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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하르방 미소로 시작 약수 한모금에 상쾌해져
돌하르방 미소로 시작 약수 한모금에 상쾌해져
  • 의사신문
  • 승인 2017.07.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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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13〉 절물자연휴양림의 다양한 숲길

산책로 탐방 통해 `푸른 숲의 향'에 취하다

최근 `제주도'하면 대개 `올레길'을 떠올린다. 하지만 제주도에는 올레길 말고도 한라산의 맑고 깨끗한 숲 공기를 온 몸으로 만끽하며 걸을 수 있는 많은 숲길이 있다. 그 중에서도 절물자연휴양림은 생이소리길, 너나들이길, 장생의 숲길, 숫모르편백숲길, 절물오름 탐방로 등 다양한 숲길로 구성돼 있다. `절물'이란 유래는 말 그대로 옛날 절 옆에 물이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절은 사라지고 약수터 옆에 약수암만 남아있다.

■숲의 정취를 흠뻑, 너나들이길
절물휴양림 입구에서는 돌하르방이 특유의 기분 좋은 미소로 오는 손님들을 맞이한다. 휴양림에 들어서면 아름드리 삼나무들이 빽빽이 늘어선 숲의 모습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삼나무 사이로 나무 데크를 따라가면 잘 생긴 장승이 서 있어, 자연스럽게 `포토존'을 만든다. 목공예 체험장 앞에는 나무로 만든 멋진 곤충들이 둥글게 늘어서 있다. 신기한 듯 요리조리 살펴보는 꼬맹이들의 모습이 귀엽다.

또 다른 장승의 안내를 받으며 너나들이길의 입구로 들어선다. 너나들이 길은 총 길이 3km의 코스이다.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오래 걷기 힘든 사람일지라도 누구나 산책이 가능하도록 계단 없이 나무데크로 만들어졌다. 지그재그로 길을 오르니 마음을 확 트여주는 시원한 풍광이 나타나고, 그 앞에 쭉 뻗은 숲 터널길이 보인다. 여기 저기 걸려있는 나무 이름표가 재미있다. 곰의 말채, 까치박달, 까마귀배게처럼 동물의 이름이 들어간 것도 있고, 사람주나무, 꾸찌뽕나무, 아그배나무, 합다리나무처럼 읽기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오는 특이한 이름도 있다.

쉼터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쉬고 있노라니 어디선가 나비 두 마리가 날아온다. 우리 부부 앞에서 공연을 펼치듯 아름답게 춤을 추는 것을 보니, 아마도 구애 전 최종 리허설을 하나보다. 나뭇잎 위로 뭔가가 자꾸 떨어지는 것 같아 자세히 바라보니 자벌레다. 훌륭한 보호색을 입은 자벌레는 유심히 보지 않는 한 나뭇가지와는 도저히 구분이 안 된다.

■야생화가 아름다운 산책로, 생이소리길
다시 지그재그로 내려오면서 너나들이길을 마감하면 생이소리길이 이어진다. 나무난간 위로 아주 느리게 발길을 옮기는 달팽이를 보니, 갑자기 이들의 여유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가느다란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 열심히 걸어가는 거미들도 보인다. 거미와 달팽이의 경주인가 보다. 나무의자 위에는 누군가 만들어 놓고 간 예쁜 나뭇잎 인형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생이소리길 시작점에는 이해인 수녀의 시 한편이 예쁜 목판에 담겨 있다. 나무를 향해 걷고 또 걷다보면 나도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는 구절이 계속 귓속을 맴돌며 여운으로 남는다. 절물 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 한모금으로 목을 축인 후 온통 초록빛의 약수터 풍경에 반해 넋을 잃고 바라보는 나 자신을 깨닫는다.

민속놀이터에서는 관광하러 온 외국인들이 신기한 듯 마음껏 흥을 돋우며 즐기고 있다. 야생화 공원에서는 울긋불긋 야생화들이 만개해 저마다 자기를 봐주길 간절히 원한다. 연못 주변과 잔디광장에서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놀러온 아이들이 즐겁게 뛰는 모습이 흐뭇하다. 푸른 숲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덧 3시간여의 일정을 마무리 한다.

TIP. 절물휴양림에서는 잘 정비된 관람로, 생이소리길, 너나들이길 중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1시간에서 3시간까지 다양한 산책로 탐방이 가능하다. 조금 힘들어도 본격적인 숲길 탐방을 원하면 장생의 숲길이나 숫모르숲길이 좋다. 숲해설이나 목공예 체험, 숲길 명상 등 유익한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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