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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부담·저수가·저급여 → 중부담·중수가·중급여로 가야”
“저부담·저수가·저급여 → 중부담·중수가·중급여로 가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7.06.20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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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옥륜 전 서울대보건대학원장, 한국 건강보험이 나아갈 방향 제시

문옥륜 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사진)이 한국 건강보험의 발전방향으로 저부담·저수가·저급여의 늪에서 벗어나 중부담·중수가·중급여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문옥륜 전 원장은 20일 개최된 건보공단·심사평가원 공동주최 국제 심포지엄에서 ‘한국 건강보험 40년 그리고 글로벌 리더의 길’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경제개발을 쾌속으로 이뤄냈듯이 전 국민건강보험도 인류의 사회보장사에서 가장 최단기간인 12년 만에 달성했다”면서 “이를 통해 권리로서의 보건의료서비스를 보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채택함으로써 한국 의료보험의 급격한 확장을 뒷받침하는 의료공급의 주요한 정책수단이 됐고, 모든 기관이 일괄 지정됨으로써 국민의 입장에서도 의료이용편의성이 보장됐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의료공급자단체에서도 강제지정제를 타파하자는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문 전 원장은 우리나라의 저수가정책이 건강보험의 초고속 성장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초 관행수가의 42% 수준에서 출발한 의료보험수가는 거의 매년 상향 조정돼 현재는 약 70-8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결과적으로 저수가정책은 정부측 부담과 피보험자 부담을 경감시켜 의료보험의 초고속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로 인해 보건의료계의 에너지를 의료보험제도의 발전에 집중하기보다는 ‘수가인상 투쟁’과 ‘비급여 항목의 개발’에 열중하게 하는 역효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낮은 건강보험료율을 견지하고 있는데 현재 연평균 증가율은 3.74%를 기록하고 있고, 여기에 국고의 최소부담 지원정책으로 최근 5개년 평균 지원 비율은 15.3%에 이르는데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건강보험의 가장 낮은 성취수준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의 취약성이 초래됐고 이는 과도한 국민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져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비급여의 확대, 재난적 의료비 지출의 증가 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문제점으로 “근로소득에만 편중 과세돼 건강보험재원의 불공정성이 심화되고 있고 건강보험료 체납세대와 민원이 증가하고 있으며 저출산·고령화 문제도 심각하고 의료서비스의 고급화와 하이테크 의료기술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건보재정의 취약성도 지적했다. 그는 “2017년 현재 기준 건강보험은 누적적립금이 21조원이나 되지만 급격한 인구고령화와 만성퇴행성질병 중심 질병패턴으로 재활치료수요 폭증 등의 이유로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문 전 원장은 “이제는 건강보험이 그동안 마땅히 해야 했지만 못해본 두 가지 일을 해야 할 때가 왔다”면서 “첫 번째는 건강보험을 국가보건의료체계 개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전 국민에게 효율적인 건강보험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건강보험이 세계에서의 지위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보장성 63.2%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겨우 낙제점을 면했고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제는 ‘저부담, 저수가, 저급여’의 늪을 지나 40여 년 만에 ‘중부담, 중수가, 중급여’의 강물에 이르렀다. 더욱 열심히 노를 저어 ‘중부담, 중수가, 고급여’의 대양으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그는 “만약 우리의 첨단의술과 세계수준인 정보통신기술을 규제완화정책에 잘 연결해 주면 세계의료가 나아가는 ‘고부담, 고수가, 고급여’로 가기 전에 ‘중부담, 중수가, 고급여’라는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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