류 존재에 위협이 된다는 걱정도 한다. 인간 만이 갖고 있는 spirit이 AI를 이기고 조절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핵심 요소일 수도 있다.

다음 세대에게 spirit을 쉽게 이해시키고 교육하고 이러한 성품을 지니도록 계속 격려하자. 지금은 인성교육, 리더십 교육, 인문학 교육, 교양교육 등에 포함되어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지만, 좀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방식이 필요하다. spirit의 개념 정리, 개발, 교육 훈련, 응용 방식 등에서 말이다.

젊은 의료인 교육에도 이 토픽을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총체적 난국, 즉 사회경제적 곤란, 자존심의 손상, 환자진료의 왜곡, 정체성의 혼동 같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보건사회의 지도자로 자라나는 데에 근본적으로 필요한 정신 자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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