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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징검다리 건너자 형형색색 야생화들이 반겨
예쁜 징검다리 건너자 형형색색 야생화들이 반겨
  • 의사신문
  • 승인 2017.08.0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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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14〉  강원도 인제 곰배령

야생화의 천국

곰배령의 시작점인 설피(雪皮)마을에서 다음날 산행을 위해 숙박을 했다. 겨울에 신던 덧신인 설피란 이름이 붙은 것만 봐도 얼마나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인지를 짐작케 해준다. 작년에도 눈이 어른 한 키는 쌓였다는 팬션 주인장의 과장 섞인 말이 그대로 미덥다. 숙소를 안내하시더니 보일러 트는 법부터 가르쳐 준다. 서울에서 한여름의 더위에 시달렸던 것을 생각하니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방 안에 에어컨이 없다.

■숲해설가와 함께 하는 나무터널

강원도 인제에 있는 해발 1110m의 곰배령은 배를 하늘로 향하고 누운 곰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100여종이 넘는 야생화들이 늘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 야생화 천국이다.

곰배령이 자리한 점봉산은 천연원시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다. 곰배령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수요일에서 일요일까지 매일 하루 500명.

곰배령 입구에 있는 생태관리센터에서 신분증을 확인한 후 입산허가증을 받아 숲속 여행을 시작한다. 입구에서부터 울창한 나무들로 숲 그늘이 만들어진 나무터널을 따라 계곡의 물소리를 음악 삼아 천천히 걷는다. 숲해설가의 열강도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길가에 있는 여러 나무들의 이야기들 중에도 나무 중에 나무라 할 수 있는 근육질의 서나무, 나무껍질을 섬유로 사용하여 이름이 붙여진 피(皮)나무, 나뭇잎이 2개면 가위요 이것이 소나무, 5개면 보자기 이것이 잣나무라는 얘기가 귀에 쏙쏙 들어와 박힌다. 길가에 고인 물에는 알에서 부화한 도롱뇽의 유생들이 노닐고 있다.

강선마을을 지나 예쁘게 놓아진 징검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산행이다.

좁은 오솔길 양쪽으로 조릿대들이 늘어서 반겨주고 멀리서 들려오는 작은 폭포수 소리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주변의 울창하고 푸른 나무숲과 나무 아래 군락을 이룬 관중들의 행렬은 이곳이 진정한 원시림임을 말해준다. 초록빛 잎들 사이로 각양각색의 꽃들이 살포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잠시 숨 돌리는 시간에는 처음 보는 야생화들을 사진에 담으며 여유를 즐겨본다. 헉헉 거친 숨소리로 숨이 턱 밑에 찼다고 느껴질 무렵 머리 위의 나무 그늘이 서서히 사라지고 푸른 하늘이 반겨준다. 곰배령 대평원에 다다랐다는 신호다.

■곰배령 대평원서 만나는 천상의 화원

곰배령 정상의 야생화 정원에는 형형색색의 야생화들이 어우러져 신이 내린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어 놓았다.

꽃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나무데크를 따라 천천히 한 바퀴 돌며 야생화들과 어우러진 풍광을 사진에 담는다. 비록 꽃집의 꽃들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하고 정겨운 꽃들의 모습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예쁜 웃음을 떠올리게 하는 분홍빛의 둥근이질풀, 화려함을 뽐내는 주황색의 동자꽃, 나물로 잘 알려진 노란색의 곰취와 흰색의 참취, 보랏빛 꽃으로 길게 늘어선 긴꼬리산풀, 순백의 흰꽃을 자랑하는 어수리와 톱풀, 봉선화처럼 건드리면 씨앗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물봉선, 엷은 남보라빛의 수줍은 얼굴을 가진 금강초롱, 곤드래 나물로 잘 알려진 보라색의 고려엉겅퀴까지 정말 다양한 꽃들의 천국이다.

야생화들의 아름다운 세계를 맘껏 즐기고 내려오면서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니 무더위가 달아나는 느낌이다. 건강한 숲 내음을 마시며 천천히 내려오면서 올라갈 때 놓치고 지나간 예쁜 꽃들의 이름들을 공부하다보니 금방 강선마을 입구가 나타난다. 텃밭에 빽빽이 늘어선 노란 곰취 꽃들과 울타리에 핀 화려한 원추리 꽃이 천상의 화원을 내려온 아쉬움을 달래준다. 입구에 있는 야생화 정원에서 예쁜 꽃 이름들을 다시 되새기며 10km, 4시간여의 일정을 행복하게 마감한다.

TIP. 예약은 산림청 홈페이지(http://www.forest.go.kr)에서 가능하고 진동리에서 숙박을 할 경우 예약을 대행해 준다. 곰배령에서 나는 산나물로 만든 산채비빔밥이나 산나물전, 곰취전을 맛보는 것이 필수인데 구수한 옥수수 막걸리와 함께 하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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