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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들의 청운의 꿈 깃든 단아하고 맑은 숲길
선비들의 청운의 꿈 깃든 단아하고 맑은 숲길
  • 의사신문
  • 승인 2017.07.0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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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12〉 `문경새재 옛길'

푸른 숲길과 선인들의 역사가 함께 하는 길

문경새재는 백두대간의 마루를 넘는 고개로 역사적으로 사회, 경제, 문화의 교류지이면서 군사적 요새로서 역할을 하였다. 새재라는 말에는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 `억새가 우거진 고개', `하늘재와 이루릿재 사이의 고개', `새(新)로 만든 고개'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문경새재 옛길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조사한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으로도 인기 만점의 관광지이다. 

■초록 숲길에 맑은 계곡 소리가 어우러진 옛길
주흘산과 조령산 사이에 새재계곡을 따라 만들어진 문경새재 옛길은 총 길이 6.5km로 제1관문인 주흘관에서 시작하여 제2관문인 조곡관을 거쳐 제3관문인 조령관까지 이어진다. 조선팔도에서 대표되는 고갯길로 옛날 한양으로 과거 시험을 치르러 오르내리던 선비들의 청운의 꿈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문경새재 입구에 도착하여 맑게 갠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을 배경으로 신장내과 과원들이 모두 모여 기념사진을 남긴다. 문경을 대표하는 과일인 사과를 테마로 만든 작품들과 함께 추억의 한 장면을 만들어본다. 조금을 걸어가니 길을 중심으로 탁 트인 공간에 저멀리 제1관문인 주흘관이 양 옆에 성벽의 지지를 받으며 기세당당하게 서 있다. 왠지 모르게 답답했던 마음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다.

이곳의 볼거리 중에 하나인 오픈세트장을 지나 본격적인 숲길로 들어선다. 오늘 모임의 유일한 어린이 주인공인 샘이도 많은 이모들 속에서 신나고 행복한 표정이다. 엄마의 손을 잡고 걷기도 하고 가끔씩은 엄마의 등을 그리워하며 업어 달라한다. 길 옆 나뭇잎을 만지고 싶다며 조르는 샘이의 목등 태우기 도전자로 오늘은 내가 나선다. 목등을 타고 신이난 아이의 표정만큼이나 나도 기분이 좋았다.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걷다보니 과거 이 길을 지나던 많은 사람들이 쉬어갔던 주막이 추억의 향기를 날리며 발걸음을 끈다. 화려한 단청이 아닌 나무 고유의 색으로만 꾸며진 교귀정의 모습이 더욱 단아하고 아름답다. 길 왼편으로 곱게 쌓인 여러 개의 돌탑들이 눈에 들어온다. 문경새재를 넘나들던 길손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빌며 얹어놓고 간 돌들이 쌓여 만들어진 소원성취탑이다. 옛 선인들의 힘을 빌어 모두들 잠시 소원을 빌어본다.

■천혜의 자연 경관과 볼거리가 함께 하는 하산길
오늘의 목표지점인 제2관문인 조곡관에 가까워지자 아름다운 조곡폭포가 맵시를 자랑하며 우리를 반긴다. 어제 내린 비로 맑은 선율의 폭포소리도 제법 우렁차고 산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도 유리처럼 맑고 투명하다. 삼삼오오 모여서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발길을 재촉한다. 조곡관에 먼저 도착한 젊은 멤버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를 만들 수 있는 포즈를 취하며 열심히 촬영 중이다. 어느 드라마에서 본 듯한 한 장면을 패러디한 작품은 우리의 추억거리로 영원히 남을 것 같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되돌아오는 길은 또 다른 맛이다. 정신없이 오를 때 보지 못했던 주변 풍경이 더욱 눈에 잘 들어온다. 바위벽에서 이제까지 보았던 것 중 가장 큰 민달팽이도 보았고 개울에서 우굴우굴 올챙이 무리들도 볼 수 있었다. 이곳의 명물인 고추장양념 석쇠구이에 오미자동동주를 서로 건네며 모두들 웃음과 행복이 가득하다.

TIP. 옛길박물관과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자연생태전시관과 자연생태공원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주변의 조령산과 주흘산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코스의 등산로가 있어 사정에 맞춰 산행이 가능하다. 제3관문인 조령관이 있는 조령산휴양림에서 출발해서 제1관문까지 내려오는 코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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