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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트레킹 동행취재기<2>
백두산 트레킹 동행취재기<2>
  • 황선문 기자
  • 승인 2005.07.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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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쉴 틈도 없이 11시 10분 청석봉을 뒤로하고 백운봉(해발 2691미터)을 향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가파른 너덜지대와 암석지대를 내려가는데 갑자기 강풍이 휘몰아친다.
 徐允錫회장은 “지금 이 곳은 험난하기로 유명한 일본 북알프스 산행 때와 비슷하다”며 “회원 모두 조심해서 이동해라”고 당부한 뒤 여성회원들의 안전을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부부애를 과시하며 이번 서파종주에 함께 한 이동락 선생은 부인의 앞과 뒤를 수시로 오가며 안전산행을 돕는다.
 약 50분에 걸쳐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간 후 낮 12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미리 준비해 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점심식사와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대열을 재정비하고 백운봉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 모두들 오버트로우저와 판초우의를 꺼내 입었다. 뒤를 따라오던 김진민 총무는 기자에게 오버트로우저를 입기를 권하며 직접 우의 입는 것을 도와준다.
 폭우는 초특급 태풍에 버금가는 강풍과 함께 피부가 따가움을 느낄 정도로 세차게 쏟아 붇는다. 또한 짙은 구름은 우리의 시야를 5미터 앞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산행에 힘겨워 하는 여성회원들을 선두로 세우고 박홍구 등반대장이 앞쪽에서 산행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천천히 이동하되 앞사람을 시야에서 놓치지 말라고 주문한다.
 점심식사 후 1시간 40분에 걸쳐 백운봉까지 가파른 너덜지대 오르막을 조심스럽게 올랐다. 중간 중간에 지치는 사람이 나타나고 시야에서 앞사람을 놓치면서 수시로 대열을 정비하는 등 악천후로 인해 산행이 다소 지연되고 있었다.
 중국 쪽의 백두산 최고봉인 백운봉은 산세가 험준하고 가파르기도 했지만 악천후와 시간에 쫓겨 정상에 오르지 못한 채 8부 능선을 따라 안전한 하산 길을 택해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했다.
 오후 2시 백운봉을 지나자 길림성 여행국 소속 현지가이드가 이제부터 험한 오르막길은 없고 평탄한 내리막길이 계속 된다며 우리 일행의 힘을 북돋운다.
 백운봉을 지나 50여분 이동하니 녹명봉(해발 2603미터) 바위 봉우리가 눈앞에 다가선다. 구름으로 뒤덮인 천지를 오른쪽으로 내려보며 조심스럽게 봉우리를 내려서니 끝없이 펼쳐진 고산 초원지대가 나타난다.
 이재일 훈련팀장은 “광활한 초원지대를 보니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장면이 떠오른다”며 초록색 물결의 거대함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짙은 구름으로 인해 산행 길을 인도하던 중국인 가이드가 잠시 길을 잃고 헤맨다. 곧 하산 길을 찾고 우리 일행을 부른다.
 고산 구릉지 초원지대에는 노랑제비꽃 군락과 자줏빛 하늘매발톱 군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초록색으로 출렁이는 바다 위에 흐드러지게 핀 들꽃들은 때론 부는 바람에 군무를 추고, 때론 제각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 곳이 천상화원인가 보다. 푹신푹신한 초록빛 양탄자 위를 들꽃의 황홀경에 빠져 꿈속을 걷는 듯 이동했다.
 미리 백두산 야생화에 대한 지식을 두루 섭렵했다는 임웅생 선생이 백두산 들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수제자 황연미 선생과 전명숙 선생은 경청하며 들꽃 이름 외우기에 바쁘다. 강미자 선생은 소나무 위에 핀 가솔송의 아름다움에 빠져 그 자태를 보라고 야단이다. 우리 일행들은 들꽃의 근접 촬영을 비롯하여 천상화원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셔터를 부지런히 눌러댄다.
 녹명봉에서 1시간 10분을 이동하여 오후 4시 용문봉(차일봉·해발 2595미터)이 우리 앞으로 다가선다. 용문봉을 오른쪽으로 바라보며 계속 하산을 서둘렀다. 저 멀리 장백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보이고 온천지구 주차장이 오른편 저 아래로 아련히 나타난다. 왼쪽으로는 깎아지른 듯한 계곡 옆으로 옥벽폭포가 새하얀 물줄기를 쏟아내고 그 아래로 커다란 눈덩어리를 녹이려는 듯 폭포에서 떨어진 물살이 세차게 흐른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들을 감상하며 오후 5시 40분 드디어 소천지에 도착, 총 8시간에 걸쳐 백두산 서파 종주를 마쳤다. 소천지 옆 가게에서 맥주로 목을 축이며 산행의 피로를 달랬다.
 우리 A팀은 오후 6시 두 번째 숙소인 장백산 온천관광호텔에 도착했지만 천지에서 하산 후 관광을 한 B팀에 문제가 생겨 2시간이상 지체된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심양에서 타고 온 전용버스와 가이드가 요녕성 소속이어서 이 곳 길림성 여행국에서 텃세를 부린 모양이란다. 약 2시간 동안 전용버스의 발목을 묶어 놔 숙소까지 오는데 지체된다는 것이다.
 장백산호텔은 방마다 순간온수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온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래서 A팀과 동행한 남자 현지가이드는 우리보고 온천시설을 이용하라고 권한다. 우리 돈으로 1만원이라는 설명과 함께. 한국보다도 비싼 이용료와 속보이는 온천욕 권유에 모두들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각자 방을 배정 받은 뒤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저녁 8시 식당으로 모였다. 조선족 식단으로 꾸며진 저녁은 양주, 맥주, 중국술이 오가며 산행의 피로함을 풀었다. 우리 일행이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무대에서는 조선족들로 보이는 가수들이 나와 한국 트로트를 멋들어지게 부른다.
 약간의 취기로 산행의 피곤함을 몰아낸 뒤 각자 숙소로 향했다. 밤새도록 비가 쏟아진다.
 백두산 북파 종주
 아침 5시 30분 모닝콜이 울리기 전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밤새도록 내리던 비가 그쳤는지 밖이 조용하다. 재빨리 일어나 짐을 챙긴 후 장백산호텔을 나와 소천지 입구 공터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난 뒤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장백산온천별장인 백두산한식관으로 이동했다. 된장국에 한정식으로 나온 아침을 맛있게 먹고 그 곳 가게에서 백두산 천지 사진 책과 그림엽서를 중국 돈 140위안(우리 돈 1만9000원)을 주고 샀다.
 오전 7시 15분 장백산호텔을 출발하여 약 5분 뒤 백두산 북파 산문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 우리 일행은 6명이 1개조가 되어 지프를 이용, 천문봉 주차장까지 20분에 걸쳐 올랐다.
 천문봉 주차장에 도착하자 낮게 깔린 구름이 우리 일행을 걱정스럽게 만든다. 날씨까지 쌀쌀하여 고어텍스 방수복으로 상하를 덧입었다. 주차장에서 대열을 정비한 후 5분도 채 되지 않아 천문봉(해발 2670미터)에 도착했다.
 청명하지는 않았지만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천지가 보이고 저 멀리 어제 우리 일행이 올랐던 백두산 5호 경계비를 비롯하여 청석봉, 백운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동안 신비함을 더 하려는 듯 또 다시 구름 속으로 그 모습을 감춘다.
 오전 8시 천문봉을 출발하여 철벽봉(해발 2560미터)으로 향했다. 북쪽 철벽봉을 끼고 완만한 능선을 따라 내려가니 왼쪽으로 천지가 계속해서 보인다. 구름을 가득 담고 있던 천지가 우리 일행의 하산 속도에 맞추려는 듯 태고의 신비함을 드러내고 부끄러운 듯 살며시 그 속살을 보여준다.
 하산도중 천지의 비경에 감탄하며 그 장관을 가슴깊이 각인해 본다.
 천문봉을 출발하여 1시간정도 능선을 따라 하산하니 어느새 달문까지의 가파른 너덜지대가 눈앞에 나타난다. 연신 눈앞에 펼쳐지는 천지의 아름다운 비경에 빠져들며 우리 일행은 급경사 돌무지 너덜지대를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때때로 위에서부터 굴러 떨어지는 낙석에 주위를 환기시키며 조심조심 달문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 사이 청명하던 천지에 구름이 서서히 덮이기 시작한다.
 어느새 달문 근처까지 하산한 우리 일행 앞을 천지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가로막았다. 모두들 보트를 타는 것보다 등산화를 벗고 직접 물을 건너는 것도 추억이라며 저마다 앞장서 바지를 걷어올리고 물줄기를 건넜다. 차가운 물은 뼛속까지 시리게 만들고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달문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천지 물에 손을 담그기도 하고 전후좌우를 둘러보며 아름다운 천지의 비경과 천지를 둘러 싼 외륜봉의 웅장한 모습에 감탄하며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연신 카메라가 움직인다.
 `天池'라는 글자가 새겨진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우리 돈으로 1인당 1000원씩 내라고 한다. 하도 어이가 없어 天池 표지석에서 사진 찍기를 포기하자 이번에는 인원수에 관계없이 사진 1컷당 1000원만 달라고 한다. 徐允錫회장이 흥정 끝에 3컷에 1000원을 주기로 하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천지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와 함께 하산했다. 잘 닦여진 하산로를 따라 1킬로미터 이상 내려오니 우레와 같은 거대한 폭음이 들린다. 오른쪽으로 쳐다보니 천지 달문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68미터 높이에서 아래로 내려꽂히는 장대한 장백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물소리가 몇 리 밖에까지 울리고 흰 물보라를 일으키며 일곱색 무지개와 백룡이 날아 내리는 듯한 절경을 연출한다는 장백폭포.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는 장백폭포에서 명산다운 백두산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보게 됐다.
 장백폭포를 지나 구름다리를 건너 발걸음을 재촉했다. 장백폭포 매표소를 지나자 온천물로 삶은 계란을 파는 곳이 나왔다. 이용배 선생이 건네는 삶은 계란을 맛본 후 낮 12시 온천지구까지 빠르게 하산했다. 오늘 북파 종주는 4시간 걸린 셈이다.
 온천지구로 하산한 우리 일행은 전용버스를 타고 1시간에 걸쳐 점심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차안에서 박영화(25세·연길시 거주) 조선족 현지가이드가 한국에 대한 고마움과 뜨거운 동포애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오히려 부끄러운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도백하의 조선족이 운영하는 고려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난 뒤 오후 1시 45분 현지가이드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비포장 임도를 따라 3시간 가량 이동했다.
 백두산 첫날 산행들머리였던 서파 산문에 도착,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통화시를 향해 오후 3시 55분 출발했다.
 통화시까지 약 5시간에 걸쳐 지루하게 이동하는 동안 徐允錫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설악가를 개사한 백두가의 배경을 설명하고 이재일 훈련팀장에게 사회를 맡긴다.
 `굽이 져 흰 띠 두른 능선 길 따라서/달빛에 젖어 가는 계곡의 여운을/내 어이 잊으리오 꿈 같은 산행을/잘 있거라 백두여 내 다시 오리니//저 멀리 능선 위에 흰 구름 필적에/너와 나 다정하게 손잡고 걷던 길/내 어이 잊으리오 꿈 같은 산행을/잘 있거라 백두여 내 다시 오리니'
 이재일 훈련팀장의 사회로 모두들 열심히 따라 불러 보지만 외우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즐거운 여흥을 갖는 동안 차창 밖으로 폭우가 계속해서 쏟아진다.
 저녁시간을 조금 넘긴 8시 5분 통화시 메아리식당에 도착했다. 여기서 중국음식과 중국술을 맛있게 먹었다. 밤 10시 15분 발마사지 장소로 옮겨 이틀동안의 산행에 지친 발에 융숭한 접대(?)를 했다.
 밤 11시 30분 첫날 묵었던 통화시 휘풍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중국에서의 마지막 날
 오전 5시 모닝콜이 울린다. 샤워를 마치고 짐을 정리한 후 체크아웃을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중국 만두와 과일을 맛있게 먹은 후 전용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전 6시 20분 휘풍호텔을 출발한 버스는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본계수동을 향했다. 버스가 출발한지 2시간 30분이 지나자 왼쪽 창 밖으로 재래시장이 보인다. 모두들 신기한 마음에 내려 재래시장을 둘러봤다. 특히 강원경 선생은 어린 돼지를 팔면서 거세하는 신기한 장면을 동영상으로 담느라 분주하다. 이용배 선생은 중국식 호떡과 비슷한 빵을 사서 나눠준다. 이어 조종남 선생도 바나나를 우리 일행에게 건넨다.
 신기한 재래시장을 보고 난 후 낮 12시경 본계수동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 근처의 커다란 식당에서 푸짐하게 차려진 중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맛있게 먹었다. 점심식사 후 낮 1시 10분 석회암 동굴인 본계수동 관광에 나섰다.
 보트를 타고 40여분간 관람하게 된다는 가이드의 설명과는 달리 20분만에 석회암 동굴 관람이 끝나는 것이 아닌가. 이상해서 물어 보니 어제 내린 폭우로 인해 절반 가량의 구간이 통제됐다고 한다. 그래서 본계수동을 절반만 관람하게 됐다는 것이다.
 본계수동 관람을 끝내고 버스가 있는 주차장으로 모이니 중국인 상인들이 물건을 사 달라며 달려든다. 우리 일행은 열대과일인 망고스티를 사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다같이 맛봤다.
 오후 2시 본계수동 주차장을 출발, 3시 40분경 심양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3박 4일간 우리와 동행한 현지가이드 이영근씨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탑승수속을 끝내고 오후 5시 50분 심양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KE834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 후 저녁 8시 55분 3박 4일간의 백두산 트레킹의 대장정을 마쳤다.
 한편 3박 4일간의 이번 백두산트레킹에는 박태규·이상석 고문을 비롯하여 서윤석 회장, 박홍구 등반대장, 김진민 총무, 이재일 훈련팀장, 영남의료재단 임웅생 선생, 멀리 경북 포항에서 온 이원기 원장, 강미자 원장, 조인혜 원장, 강원경 원장, 임일성 원장, 황연미 원장, 전명숙 선생에 이어, 변명현·권택열, 박두병·조종남, 이용배·김해선, 이동락·신수현, 오승재·이향숙 원장 등이 부부동반으로 참가했다.
 내국인과 외국인의 이중가격제를 적용하고 있는 중국을 볼 때 북한에서도 하루빨리 백두산 관광을 상품화하여 중국을 통하지 않고 저렴한 비용으로 백두산을 관광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했다. 하지만 연변조선족자치주의 관광수입이 늘어나 조선족의 생활이 윤택해 질 수 있도록 백두산을 많이 찾아와 달라는 연길 현지가이드의 부탁이 귓전을 맴돈다.
 만주 벌판까지 우리 민족의 기상을 떨친 고구려의 부귀영화를 떠올려보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백두산과 천지의 선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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