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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시급 1만원 시대' 예고…개원가 `긴 한숨'
새 정부 `시급 1만원 시대' 예고…개원가 `긴 한숨'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06.26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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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무사 임금 내년 23만원·3년내 80만원 인상으로 부담 증가

의료계, “수가 20% 이상 인상돼야 운영…인원 감축 불가피”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시대를 예고한 가운데, 영세한 일선 개원가의 한숨이 늘어나고 있다. 

노동계는 기초생계 보장을 위한 필수과제라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타격을 입을 개원가를 비롯한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대책 마련 없이 임금 인상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와 우려의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1988년 최초로 도입된 이후 꾸준히 증가해, 1990년부터 올해까지 최저임금인상률의 평균은 약 8.9% 수준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3년간 매년 15.6%씩 증가시켜야 한다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 정부는 내년 7481원, 2019년 8649원으로 최저임금을 점차 높여 2020년에는 1만원에 이르게 하겠다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선 개원가의 간호조무사의 월급 인상도 불가피하다.

의원급 의료기관 간호조무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주당 44시간(월∼금 8시간, 토 4시간)을 일한다. 올해 1월 적용된 최저임금 6470원을 적용하면 간호조무사 1인당 월급은 146만 2220원이 하한선이다. 주 소정근로시간이 44시간인 경우 월 환산 기준 시간수가 226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에게는 1주일에 1회 이상의 유급휴일(통상 일요일)을 부여해야 하며, 이 유급 휴일에 대해 지급하는 수당이 주휴수당이 포함돼 예측 임금보다 높게 책정된다. 여기에 4대보험이나 각종 수당이 붙으면 월급은 더 높아지게 된다.

정부 계획에 따라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면 간호조무사의 월급 하한선은 내년 169만 706원, 2019년 195만 4674원, 2020년 226만원이 된다. 3년 안에 적어도 현재보다 약 80만원을 인상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병의원에서 가장 낮은 간호조무사의 임금이 인상되면서 직책이나 직군에 따라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임금 역시 줄줄이 인상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의료기관의 부담 역시 커진다. 

결국 개원가는 직원 감축부터 생각할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의 근로실태조사에서도 최저임금이 10% 상승하면 주당 44시간 일자리 수 기준으로 고용이 약 1.4%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서울의 모 내과 원장은 “지금은 3명의 직원과 함께 일하고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이 추진된다면 일 잘하는 직원 한두 명만 남기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최근 5년 연속 3% 이상 인상률로 수가 협상 타결했다고 축하하는 분위기인데, 최저임금 인상률과는 무려 5배가 차이난다”며 “저수가의 현실에서 근로자 월급만 무조건 올리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의료계뿐만 아니라 영세한 자영업자들도 현장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최저임금위원인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이사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최저임금 인상은 고혈압 환자와 같이 언제 어디서 혈관이 터져 생명이 위태롭게 될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상황과 흡사하다”며 “대규모 해고사태, 물가인상으로 인한 소비감소, 대량 폐업사태와 부도 등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선 방안마련, 후 인상으로 정책을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최저임금법 개정을 통해 합리적인 기준과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법이 시행 30년을 기념해 합리적인 최저임금 수준 등을 결정하는 등 법 개선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법에는 원칙만 정하고 개정되는 통상임금의 정의 규정과 일치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제의 근거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최저임금 수준은 일괄적으로 결정, 적용돼 경영이 어려운 업종의 최저임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지적이다.

그는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률의 편차는 40% 정도이며 임금 격차도 3배 이상 난다”며 “현행 단일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개별 업종의 상이한 생산성 및 경영환경을 고려해 업종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카드수수료 인하와 부가가치세 경감, 종교인 과세 등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으로 인한 충격 완화를 위해 연평균 2조 5000억원 규모의 세제 혜택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구상 중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은 “최저임금의 대대적 인상은 의료계뿐만 아니라 영세사업자나 중소상공인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가 카드 수수료를 0.8%로 인하한다는 대안을 내놨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최저임금을 연 15% 올린다고 한다면, 수가는 20% 이상 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병의원을 운영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간호조무사도 임금을 더 많이 받고 일차의료기관 역시 월급 더 주며 상생하고 싶다. 하지만 특별한 대책 마련 없이 최저임금만 인상만 추진하면 시행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앞으로 더 두고 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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