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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슈만 교향곡 제2번 C장조 작품번호 61
로베르트 슈만 교향곡 제2번 C장조 작품번호 61
  • 의사신문
  • 승인 2017.07.1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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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02〉

■슈만의 어두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한 분투의 과정

슈만이 남긴 네 편의 교향곡 중 다른 세 곡은 모두 그의 생애에서 밝고 희망에 찬 시기에 작곡되었지만 이 작품만은 어둡고 혼란한 시기에 작곡되었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색조는 결코 어둡지 않으며 오히려 지나치게 밝은 편이다. 이 교향곡을 스케치한 것은 1845년 12월 드레스덴에서였는데, 그 즈음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한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클라라와의 결혼을 전후하여 `가곡의 해'(1840년)', `교향곡의 해'(1841년), `실내악의 해'(1842년)를 보내며 한창 인생의 절정을 구가하였던 그에게 점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이다. 슈만의 정신적 불안정은 태생적인 요인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신경성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고, 누나는 19세의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자신은 피아니스트를 향한 꿈을 좌절시킨 손가락 부상에 형수와 동생의 죽음 등 불행한 사건이 겹쳐 스물세 살 때 심한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당시 일기장에 이런 글을 적었다. “나는 내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클라라와의 결혼생활의 행복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작곡과 평론에 의존하는 그의 수입만으로는 가계를 꾸려 나가기 어려웠고, 클라라는 첫 아이를 낳고 회복한 후부터 피아니스트로서의 순회연주 활동을 재개하면서 부부가 떨어져 지내는 시간도 늘어났다. 1842년 3월에 쓴 일기에 당시 상황이 잘 나타나 있다. “그대를 떼어 놓은 일은 내가 한 일 가운데 가장 멍청이 같은 행동이었소. 이 느낌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오. 제발 행복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볼 수 있기를. 그 사이 우리 귀여운 아이나 보고 있겠소. 당신과 떨어져 있으면 다시금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강렬히 느끼게 된다오. 그렇다고 나의 재능을 팽개쳐 두고 그대를 따라 순회여행에 동행해야 하겠소? 아니면 내가 신문 일이나 피아노에 매달려 있을 동안 그대의 재능을 썩혀 두어야 하겠소? 역시 지금 상태가 우리가 발견한 해결책이 아니겠소. 당신 연주일정을 돌봐줄 사람을 구하고 나는 애를 보면서 내 일을 하기로 말이오. 그러나 세상이 알면 뭐라고 하겠소? 그 생각만 하면 한없이 마음이 괴로워진다오.” 종종 클라라의 연주여행에 동행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항상 좋은 결과만을 불러온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음악가로서 그의 명성이 알려지지 않았던 반면 클라라는 피아니스트로 각광을 받았기에 그의 가슴에는 질투심마저 일었고 불면증과 함께 우울증에 시달리는 날이 많아졌고 나날이 악화되었다.

1844년 12월 라이프치히를 떠나 드레스덴으로 이주한 슈만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싶었다. 애정을 갖고 일한 `음악신보' 주간 일도 다른 사람에게 넘긴 상태였다. 이 교향곡은 그런 어두운 시절을 딛고 다시금 일어서 광명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분투의 과정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지휘자 오텐에게 이렇게 편지를 보냈다. “저는 반쯤 병든 상태에서 이 곡을 썼습니다. 마치 다른 사람이 쓰는 것 같았죠. 마지막 악장에서야 다시 저 자신을 느낄 수 있었고, 비로소 전곡을 좋은 상태에서 마칠 수 있었습니다.” 1846년 2월부터 착수한 작곡은 우울증이 다시 도지는 바람에 10월에서야 완성하게 된다. 드레스덴에서 슈만은 클라라와 함께 바흐의 작품들을 연구하였는데 대위법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 이 작품에도 그 성과가 들어나 보인다.

△제1악장 Sostenuto assai - Allegro ma non troppo 눈부신 햇살 아래서의 정열적인 음악이다. 느린 서주가 시작되면 금관에서 흘러나오는 주제는 마지막에서 크게 울려 퍼질 뿐 아니라 다음 악장의 코다와 마지막 악장에서도 다시 등장하는 등 전곡의 모토로서 기능을 한다.

△제2악장 Scherzo. Allegro Vivace 슈만이 쓴 가장 흥미진진한 악장이다. 멘델스존풍의 활달한 패시지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랄함과 익살스러움이 교차하며 거칠게 질주하는 스케르초들 사이에 두 개의 트리오가 놓여 있다. 첫 번째 트리오에서는 관악기로 연주되는 셋잇단음 악구가 두드러지고, 두 번째 트리오에서는 안정적인 선율에 또 다른 선율이 대비를 이룬다.

△제3악장 Adagio espressivo 환상곡 풍의 느린 악장으로 슈만의 고달픈 심경이 투영된 듯 그 위로 우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아련한 환영을 좇는 듯 애틋한 갈망의 기분이 교차한다.

△제4악장 Allegro molto vivace 전반부에서는 분위기를 일신하는 힘찬 행진곡이 펼쳐지는데,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9번 `그레이트'를 연상시킨다. 새로운 주제로 시작되는 후반부는 전곡에 대한 종합적인 종결부로 더욱 장대하며, 팀파니의 강렬한 연타와 힘찬 화음으로 찬란하게 마무리된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주제는 베토벤의 연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의 마지막 곡에 흐르는 선율과 매우 유사하다. 그 가사는 다음과 같다. “그러면 이 노래들이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힘을 극복할 것이오,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은 바라던 것을 얻게 되리니.”

■들을 만한 음반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85)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71) △주제페 시노폴리(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83) △게오르규 솔티(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70) △조지 셀(지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CBS,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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