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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사각지대' 신생아실 결핵 사태…"제도 개선·정부 지원 절실"
'법 사각지대' 신생아실 결핵 사태…"제도 개선·정부 지원 절실"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07.18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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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희 회장, '17년간 분만 2만건' 지역의료 선도해온 모네여성병원 방문, 결핵확진 위로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김숙희)가 최근 신생아실 간호사의 결핵 확진으로 역학조사를 받고 있는 노원구 모네여성병원을 찾아 병원 상황을 파악하고 의료기관 종사자의 결핵 감염 예방을 위한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과 장현재 감사(노원구의사회 명예회장)는 지난 14일 오후 모네여성병원을 방문해 이번 사태에 대한 의료진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청취하고 위로했다.

모네여성병원 신생아실 간호사 A씨는 지난 6월 27일 결핵 확진을 받았다. A씨는 결핵 의심 소견을 보인 6월 23일 업무를 중지하고 치료 중이며, 질병관리본부는 A씨가 근무한 기간(2016년 11월 21일~2017년 6월 23일) 동안 신생아실을 이용한 신생아 798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 중이다. 17일 오후 6시 기준 잠복결핵검사 결과 685명 중 112명이 양성 반응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결핵 환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나 대다수가 결핵예방접종을 받았고, 이중 12~25%에서 TST에서 위양성이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발병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안희성 모네여성병원장은 "해당 간호사는 단순한 감기인 줄 알았다고 한다. 동네의원 지속적으로 다녔는데도 기침이 심해져 내과를 찾았다. 체스트를 찍었더니 폐렴이 의심됐고 종합병원에서 CT 검사결과 결핵이 의심됐다. 해당 병원에서 즉시 보건당국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결핵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2-3주간 지속되는 기침 및 가래, 미열, 체중감소, 피로감, 식욕부진, 흉통, 호흡곤란 등이다. 하지만 기침은 결핵 뿐 아니라 감기나 천식,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의 가장 흔한 증상이어서 간과하기 쉽고, 그만큼 진단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안 원장은 “결핵 확진을 받은 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언론에 모두 오픈하고 보건당국의 조사에도 성실하게 협조했다. 만약 감염된 환자가 있다면 하루라도, 단 한 시간이라도 빨리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1년에 개원한 모네여성병원은 지난 17년 동안 지역사회의 의료를 선도하며 모범적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이번 신생아실 간호사 결핵 확진으로 20년 가까이 쌓아온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다.

안 원장은 “의원급보다 병원급 의료기관 운영에 제한이 많지만, 노원구에서 처음으로 병원 허가를 받고 눈살 찌푸리는 일 없이 성실히 운영해왔는데...”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실제로 모네여성병원에서 17년간 2만 건 이상의 분만이 이뤄졌지만, 단 한 건의 사망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아기와 산모를 모두 합치면 4만 명. 일반적으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산부인과에서 굉장히 보기 드문 경우다. 동료 의사들로부터도 강북지역 의료수준을 높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김숙희 회장은 “모든 의료기관이 겪을 수 있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며 “보건당국이 나서지 않고 그동안 지역사회 분만을 책임져온 민간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112명의 신생아와 영아가 잠복결핵검사(피부반응건사) 결과 양성판정을 받았다. 잠복결핵감염은 결핵균에 노출돼 감염은 됐으나 실제 결핵으로 발병은 하지 않은 상태로 전염성은 없다. 이 중 10%가 결핵으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결핵 환자라도 항결핵제를 복용하기 시작한 후 약 2주가 지나면 일반적으로 전염력이 거의 소실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항결핵제를 6~9개월 동안 꾸준히 복용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유태환 모네여성병원 부원장은 “잠복결핵은 전염성이 전혀 없다”라며 “모네에서 왔다고 하면 관내 소아과를 찾아가도 안 받아준다는 얘기가 있다. 산후조리원 예약도 안 받는다고 하더라.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노원구의사회는 의사회 차원에서 모네여성병원 출신 환자 거부에 대해 회원들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노원구의사회 명예회장인 장현재 감사는 “의료기관을 운영하다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일반인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전문가인 의사 동료들이라도 오해와 편견을 씻을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며 “회원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정확히 알고 도울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 1위…제대로 된 통계자료조차 없어
BCG 접종으로 인한 위양성인지 실제 잠복결핵인지 구분 불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매년 3만여 명 이상의 신규 결핵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 1위로 2위 국가와의 격차도 매우 크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연구나 통계 자료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번 모네여성병원에서 투베르쿨린 검사(Tuberculin Skin Test)를 통해 잠복결핵 양성 판정을 받은 신생아와 영아는 16.7%. 일반적으로 생후 1개월이 된 신생아는 결핵예방접종인 BCG 접종을 받는다. 하지만 투베르쿨린 검사로는 BCG 접종으로 인한 위양성인지 실제 잠복결핵인지 구분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투베르쿨린 검사결과가 양성일 경우 인터페론감마분비검사(IGRA)를 통해 재확인하는 2단계 검사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5세 미만 소아에게는 잠복결핵감염 진단으로 IGRA 검사는 권고하지 않는다. 즉, 잠복결핵 양성판정이 BCG 접종 때문인지 결핵 감염 때문인지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유 부원장은 “지금 조사받는 아기들 거의 전부가 BCG 맞은 지 몇 달이 채 안 된다. 결핵감염에 대한 노출 때문에 피부반응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는지, 실제 위양성률이 어느 정도인지 통계도 없다. 답답한 심정”이라고 언급했다.

안 원장은 “실제 잠복결핵인지 BCG 접종으로 인한 위양성인지 구분할 방법은 없지만 1%의 확률이라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약 복용을 해야 한다”며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에게 약을 먹여야 하는 엄마들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이해한다. 하루빨리 낫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병원을 일시적으로 폐쇄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숙희 회장은 “최근 국회에서 병원 일시폐쇄 등 행정조치를 취하라는 보도 자료가 배포됐는데, 이는 잘 알지 못하고 하는 얘기”라며 “최근 3년간 결핵환자 발생이 보고된 고등학교가 전국 절반 수준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모두 폐쇄하라는 것인가. 결국 대한민국을 폐쇄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신규채용 시 결핵검진 안했나” 비판도…정부 부처 간 충돌·법 사각지대에서 발생
의료기관 종사자 결핵검진 국가 지원 필요성 대두

그렇다면 의료기관 잠복결핵 감염 사태를 미리 예방할 수는 없었을까. 현행 결핵예방법상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매년 결핵검진을 실시하도록 돼 있지만, 신규 채용된 직원의 경우 입사시기를 기준으로 하는 검진 시기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안 원장은 “직원을 채용할 때 왜 검진을 하지 않았냐는 지적도 있다. 고용노동부의 컨트롤을 받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입사시기에 결핵검진을 하면 채용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몇 년 전 법에서 제외됐다”며 “국회에서도 정부 부처 간 엇박자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결핵안심국가 실행계획’을 발표하고 의료기관 종사자와 학교·어린이집 등 집단시설 종사자들의 결핵 관련 검진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재정상황이 열악한 중소병원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마저도 올해에만 한시적으로 책정된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며 이후 검사비 지원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안 원장은 “보건소에서 의료직원 절반은 지원해 줄 테니 검사하라고 해서 신청했는데 접수가 안 된 상태로 돼 있었다. 아무래도 예산의 한계 때문에 상급의료기관에서 잘린 것 같다”면서 “어차피 병원급 의료기관은 7~9월 사이에 검사한다. 우리 병원도 자비를 들여 40명 이상의 직원 모두 검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검사 결과, 신생아실 간호사 2명이 잠복결핵 양성 판정을 받았다. 1명은 퇴사, 1명은 휴직 중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료계는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결핵검진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13일 성명서를 내고 “앞으로 제2, 제3의 원내 결핵 감염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의료기관 종사자의 결핵예방·검진·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 예산 확보와 투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숙희 회장은 “질병관리본부가 의료기관 종사자 12만 명의 잠복결핵 검진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모든 의료기관 종사자의 결핵 검진에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제도 개선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4일 의료기관 종사자 등의 채용 후 1개월 내에 결핵검진 실시를 의무화하는 결핵예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입사 이후부터 길게는 1년까지 감염병 예방에서의 허점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모네여성병원 신생아실의 간호사 역시 채용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고, 따라서 매년 실시하는 결핵검진을 받을 시기가 되지 않아 결핵감염 여부를 미리 파악하지 못해 일어난 사태”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동시에 의료인 및 종사자를 채용할 경우 건강검진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해당 개정안은 의료인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연 1회 이상 건강진단을 받아야 하며 건강진단의 방법, 절차, 대상 등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특히 의료기관의 장은 의료인 및 의료기관 종사자를 채용했을 때 업무배치 전 건강진단을 실시해야 하며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자를 그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높은 빈도의 결핵 발생을 예방하고, 환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며 환자 가족에게는 안심을 주어 의료기관의 신뢰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 종사자 결핵검진에 대한 국가의 예산 지원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됏??

박인숙 의원은 “의료기관 종사자의 결핵 감염은 일단 발생하면 대규모의 역학조사는 물론, 실제 원내 결핵감염사태로 이어질 경우 그 파급력이 중대한 사안”이라며 “정부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국가 차원의 감염관리 사업을 민간 의료기관의 책임으로 떠넘길 것이 아니라, 충분한 예산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지원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감염병 전파 등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 신속한 의료 전문인력의 투입과 예산 지원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질병관리본부의 권한과 규모의 개편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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