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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을 달리는 말과 초록별 닮은 삼나무에 위안
초원을 달리는 말과 초록별 닮은 삼나무에 위안
  • 의사신문
  • 승인 2017.08.2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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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직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15〉 `삼다수 숲길'

`천년의 신비'와 건강한 `숲의 향'

우리에게는 생수 이름으로 익숙한 `삼다수 숲길'은 제주도 삼다수 마을에서 과거 임도로 사용하던 길을 활용해 조성한 숲길이다. 봄에는 복수초 군락, 여름에는 산수국 군란, 가을에는 하천을 따라 물든 단풍이 명품이다. 자연스레 형성된 분재형 숲의 경관과 낙엽활엽수림의 교육적 활용 가치를 인정받아 2010 `제1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천년의 숲 부문 어울림상'을 수상했다.

■푸른 초원을 달리는 말과 함께 걷는 길, 삼다수 목장길
삼다수 숲길 걷기를 시작하는 것은 다소 복잡하다. 초입에서 걸어서 약 30분 거리인 교래리 종합복지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출발해야하기 때문이다. 시작 지점에 목장이 많아 말과 소에게 차량 소음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니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수긍이 간다.

초입까지 가는 길도 나쁘지 않다. 개울가에는 대나무들이 늘어서서 안내를 해주고, 현무암 돌담장에 만개한 꽃들이 환한 미소로 우리를 환영한다. 잠자리를 잡겠다고 따라서 뛰어가는 개구쟁이 사내아이의 웃음 가득한 얼굴이 귀엽다.

야생화 감상에 푹 빠져있다 보니 어느새 눈앞에 펼쳐진 푸른 초원 위를 마음껏 달리는 말들이 보인다. 초원에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와 늘씬한 몸매의 말들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초원 옆 오른편 개울물이 모이는 곳은 예전에 마을 주민들의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로 쓰였던 소중한 곳으로, 물의 이름도 예쁜 `파란물'이다.

시골길 군데군데 어제 내린 빗물이 고여 호수를 이루고 있다. 수풀 그림자와 어우러져 예쁜 하트모양을 만든 빗물, 거인 발자국을 만든 빗물은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이다. 숲길 입구가 가까워졌는지 길 옆으로 가로수들이 울창해진다. 빨간색 리본의 삼다수 숲길 표지가 우리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한다.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시원해지는 녹색 천국
삼나무 병정의 호위를 받으며 숲길에 들어선다. 찌푸린 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환한 초록빛에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숲은 방문객들이 걷기 편하도록 야자나무 매트를 깔아놓았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건강한 숲의 향을 들이키니 `천국의 숲'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끼가 내려앉은 삼나무 그루터기는 마치 천국의 밤하늘에 수놓인 초록별 같다.

고개를 넘어서니 다양한 나무들이 어우러진 분재가 보인다. 대자연이 선물해 준 신비하고 아름다운 분재다. 오솔길 양편으로 나무 밑에서 제주조릿대 군락이 만들어졌다. 비오는 습한 날씨를 좋아하는 버섯들이 어디선가 나타나 화려한 색상으로 방문객들을 유혹한다. 전형적인 우산 모양의 버섯부터 나무 테이블을 연상시키는 버섯, 투구 모양의 버섯까지 모양도 크기도 다양하다. 잠시 쉼터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천국 숲이 뿜어내는 신비로움에 취해본다.

잠시 후 갈림길이 나타난다. 짧은 코스인 1 코스로 방향을 돌리자 또 다른 매력의 세계가 펼쳐진다. 오솔길 주변으로 산수국들이 만개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그 웃음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숲의 매력에 빠져 걷다보니 길 말미에 다다랐다. 시원하게 쭉쭉 뻗은 삼나무들과의 헤어짐이 우리 부부는 못내 아쉽다. 다시 목장길을 따라 야생화를 사진에 담으며 주차장으로 향한다. 3시간 여를 열심히 운동한 보상으로 교래 별미인 닭샤브샤브를 즐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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